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긍정하려면 부모의 단점도 수용할 수 있어야

 우리는 가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아쉬움을 느낀다. ‘아버지를 닮았으면 키가 좀 더 컸을 텐데…’ ‘어머니를 닮았으면 피부가 예쁠 텐데…’ ‘아버지 닮아 눈이 컸으면’ ‘어머니 닮아 코가 오똑했으면’ 나의 몸이 내 취향대로 선택되지 않았고 좋은 점만 부모에게서 골라 닮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일까? 어찌되었든 그런 부적절감을 느낄 때 우리는 자신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내가 갖지 않은 장점을 지닌 사람을 보면 부럽고 나의 단점이 그들 앞에 더 커 보여서 괴롭기도 하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성형을 하거나 다이어트에 신경을 쓴다. 무엇을 입을까, 어떻게 하면 자신이 더 멋져 보일까 신경이 쓰이게 된다. 

 우리가 외모를 꾸미는 것과 같이, 우리의 외모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어떠할지 신경 쓰는 것 같이 우리는 우리의 마음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다. ‘이렇게 하면 너무 옹졸해 보일까?’ ‘이렇게 하면 사람들에게 신뢰를 못 얻겠지?’ ‘이렇게 말하거나 행동하면 사람들이 나를 욕 할 거야’ ‘이런 말을 하면 교양 없어 보이겠지?’ ‘내가 너무 성급해 보일까?’ ‘얼마나 정신없는 사람처럼 보이겠어?’ 등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에게 좋지 않게 평가받을까 신경을 쓰며 산다.

 내가 그렇게 좋지 않은 성격이거나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힘든데 우리 부모님의 좋지 않은 성격이나 습관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면 얼마나 더 마음이 힘들어질까? 사람들 앞에서 그만 다투셨으면 하고 좀 더 너그럽게 남을 용납했으면 좋겠고 교양 있는 모습을 보이셨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부모로 인해 창피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더 놀랄 일은 그런 모습을 마치 외모를 닮듯이 내가 닮아 있다는 점이다. 다투기를 잘 하고 너그럽지 못하며 성급하고 때론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부모 닮은 자신의 모습을 볼 때 부모를 싫어하면 싫어했을수록 자신에 대해 느껴지는 좌절감과 자괴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타인을 날카롭게 비난할수록 자신에 대한 존중감도 떨어지고 죄책감이 커진다. 날카로운 잣대로 남을 비판했던 그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되돌아온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예전에 서울대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이 마지막 학기 두 과목에서 학사경고(F학점)를 받으며 졸업을 한 학기 미루게 되었던 일이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미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인턴사원으로 있던 회사에서 졸업 후 취업을 약속받았었다는 점이다. 졸업이 미루어지는 것 보다도 취업이 취소되거나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점이 더 창피하고 안타까운 일이었을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학사경고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교수님을 찾아가 사정을 말씀드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한 교수님은 학점을 수정해 주셨지만 다른 교수님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했고 자신이 두려워하던 학점 미달의 사실을 취업할 직장에 알려야만 했다. 다행히 회사에서 이해를 받아 졸업에 맞춰 취업을 미루게 되긴 하였지만 교수님으로 인한 상처는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강경한 교수님을 만났던 이 학생도 자신이 교수였다면 자신과 같은 이유로 학점을 변경해 주지 않을 만큼 도덕적이고 정직한 윤리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매우 정직하고 바른 기준을 지키려 하는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렇게 학점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가 취한 행동은 그가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과 다른 예외를 인정하고 기준을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모습이었다. 강한 정신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에 타협하는 나약한 사람에 불과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정직하거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때문일까? 오히려 자신이 가장 미워하고 경멸하던 모습이 내 안에 있었다는 점이 문제일 것이다. 나는 과연 나 자신을 얼마나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가? 나를 긍정하려면 내가 닮은 부모의 장점 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 완벽한 목회자, 완벽한 교회나 성도는 없다. 사람에게서 완벽을 기대한다면 우리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서 본인이 어떤 미숙함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장점으로 열심히 생활하는 것일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나의 부모의 모습을 찾아보자. 그리고 내 안의 단점을 타인에게 용납 받기 전에 내가 나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고 그러한 나를 사랑하려 힘써 보자. 부모의 자기 이해와 사랑은 자녀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좋은 양분이 될 수 있다.

동그라미 색칠하기

<재료: A4용지 12색 색연필>

① 종이를 가로로 놓고 왼쪽에 동그라미 하나 오른쪽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도록 한다.
② 왼쪽 동그라미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색 3가지를 선택하여 색칠하여 채우고 오른쪽 동그라미에는 자신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색 3가지를 선택하여 색칠하도록 한다.
③ 각 색이 갖는 의미는 빨강은 열정과 에너지, 주황은 창의성과 독창성, 노랑은 경쟁력, 연두는 아이같은 천진함, 초록은 자연에 대한 사랑, 하늘은 평화에 대한 지향, 파랑은 지적인 욕구, 살색은 연약함이나 상처받기 쉬운 마음, 갈색은 조숙함이나 헌신, 검정은 자기비판이나 타인비판이다.
④ 자신이 인정하는 자신의 모습은 왼쪽 동그라미에 색칠되어 있고 자신이 인정하기 어려운 자신의 모습은 오른쪽 동그라미에 색칠되어 있다.
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을 가장 싫어하는지 살펴보자. 재미있는 것은 이 12가지 모두 인생에서 버리거나 없애야 하는 불필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글: 김수정(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일러스트: 염미영(mary_yum@daum.net)

숙명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