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자녀가 충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때 
자녀의 사고와 판단의 문제점 찾는 게 우선

 흔히 미성년자가 보호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집에 들어오지 않는 현상을 가출이라고 말한다. 가출문제가 아동청소년 심리상담주제 가운데 핵심주제로 떠오른지 오래다. 진작부터 부모상담의 주제로 가출을 다루려고 했던 것도 이 주제로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었다.

 청소년기 무단으로 집을 떠나는 것은 비단 현대의 청소년들이 보이는 문제만은 아니었다. 과거에도 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보다 나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사랑을 좇아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 청소년의 가출과 과거의 가출은 다소 차이가 있다. 60∼70년대에는 가출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부모의 허락을 얻지 않은 상태에서 외박하는 형태인 반복적인 가출이 많고 과거는 자신의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가출이 많았다면 이제는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한 가출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가난이나 학대와 같은 어떤 특정 불이익이 없는 상황에서도 단순히 제한받아왔던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독립적인 선택과 자유를 좇아서 가출을 강행하는 청소년들이 현대에는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모님들은 소중하고 사랑하는 자신의 자녀가 집밖에서 어떤 위험을 만날까 전전긍긍 노심초사 어려운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은 가출 후 집에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부모를 상대로 협상을 한다. 아빠도 엄마도 때리거나 혼내지 않는다고 약속할 때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나쁜 사람에게 해를 당할까봐, 특히 딸 가진 부모는 행여 잘못하여 자신의 순진한 딸이 성적으로 희생을 당할까 걱정하고 있던 부모는 급히 자녀의 제안을 수용하고 무조건 집에 들어오도록 한다. 그러나 그렇게 들어온 자녀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다시 집을 나가버리곤 한다. 강경하게 대하면 아이가 영영 가정을 떠나버릴 것 같고 부드럽게 대하자니 문제 행동만 점점 커질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에게 어떠한 도움이 필요할까? 다음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 아이와 보다 건강하고 의미있게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한 여자 중학생이 집을 나갔다. 친구네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한다고 외박하겠다는 것을 외박은 절대 안된다고 거절했더니 집을 나가버렸다고 한다. 어머니는 다급한 마음에 상담자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아이가 안전할 것이니 일절 연락을 받지 말고 문자에 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무반응으로 계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었다. “그렇게 일절 연락을 받지도 반응하지도 않은 채 얼마나 인내하며 다시 들어오길 기다릴 수 있나요?” 어머니의 대답은 “일주일이요” 나는 “그렇다면 아이는 친구의 집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일주일만 조용히 무반응으로 기다려 보세요” 라고 대답했다.

 자녀의 첫 가출 경험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때에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점은 아이의 이후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 중학생은 가출 경험이 있는 다른 친구들로부터 다양한 부모의 반응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어머니는 달랐다.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청소년은 점점 불안하기 시작해 온다. 챙겨온 옷과 돈도 이제 없어져 가는데 어머니가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듯 생각이 든다. 어떻게 혼날까 뭐라고 말할까 점점 걱정이 커진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내가 집을 나간 것은 엄마가 싫어서가 아니고 아빠가 너무 엄격하고 무서워서야’ 라고. 나는 어머니에게 그 문자에 대해서도 답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이는 급기야 일주일동안 친구 집을 전전한 후 남자친구를 앞세워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 전에 미리 남자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오늘 저녁 들어간다고 했다고 전한다.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몽둥이를 만들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딸을 심하게 때릴까 걱정이 되어 다시 불안이 올라온다.

 그래서 나는 조언했다. “아버지가 몽둥이를 들면 아이가 잘못했다고 할까요? 아이가 아빠가 자신을 어디까지 때릴 수 있는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때까지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을 거예요. 때리는 것으론 아버지가 질 수 밖에 없어요. 아이가 다치면 아버지가 잘못한 사람이 되지요” 나는 아버지에게 때리기보다 벌을 세우라고 했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생각하며 손을 들고 벌을 서는 시간을 갖고 침묵의 시간을 보내라고 그리고 팔이 저려올 쯤 아이의 생각을 듣고 아버지 생각을 전달하라고 조언했다. 아버지는 조언대로 행동했고 수많은 가출 경험자의 조언과 다른 자신의 부모님 때문에 자신의 뜻대로 부모를 통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첫 가출로 마음고생을 했던 이 청소년은 다시 가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애지중지 오냐오냐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고 그저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주기 위해 친구 같은 아빠와 엄마가 되어주는 데에만 급급했던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이지 다양한 가정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출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고 위 사례는 자녀가 자신의 유희를 위해 충동적으로 가출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청소년기 자녀가 충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통제하기 힘들 때 아래 그림을 통해 자녀의 사고와 판단의 문제점을 찾아보도록 하자.

<벽을 넘는 사람 그리기>-------------------------
재료 : A4용지, 연필, 지우개

① 부모님과 자녀가 모두 한 장 씩 종이를 나누어 갖고 연필을 갖는다.
② 모두 자신의 생각대로 벽을 그리고 벽을 넘는 사람을 그려보도록 한다.
③ 사람들마다 벽을 표현한 벽의 모양이나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높고 광대하게, 또 다른 사람은 낮고 시시하게 표현했을 수 있다. 벽은 각 사람이 인식하는 장애물 또는 방해물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게 한 자신의 한계를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④ 벽을 넘는 방법은 어떠한지 살펴본다. 벽을 넘는 방법은 곧 우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각 사람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 살펴보자. 조금 비현실적으로 쉽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고 치밀하게 차근차근 접근해 보려는 안정주의자가 있을 수 있다.
⑤ 각각의 그림 속에서 사람은 자신 앞의 벽을 어느 정도 넘어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무의식적 해석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