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입니다. 그런데 장마 같지 않은 장마입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같은 시간 다른 지역에서는 폭우가 쏟아집니다. 장시간의 빗줄기로 기억되던 장마는 이젠 없습니다. ‘마른장마’라는 말이 일상화된 반면, 집중호우는 더 늘었습니다. 좁은 지역에 돌발적으로 내리는 폭우는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기후가 변하고 기상도 변하고 장마도 변했습니다.
장마는 보통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해마다 오고가는 시기가 오락가락합니다. 비가 띄엄띄엄 내리다가 어느새 무더위 한복판에 와 있곤 합니다. 비가 오는 양상이 바뀌면서 수해의 모습도 바뀌고 있습니다. 수해 방지 시설이 잘 갖춰진 것으로 알려진, 그래서 좀처럼 피해가 없던 대도시에서도 침수사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도시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어 물이 스며들 공간이 크게 감소한데다, 배수시설이 돌발적인 집중호우에 취약했다는 것입니다.
1962년엔 서울에 내리는 빗물의 40%가 땅으로 스며들고 50%는 증발했다고 합니다. 지표면으로 유출되는 것은 10%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04년엔 땅으로 스며드는 물이 23%, 증발하는 물이 30%인 반면, 표면으로 유출되는 물은 47%나 됐습니다. 도심지 침수를 막으려면 빗물이 바닥을 통과해 아래로 빠져나가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의 원인 중 상당부분을 인간의 탐욕에서 찾고 있습니다. 개발에 급급한 나머지 산림을 훼손하고 물 흐름을 왜곡하고 온실가스를 마구 뿜어낸 대가라는 것입니다. 녹지가 줄면 땅이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도 줄어듭니다. 흙 위에 콘크리트를 덮으면 물이 한데 모이면서 침수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국일수록 녹지 공간이 많고, 빗물을 모아 재활용하는데 많은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주변의 작은 녹지, 작은 땅도 소중히 지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