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에서 바울은 9가지 은사를 언급하고 있다(12:8∼10). 9가지 은사에 대해서는 많은 성도들이 알고 있지만 각각의 은사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번에 다루게 될 ‘지혜의 말씀’과 ‘지식의 말씀’이 더욱 그렇다. 우선 우리는 지혜의 말씀과 지식의 말씀은 모두 ‘말씀’에 관련된 은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혜와 지식의 정확한 구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학자들의 견해가 불분명한 부분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은사가 모두 말씀의 선포를 위한 은사라는 점이다. 9가지 은사 중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 두 은사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발성의 은사’이다. 이 은사들을 받은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면 인간적인 차원을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권위와 능력이 나타나서 선포된 말씀이 사람들의 영혼과 삶 가운데 변화의 역사를 일으키게 된다.
모든 다른 은사들과 마찬가지로 지혜의 말씀의 은사와 지식의 말씀의 은사도 교회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성령님께서 주시는 은사이다(고전 14:12).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은사들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되며 수여받은 은사를 자랑해서도 안 된다. 두 은사에는 각기 다른 전치사가 선행되어 있지만(성령으로 ‘말미암아’ 지혜를, 성령을 ‘따라’ 지식을) 중요한 것은 두 전치사 모두 은사의 출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혜와 지식의 말씀의 은사 모두 성령님께서 주시는 것임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2장에서 ‘이 세상의 지혜’와 ‘하나님의 지혜’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어리석게 보이는 하나님의 지혜(2:14)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심으로 인류를 구원하신 사건을 말한다. 이 지혜는 인간적인 방법으로는 깨달을 수 없는 것이며, 오직 하나님께서 성령을 통해서 알게 하신다(2:10∼11). 하나님의 영을 받은 사람들은 이 지혜를 근거로 자신의 구원을 확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지혜를 전할 수 있게 된다. 지식의 말씀의 은사에서 말하는 ‘지식’도 이러한 하나님의 구원의 지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지혜와 지식의 말씀의 은사를 받은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의 지혜와 구원의 경륜을 능력 있게 전하게 된다.
사도행전 4장에는 성령의 충만함을 받은 후 베드로와 요한이 공회 앞에서 말씀을 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의 대제사장을 비롯하여 관리들과 장로들은 베드로와 요한이 담대히 복음을 전하는 것을 듣고 이상히 여겼다. 그들은 베드로와 요한을 “본래 학문 없는 범인”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성경을 풀어주면서 유창하게 말씀을 전하는 것을 듣고 놀랐던 것이다(13절). 이와 같이 어부였던 베드로와 요한이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설득력 있는 말씀을 능력 있게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지혜와 지식의 말씀의 은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도행전 2장이 증언하듯이 오순절 성령 강림 직후 베드로가 설교했을 때 3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회개를 한 것도 베드로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성령께서 베드로에게 지혜와 지식의 말씀의 은사를 부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와 교사, 전도자들은 말씀을 전하고 전도를 하기에 앞서 반드시 지혜와 지식의 말씀의 은사를 받아서 하나님의 말씀을 능력 있게 전하도록 기도해야 한다.
모든 교회는 사도행전적 교회가 되어야 하며 초대 교회에 나타난 성령 사역을 오늘날 재현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명은 성령의 능력 안에서 나타나는 강력한 말씀 사역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며, 강력한 말씀 사역을 위해서는 발성의 은사들 중에서도 지식의 말씀의 은사와 지혜의 말씀의 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은사가 9가지 은사들 중에 가장 먼저 언급된 것도 우선 말씀의 선포가 능력 있게 이루어져야만 교회 공동체가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신다(딤전 2:4).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기 위해서 교회는 끊임없는 기도와 헌신의 제사를 드려야 하며, 말씀 전하는 직분을 맡은 모든 지도자들 및 전도자의 사명을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지혜와 지식의 말씀의 은사를 더욱 사모해야 한다.
국제신학연구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