※대화풍선을 각자 상황에 맞게 채워보세요
[그림출처] John Gray(1994), What you feel you can heal

건강한 가족 관계위해 부부간의 대화 중요

 흔히들 사랑하면 결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해야 결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랑이 식어 버렸거나 사랑이 미움으로 변해 버렸을 때 결혼관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까? 이렇듯 사랑하지 않는 부부관계, 사랑할 수 없는 부부관계일 때에는 그 결혼관계를 어떻게 하는 편이 좋을까? 사랑하지 않으면서 ‘쇼윈도 부부’처럼 남들 보는 밖에서만 부부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맞을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갈라서는 것이 좋을 것인가? 사람들은 자식 때문에 산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자식 때문에 살아야 하는 부부는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 아니다.

 어떤 어머니는 가족끼리만 휴가를 떠나 본 적이 없다고 불만이라고 말한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거나 다른 형제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더라도 다른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는 여행을 가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 가족끼리만 가족여행을 떠나보고 싶다고 말하니 남편은 “그러면 재미없잖아”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맞는 말일지 모른다. 사람들이 북적대면 대화거리도 많고 훨씬 더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부가 되기 전인 연애시절에는 어떠했을까? 그때도 친구 커플들과 동반으로 움직이는 것을 더 선호했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시절에도 친구들과 왁자지껄 노는 것이 더 재미있는 시간이었을 수 있지만 둘만이 있는 시간이 갖는 좋은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둘만이 보내는 시간에서 소소히 서로를 더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고, 쉼이 있고, 친밀함을 더하게 하는 다양한 교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놀이동산에서 기구를 타며 즐기는 시간이 분명 더 활동적이고 자극적이며 재미있지만 아버지가 자전거를 밀어주거나 함께 야구를 해 주었을 때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을 때의 기쁨은 또 다른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

 재미를 이야기 한다면 같은 일을 하는 동료와 직장 상사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나누거나 오랜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 가족은 부모를 부양해야 하고 자녀를 양육해야 하며 부부가 서로 일과 가사노동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적절히 안배하며 자신의 할 도리를 하는 의무적인 관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가족은 편안하다. 그리고 가족은 가깝다. 가족은 나 자신을 알고 있고 그래서 더 이상 숨기거나 꾸밀 필요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 외출할 때 신는 구두는 멋지지만 오래 신으면 발에 피로감을 준다. 집에 돌아 와 구두를 벗고 양말을 벗었을 때의 해방감과 자유로움. 그것이 가족이 줄 수 있는 유익이다.

 이렇듯 우리 가족은 편안한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럴까? 사람들은 가족에게서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배우자에게서 이성에게 느끼는 설렘과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 사랑이 예전 같지 않다고 불안해한다. 아무리 잘 생긴 외모라도 매일 보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볼 때마다 감탄하는 것이 아니듯이 가족의 재미와 배우자에 대한 설렘도 그와 같다.
 사랑은 변한다. 첫 만남이 설렘과 열정이라면 시간이 갈수록 믿음과 신뢰 그리고 안정과 편안함으로 변화해야 한다. 안정과 편안함으로 더 이상의 긴장이 없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나와 내가 한 몸을 이루어 이제는 부부가 너무 익숙하고 닮아져 가는 삶이 되어 버린 나의 동반자가 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자식들은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수고하신 것, 돌봐 주신 것에 감사하고 또 죄송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우리는 어떠했는가? 반항하고 고집부리고 말대꾸하고 무시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조금은 불편하게 느꼈던 시기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부부도 서로를 양육하고 돌보고 지지하는 내 인생의 심리적 어머니와 같은 동반자다. 서로 다투고 미워하고 때로는 무시하고 고집을 보일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지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심리적인 동반자인 것이다.

 그래서 노력해야 한다. 말다툼을 심하게 하면 그가 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하기 때문에 나를 위해 다툼을 피하고 자신의 불편감과 바람을 그저 전달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열정이 있던 젊은 날의 사랑을 회복하려 하기보다 오랜 시간 다져진 함께 해 온 추억과 편안하고 익숙해진 쉼터로서의 배우자를 잘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대에는 20대의 사랑이 있고 40대는 40대의 사랑이 있으며 60대는 60대의 사랑이 있다. 색깔이나 특성은 달라도 그것은 모두 사랑이다. 우리 부부의 우리만의 사랑의 색은 어떠할까? 다음 그림의 대화 풍선을 채워보고 우리 부부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자. 가족의 대화와 관계가 회복되려면 부부의 대화와 관계가 먼저 회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