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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역사인식

 1910년부터 시작된 35년간의 일제 강점 시기, 나라를 빼앗긴 피식민지 백성들의 형편은 처절했습니다. 청년들은 강제 징병되어 일본의 총알받이가 되었고 젊은 여성들은 정신대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적 노리개가 되었습니다. 장년들은 ‘부국대’라는 이름으로 강제노역에 징용 당했으며 공출을 비롯한 가혹한 경제 수탈로 식민지 조선인들은 초근목피로 삶을 연명해야만 했습니다.

 일본어를 국어화하는 정책을 강압적으로 추진해 우리말과 글을 빼앗았고 신사참배를 통해 그들의 신을 섬길 것을 강요했습니다. 심지어 일제는 조선인의 성명제를 폐지하고 일본식 성씨를 사용케 하는 ‘창씨개명’을 기도했습니다. 세계 식민지 통치사 가운데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반인륜적인 만행이었습니다. 실제로 1940년 2월부터 6개월간 창씨개명 신고 기간이 설정됐고, 일제 당국의 온갖 회유와 협박으로 초반 저조하던 신고율은 마감일에는 79.3%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민족의 생존권과 정체성이 말살될 뻔했던 절박한 위기의 순간들이었습니다.

 한국민이 겪은 고초와 수모가 이러하기에 최근 잇달아 행해지고 있는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에 대한 망언과 망동은 우리를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수반인 아베 총리가 앞장서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는 것은 일본 스스로에게도 크게 불행한 일입니다. 사실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 국가관계에서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4월 23일 그의 발언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정치인들의 망언” 릴레이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지도자는 종종 선장에 비유됩니다. 정확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의 지표를 바로 설정해 국민들을 희망의 항구로 인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대통령이 지난 5월 8일 미국 상하원합동회의 연설에서 지적했듯이 역사에 눈을 감는 자는 미래를 바로 볼 수 없습니다.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의 조화롭고 협력적인 관계가 필수적입니다. 핵안전,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일본 지도자들이 경박한 국민감정에 영합하는 ‘망령됨’에서 벗어나 진실의 정도로 나올 것을 촉구합니다.


김성동 장로(전 국회의원)

 

기사입력 : 2013.05.26. am 10:5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