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관계 회복 위해 부모 자신의 문제 이해하고 성장시켜야

 지난 시간 부모의 성교육 준비도를 살펴본 것에 이어 오늘은 부모 자신의 성의식이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알아보고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자녀를 지도해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성 문제는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부모 자신이 성과 관련된 상처가 있어서 이러한 상처에서 나오는 지나친 불안과 금욕적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경우이다. 이를 위해 부모의 성에 대한 불안이나 불편감이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분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아들)이 성에 관심을 보이면 이르다고 생각한다’거나 ‘아이들이 방문을 잠그고 있는 것을 보면 불안하고 화가 난다’는 등의 태도를 보인다면 지극히 일상적이고 발달상 정상적인 자녀의 반응에 대해 부모가 무언가 문제가 되는 상황을 예상하며 예민하게 반응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남편이 딸아이의 기저귀를 갈아 주거나 꼼꼼히 씻기는 걸 보고 마음이 불편해진다’거나 ‘남편(아내)과 딸(아들) 사이의 스킨십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진다’와 같은 반응은 그런 감정을 느끼는 부모가 어린 시절 성적으로 불쾌한 경험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거나 부모 자신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같이 어린 시절 상대성별의 부모에게 느끼는 동경과 동일성별의 부모에게 느끼는 경쟁심리를 잘 해결하지 못했던 미해결 주제가 자녀 양육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부모의 상담치료가 필요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자녀의 성적 호기심과 욕구를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해 주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성중독이나 탐욕적 태도이다. 자녀를 여러 명 키우다 보면 아이들의 관심도 제각각이고 재능도 제각각이지만 에너지도 제각각인 것을 보게 된다. 성도 이처럼 사람마다 관심과 호기심의 정도가 모두 다를 수 있다. 어떤 이는 2차 성징을 보이는 사춘기를 유독 더 힘들게 보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사춘기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부모된 입장으로서는 사춘기인지도 모르게 자연스레 지나가는 아이가 더 순수해 보이고 부담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누구에게나 언젠가 신체뿐만 아니라 인식과 정서면에서도 성인이 되어가는 성장을 거쳐야 하고 그것이 마땅하므로 사춘기가 없는 것이 꼭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주변에서 결혼적령기가 되도록 여자가 남자를 모르고 남자가 여자를 모를 뿐 아니라 관심이 없어 연애 한번 안 해보고 결혼이 늦었다고 걱정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간의 삶의 영역에서 기초적인 부분 중 하나인 성에 대해 우리가 너무 무시하거나 부담스런 주제였던 성에 대해 부인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녀가 사춘기가 되어 성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면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성에 대해 거북하면서도 성숙을 향해 성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자녀들은 질문을 할 수도 있고 또 좋지 않은 방법으로도 성에 대한 지식을 찾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의 신체적 변화에 대해 자랑스럽게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해 줄 뿐 아니라 몸의 변화와 마음의 변화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방법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

 먼저 성은 에너지이므로 성적인 신체변화가 있어도 실제 성생활이 가능한 결혼 전까지 자녀가 어떻게 성 에너지를 다루어갈지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바람직한 에너지 전환은 운동이고 운동을 싫어하는 여아나 일부 남아들에 대해서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창조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기타나 드럼과 같은 악기로 청소년기 에너지를 전환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2차 성징을 보이는 청소년기 이전의 유아나 아동이 성에 관심을 보인다면 동화나 매체를 통해 엄마와 아빠가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앞으로 얼마가 지나면 너도 엄마 또는 아빠와 같이 키도 크고 몸도 변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 단, 성을 지도할 때 몸의 모양이나 신체 각 기관의 기능을 너무 상세히 알려주는 것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교육기관에서 지도하는 것에 맡겨 놓아도 된다.

 세 번째는 자신의 성 즉 여성이나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성 정체성 혼미의 문제이다. 이 부분에서는 현대 사회의 성 인식과 크리스천의 성 인식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사회는 동성애자나 성전환자(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없애라고 하지만 이것은 명백하게 병리적 성인식이다.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성에 대한 불만족감이나 상대성에 대한 지나친 동경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성 정체감에 혼란을 보이는 경우 그들은 자신이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남성으로의 매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이성인 여성과의 연합에 불편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남성이 남성을 사랑하는 동성애 또는 자신이 동성인 남성을 파트너로 삼기 위해 여성으로 성 전환을 하는 트랜스젠더로 문제를 극복하려 한다. 성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어머니상과 아버지상을 분석해 보고 여성상이나 남성상을 왜곡시킨 부모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러한 왜곡된 부분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와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자녀가 성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는 것을 돕기 위한다면 부모 자신이 자신의 성별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여성은 여성으로, 남성은 남성으로서의 삶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과연 어느 유형의 문제에 속하고 있을까? 자녀와 가족의 회복을 위해 나의 문제를 이해하고 성장하기를 더욱 힘써 보자.

글: 김수정심리발달연구소장  그림: 염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