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죄악의 여인과 믿음의 여인에 대해 기록
하나님은 이방인이라도 믿음의 여인 통해 일하셔

 성경의 독특한 흐름 중의 하나는 여인들의 이야기이다. 성경 속에는 인류를 죄의 길로 몰아넣은 하와로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낳은 마리아에 이르기까지 죄악의 여인들과 믿음의 여인들이 뒤섞여 흐르고 있다. 특별히 열왕기상·하에서는 사르밧 과부와 수넴 여인 같은 믿음의 여인들과 이세벨과 아달랴처럼 불신앙의 여인들의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먼저 수넴 여인은 유복한 믿음의 여인으로 엘리사를 극진히 대접했다. 당시에 수넴은 아셀 지파의 성읍으로 사울이 전사한 길보아 산 맞은편에 있는 성읍이었다. 수넴 여인은 믿음과 선행으로 아들을 낳게 되었고, 또 아들이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체험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 여인들이 모두 그와 같은 믿음으로 살아간 것이 아니다. 같은 시대에 사마리아에 살던 두 명의 여인들은 성읍이 포위되어 굶주리자 자기 아들을 삶아먹은 악을 행했다.

 그러나 열왕기상·하에서 더욱 극단적인 악행은 이방여인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이스라엘왕 아합의 아내 이세벨은 시돈 사람이었다. 시돈은 페니키아의 도시로, 남쪽으로 약 40㎞ 떨어진 곳에 두로가 있었으며 시돈과 두로의 중간에 엘리야의 이야기로 유명해진 사르밧이 위치하고 있다. 이세벨은 시돈의 신 바알 멜카르트를 숭배하던 사람으로 이스라엘의 왕비가 된 후 적극적으로 우상숭배를 강요하고, 야훼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핍박했다. 마침내 이세벨이 하나님의 종 엘리야를 죽이려고 하자 엘리야는 멀리 호렙산까지 도망했다. 또한 이세벨의 딸 아달랴는 예후 혁명의 여파로 아들이 죽자 그의 자손들, 즉 자신의 손자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아달랴의 행동은 맨 정신으로 저지른 죄악이므로 굶주림에 넋이 나가 아들을 삶아먹은 이스라엘 여인들보다 더 악독하다고 할 수 있겠다.

 역사란 한정된 범위 안에서 어떤 목적을 드러내기 위해 특별한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된 것이다. 성경의 역사적 사건들도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기 위해 자료들이 선택되고 배열되고 강조된 내용들이다. 그러므로 앞선 여인들의 이야기는 열왕기상·하를 기록한 소위 신명기적 역사가의 여성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방여인들이 더욱 악독한 행동을 한 것으로 강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세벨과 그 딸의 잘못을 부각시킨 신명기적 역사가가 이방여인들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는 오히려 신명기적 역사가가 이방여인을 우호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나타난다. 시돈 아래에 위치한 사르밧에 살던 과부는 마지막 남은 밀가루와 기름으로 엘리야를 공궤함으로써 이스라엘의 다른 과부보다 하나님에 대한 뜨거운 믿음을 보여주었다. 예수님께서는 엘리야 시대에 3년 6개월 비가 내리지 않아 온 땅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이스라엘에 많은 과부가 있었지만 엘리야는 이방여인인 사르밧 과부에게 보내심을 받았다고 말씀하셨다(눅 4:25∼26).

 그뿐만 아니라 같은 신명기적 역사서인 여호수아기에서는 여리고의 기생 라합이 믿음으로 이스라엘 정탐꾼을 도와주고 구원받은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열왕기상·하를 비롯한 신명기적 역사서에서 이방여인들을 특별히 적대시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솔로몬이 1000명의 아내를 두었을 때 많은 이방여인들이 자기들이 섬기던 우상들을 솔로몬이 섬기도록 유혹하고 미혹했다. 그로 인하여 솔로몬은 타락했고 나라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남북으로 분열됐다.

 그후로부터 이방여인에 대한 경고의 음성이 성경의 곳곳에 깃들여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이방여인이 문제가 아니라 신앙이 문제이다. 혈통적으로 이스라엘 여인이냐 이방 여인이냐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야훼 하나님을 믿느냐 안 믿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구약의 역사서는 공평무사한 하나님의 관점으로 성령의 감동하심으로 기록된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나 이방 나라를 막론하고 믿음을 가진 여인을 통하여 그 뜻을 이루시고 위대한 기적을 행하시는 것이다.

한상인 부목사(교육·개척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