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세 번에 걸쳐서 고린도전서에 기록된 성령의 은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마지막 순서로 ‘각종 방언 말함’과 ‘방언들 통역함’의 은사를 살펴볼 것이다. 사도 바울이 9가지 은사 중 이 두 가지를 가장 뒤에 배치한 것은 방언의 은사가 고린도교회에서 남용된 것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고 신학자들은 추측한다. 사도 바울은 예언의 은사와 함께 이 두 은사에 대해 이후에 다시 한 번 다루고 있다(14장). 그만큼 바울은 이 은사들에 대해 고린도교회에 가르쳐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 같다.
‘방언’은 본래 각 민족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의미하지만 바울이 말하는 방언은 일반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신적 언어를 가리킨다. 이것은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난 방언과 차이점이 있다. 그들이 말한 방언은 각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각 지역의 언어였다(행 2:7∼8). 그러나 바울이 기록한 은사로서의 방언은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는 특수한 언어이다. 여기서의 방언은 그것을 통역할 수 있는 다른 은사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방언을 말하는 사람조차도 알지 못하고 오직 하나님만 이해하실 수 있는 언어이다.
바울의 가르침에 따르면 방언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께 영으로 비밀을 말하는 것이다(14:2). 그러므로 방언은 예언처럼 교회에 덕을 끼치기 보다는 개인의 덕을 세우고 믿지 않는 자들을 위한 표적의 기능이 강하다(14:4, 22). 바울은 방언이 개인에게 어떤 덕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으나 아마도 개인의 영적인 유익을 말하는 것 같다. 바울은 성령의 은사들을 가르치며 교회의 하나 됨과 조화로운 질서를 강조하기 때문에 방언에 대해서도 교회의 유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바울이 방언을 부정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나 그는 방언에 대해 주의를 줄 뿐, 결론적으로 방언을 권장하고 있다(14:39). 바울 자신도 여러 방언을 말하며 그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14:18). 단지 그는 교회 전체, 보다 정확히 말해서 교회의 공적 예배에 더 큰 유익을 주기 위해 은사의 질서를 세워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언의 은사가 교회 전체를 위해 사용되기 위해서는 방언 통역의 은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방언을 통역하는 자가 있어 여러 사람의 방언을 통역해 주면 그것은 예언과 같이 교회에 가르침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 바울은 방언을 말하는 자는 통역하기를 기도하라고 권면하면서 방언을 통역하는 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그는 방언을 통역할 때 유념해야 하는 점으로 예언과 같이 차례에 따라 순서대로 해야 한다는 점도 가르친다. 만약 통역하는 자가 없으면 방언을 말하는 자는 공적 예배가 아닌 개인 기도를 통해 해야 한다. 바울은 방언 통역함과 예언의 차이점을 설명해주고 있지는 않다. 단지 우리는 14장 16∼17절에서 방언의 내용에는 축복과 감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정도만 유추할 수 있다.
바울이 방언과 예언을 같이 언급하는 것은 방언을 무질서하게 사용하는 자들로 인한 교회의 혼란을 막고 교회 전체에 유익을 주기 위함이다. 방언을 말하는 자, 방언을 통역하는 자, 예언하는 자는 질서 있게 말하고 교회는 그것을 주의 깊게 들어 결국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방언 통역함이 방언 말함을, 영들 분별함이 예언함을 보완해 준다면 이 같은 은사가 교회 전체의 유익을 가져오는 은사로 사용될 수 있게 된다.
바울은 은사에 대해 가르치면서 각각의 은사가 교회에 필수적인 기능들을 하지만 교회 전체의 유익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성경은 각각의 은사들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목회적이고, 교회적인 측면에서 은사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부어 주시는 성령의 은사는 다양하다. 교회는 그런 은사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동시에 교회 전체의 질서를 먼저 고려할 줄 아는 성숙함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이 모든 은사가 한 성령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인식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힘써야 한다.
국신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