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숭배의 죄악된 길에 섰을 때 엘리야를 세우심
엘리야의 행적 통해 하나님의 위대함 나타나 
신명기적 관점으로 엘리야는 ‘제2의 모세’  

 구약시대 기름부음을 받은 세 직분으로 제사장과 왕과 선지자를 들 수 있다. 아론을 비롯한 제사장들이 성직을 수행하기 위해 기름부음을 받고 구별된 것이 출애굽 이후 나타나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때로부터 이스라엘 사회는 제정일치의 신정사회로 제사장이 백성들을 하나님에게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다가 왕정이 수립되면서부터 제사장은 제사라는 은혜의 수단을 통해서 그 일을 수행하고, 왕은 국가의 법과 제도와 군사력이라는 공권력을 가지고 백성들이 가나안의 우상숭배에 빠지지 않고 하나님을 섬기게 했다. 그러나 솔로몬이 죽은 후 남북 왕국으로 나눠지면서 북왕국 여로보암 왕은 백성들을 금송아지를 섬기는 우상숭배의 잘못된 길로 미혹했다. 나아가서 아합 왕 때에 이르러서는 가나안의 신들인 바알과 아세라를 숭배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여로보암의 죄악에 또 다른 죄악을 더했다. 왕정시대에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왕이 하나님이 아닌 우상을 섬기게 하는 해괴한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을 때 하나님은 선지자 엘리야를 세우셨다.

 열왕기상 17장에서부터 열왕기하 2장에는 비교적 방대한 엘리야의 활동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은 불순종하는 왕을 대신하여 순종하는 선지자에게 기름 부어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보여준다. 엘리야의 활동은 다섯 가지로 간추려 말할 수 있다.

 먼저 이스라엘에 임한 대 기근 사건(왕상 17:1∼24)은 가뭄으로 인한 엘리야와 사르밧 과부의 만남을 기록한다. 여기에서 엘리야가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살리는 것은 하나님의 유일한 선민인 이스라엘이 우상숭배로 인해 죽은 것 같이 된 것을 선지자의 믿음의 생명력으로 다시 살려내는 것을 상징한다.

 둘째로 엘리야와 바알과 아세라를 섬긴 선지자들과의 갈멜산 경합(왕상 18:20∼40)에서는 가나안 종교의 저급성과 하나님 말씀 선포의 위대함을 대조적으로 나타낸다. 경합에서 바알 선지자들이 불의 응답을 받기 위해 소리치고 춤추고 유혈이 낭자하게 몸에 피를 흘리며 부르짖어도 응답이 없었다. 그러나 엘리야가 무너진 제단을 수축하고 약속의 말씀을 붙잡고 간구하자 불의 응답이 내렸다.

 셋째로 엘리야는 이세벨의 거센 반발에 좌절했지만 호렙산에 가서 하나님을 만났다 (왕상 19:1∼8). 고난과 역경이 선지자나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하나님께 나아가야 한다. 엘리야가 한 때 ‘내 생명을 거두어 달라’는 극한 절망에 빠졌지만, 호렙산에서 언약의 하나님을 만남으로 소명을 재확인하고 사명을 수행할 힘을 얻었던 것이다.

 넷째는 나봇의 포도원 사건이다(왕상 21:1∼20). 나봇은 하나님이 주신 기업인 포도원을 팔 수 없다는 믿음을 가졌지만, 가나안의 상업적 토지거래 방식에 물든 아합의 왕권에 의해 죽고 말았다. 엘리야가 그에 대한 심판을 선언함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경외냐, 왕에 대한 경외냐” 하는 것이 충돌했을 때 하나님에 대한 경외를 선택함으로써 피해를 보는 약자를 지키시고 불의한 강자를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엘리야의 예언직의 이양이 언급된다(왕하 2:1∼18). 엘리야는 제자 엘리사가 아무리 자신을 좇아다녀도 선지자의 직분은 사람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오늘날 교회세습이 인간적인 수평적 인수인계라면 큰 문제이다. 성직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지는 수직적 하사품인 것이다.

 신명기적 관점으로 보면 엘리야는 제2의 모세이다. 애굽 바로의 딸에게 모세가 양육된 것처럼 엘리야 역시 이방여인 사르밧 과부의 공궤를 받았다. 모세가 바로의 만신전에서 술객들과 대결한 것처럼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들과 대결했다. 나아가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난 것처럼, 역시 엘리야는 호렙산(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모세가 외적 정치적 해방자였던 반면에 엘리야는 내적 정신적 해방자였다. 엘리야는 가나안의 물질적 풍요의 유혹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들을 영적으로 해방시킨 것이다.

한상인 부목사(교육·개척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