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진정한 의미 깨달아 사랑 실천
일년간 작정기도…믿음의 가정 이루는 복 받아

 모태신앙인으로 자라 소위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던 나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20대였다. 유아교육학을 전공하고 유치원 교사로 활동했던 나는 잠시 중국에서 생활을 했다. 그 때 중국에서 만난 한 언니는 장애인을 위해 일했다. 언니가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고, 내게 도전이 됐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언니처럼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장애인대교구의 문을 두드렸다. 아는 사람 하나 없던 터라 낯선 환경이었지만 하나님은 나에게 긍휼의 마음을 주셔서 교회학교에 해당하는 ‘소망부’에서 봉사하게 해주셨다.

 정상인이 아닌 장애인을 돌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말이 교회학교지 소망부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40대에 이르는 성인들이 함께 모여 신앙생활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체와 정신 장애 등 복합적인 장애를 앓고 있는 성도들이 많아 식사 같은 기본적인 활동조차 힘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봉사 초기 그들에게 밥을 먹일 때는 먹은 것을 게워내는 그들 모습에 많이 괴롭고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친교하는 나 자신을 볼 때면 모든 것이 ‘은혜’라는 생각이 든다. 또 장애인대교구 봉사를 하면서 나는 특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생겨 공부도 했다. 배운 것은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공과 작성, 캠프 진행에 적용을 하는 등 나름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장애인대교구 소망부 예배는 토요일 오후에 진행됐다. 토요일 예배를 위해서는 금요일 저녁부터 분주해져 토요일은 오롯이 소망부 식구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야했다. 이렇듯 소망부 식구들을 위해 10년간 봉사하다보니 어느새 내 신앙이 훌쩍 자라나 있음을 알게 됐다.

 예전 신앙모습이 어린아이 같았다면 봉사를 통해 나는 크리스천이라는 이름의 진정성을 깨달으며 신앙이 성숙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봉사를 통해 교회에 대한 애정도 커졌다. 장애인들 역시 하나님의 사랑으로 빚어진 피조물임을 깨닫고 그들을 사랑으로 끌어안게 됐다. 주일 예배 드리는 것으로 크리스천의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있어 일생 일대 획을 긋는 큰 변화였다.

 지난해 3월부터 소망부 예배가 주일로 변경되기 얼마 전까지 일년 간 나를 비롯한 소망부 교사들은 토요일 봉사를 마치면 오산리 기도원에서 산기도 모임을 가졌다. ‘엘리야 고지’로 불리우는 기도원 산 정상에 올라 처음 기도할 때만해도 2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게 느껴졌다. 그런데 교회와 이웃 그리고 내가 섬기는 장애인대교구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다보니 기도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다. 그렇게 주님 앞에 무릎 꿇고 1년 동안 기도하자 하나님은 내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계획하시고 귀한 열매를 맺어주셨다.

 첫 번째 열매는 소망부 토요 예배가 주일 예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소망부 주일예배를 위해 기도해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이 허물어져 함께 예배드릴 수 있게 된 것이 큰 감사였다.

 그리고 두 번째 열매는 대학원 진학이었다. 갑작스런 준비로 불안했지만 주님은 면접 당일 나의 입술을 주관해주시며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셨다.

 셋째 열매는 믿음의 가정을 이룬 것이다. 일과 봉사로 결혼이 늦어진 나를 위해 주님는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게 해주셨고, 이달 결혼을 했다. 이전과 달리 이제 내 일상은 더욱 바빠졌다. 하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는 한 나는 장애인대교구 소망부 봉사를 계속 할 것이다. 값없이 귀한 은혜와 복을 받았으니 나 역시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값없이 이웃에게 전하는 참된 크리스천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