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성장에 부모의 리더십 중요
형제의 갈등과 시기심을 협력과 사랑으로 변화시켜야
붙어 다니면서 싸우는 관계가 있다. 흔히 애증관계라고도 말하는데 병리적 가정에서는 부부관계나 부모자녀관계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형제지간이 그러한 관계라면 쉽게 건강하지 못한 가정의 모습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형제관계는 참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는 경쟁도 있고 협조도 있으며 사랑도 있고 성장도 있다.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이야기할 때면 형제를 따라 다니며 놀고 동생과 다퉜던 이야기나 동생 때문에 부모님께 꾸중 들었던 이야기와 같이 형제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곤 한다. 형제가 있어서 좋았는지 안 좋았는지를 이야기할 때면 아이들은 대체로 형제를 불편한 대상으로 인식하지만 성인들은 형제가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부모들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자녀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대체로 형은 동생을 사랑하고 보살피며 동생은 형을 잘 따르는 관계이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바람은 일상 가운데 너무 쉽게 깨져 버린다. 형은 동생을 귀찮고 얄미운 존재로 인식하기 쉽고 동생은 형을 심술 있고 이기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쉽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다툼하는 자녀들에게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지 싸워서 되겠냐고 가르친다면 아이들은 혼나지 않기 위해 싸움을 그만둘 뿐 자신의 형제에 대한 감정은 조금도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형은 자신에게 집중되어졌던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동생에게 빼앗긴 듯한 불안감을 경험한다. 갓난아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욕구를 부모의 돌봄을 통해서만 충족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관심과 돌봄이 동생에게 집중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인 형이 이러한 가족관계의 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형은 동생의 존재를 기뻐하고 그를 사랑하는 것이 힘들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동생이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 나빠지는 듯하다. 좌우분간을 못하는 동생이 자신의 노트에 낙서를 해 놓거나 색연필에 온통 침을 발라 놓기 일쑤고 어디로 들어갔는지 색연필 중 하나는 없어져서 쉽게 찾을 수도 없다. 동생에게 짜증을 내고 어머니에게 화를 냈더니 어머니는 남도 아니고 동생이 좀 쓴 거 가지고 그런다고 동생이 그럴 나이니 만지지 말아야 할 것은 동생의 손이 닿지 않게 잘 보관을 하라고 말씀하신다. 어린 동생도 싫지만 어머니도 밉다. 동생이 이제 얼추 자라 유아원에 가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바깥일을 보기 위해 초등학생인 형에게 동생 잘 보고 있으라고 하시며 간식을 챙겨주고 나가신다. 형은 툭하면 울어버리고 떼쓰는 동생을 돌보느라 힘들다. 동생 또한 자신과 놀아주는 형이 영 만족스럽지 않다. 형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자신도 만지고 싶은데 망가뜨린다고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어머니가 준비해 준 간식도 형이 더 많이 먹기 때문이다.
형이나 아우가 느끼는 감정 모두 너무나 자연스럽고 어찌 보면 건강한 감정이다. 그러나 형제관계가 이와 같이 계속 경험되어진다면 형이 동생을 사랑하고 보살피며 동생이 형을 잘 따르고 의지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큰 문제는 동생이 존재하며 변화되는 맏이의 감정을 부모가 적절히 공감하고 반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생이 태어나서 어머니 품에만 있을 때 형은 어머니 품에 안겨 자는 동생이 너무 부럽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것과 같은 질투심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맏이를 위해 어머니 혹은 아버지는 첫째 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어린 아기였을 때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아기가 어떻게 자라고 언제쯤 어머니가 젖을 먹이지 않아도 되는지 알려줄 수 있다. 맏이는 동생으로 인한 자신의 갈등을 말로 충분히 부모에게 전달하지 못했지만 부모가 맏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건강하게 전환시키기 위해 함께 하여 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둘째가 더 자라서 아무 물건이나 만지거나 망가뜨릴 때 어머니는 둘째 아이의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적절한 다른 놀이로 전환시키거나 관심을 전환시키는 것으로 도와야 할 뿐 아니라 둘째로 인해 마음이 상한 첫째 아이의 마음도 살펴야 한다. 위의 상황처럼 색연필도 잃어버리고 망쳐진 상황에서 어머니는 마음이 상한 형의 마음을 위로하고 형 물건을 만지지 않고도 막내의 욕구를 적절한 방법으로 충족시켜주기 위해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동생이 태어났다는 것이 맏이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도 부모가 필요하지만 맏이에게도 여전히 ‘부모’가 필요하다. 가르치는 부모 뿐 아니라 마음을 공감해 주고 자신의 편에 서서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모의 리더십을 통해 맏이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갈등과 시기심을 협력과 사랑으로 바꾸어 가게 된다. 또 이러한 형의 욕구충족은 동생에 대한 너그럽고 배려심 있는 행동을 가능케 하고 형제관계는 상호성장을 위한 선의의 경쟁으로 나아가게 된다. 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가족그림 그리기
재료: A4용지, 연필, 지우개
① 부모님과 자녀가 모두 한 장 씩 종이를 나누어 갖고 연필을 갖는다.
② 모두 자신의 생각대로 가족이 무언가 함께 하는 그림을 그려보도록 한다.
③ 그림이 완성된 후 가족이 함께 하는 활동을 그렸는지 가족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다른 활동에 참여하는 그림을 그렸는지 살펴본다. 이것으로 가족의 응집력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④ 그림에서 가족구성원 중 빠진 사람은 없는지 살피고 누구의 옆에 누가 위치하고 있는지 체크한다. 그림에서 빠진 인물은 그림 그린 사람에게 부정적 관계일 수 있다. 심리적으로 가장 친밀한 대상을 자신의 옆에 그리는 경향이 있고 가정에서 파워가 가장 강한 사람을 가장 크게 그리거나 화려하게 장식하는 경향이 있다.
⑤ 가족이 무엇을 함께 하는지 활동내용을 살펴보자. 가장 일반적인 모습은 TV를 보거나 둘러 앉아 무언가를 먹는 그림이다. 그러나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집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은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고 사진을 찍고 있거나 산책을 하는 등 정면을 보고 일렬로 서 있는 경우 가족 간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