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 민장기 목사(엘림교회 담임) |
 이른 봄이 오면 진달래 꽃 만발한 뒷동산 자락에 산뜻한 연노란색의 기다란 2층 건물, 황토빛 넓은 운동장, 금빛 찬란한 세종대왕 동상, 담장처럼 둘러서 있는 키가 큰 포플러 나무들, 내 고향 초등학교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폐교가 되어 고목이 된 포플러가 자리를 지키고 잡초만 무성한데, 학생들의 소란스런 소리에 꾸중하시는 선생님의 훈시가 들려오는 듯 귀를 쫑긋 세워 보게 된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 초등학교 선생님은 소위 면단위의 유명인사로 예우를 받았다. 얼마나 존경을 받았던지 아버지는 자식 같은 선생님께 백화점 안내원처럼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곤 하셨다. 아버지의 겸손한 그 모습은 지금도 마음속에 아름다운 영상으로 남아 있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 즉 동일하게 존경받아야 마땅하다는 의미이다. 이 오래된 성어의 뜻처럼, 우리는 오래 전부터 스승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마음에 새기며 자라왔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가 성년이 되어 결혼을 한지 3년이 되던 그 해 이른 봄, 가장 존경하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과 사모님을 집으로 초대해 어린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들로 밤을 꼬박 지새운 적이 있다. 제자의 조그만 성공을 바라보시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며 등을 두드려 주시던 스승님의 손길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 배인홍 선생님은 세상과 이별 한지 20여 년이 지났어도 제자의 마음에 계신 듯 해마다 5월이 되면 문득 안부를 되묻곤 한다. 스승의 은혜가 하늘같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러나 작금의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교육은 국가의 중대한 정책 중에 가장 으뜸이다.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도 무너진다. 왜냐하면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교권이 붕괴되었다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신세계몰이 지난해 30∼40대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스승의 날에 선물할 대상으로 담임선생님보다 학원 강사를 더 선호한 비율이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뿐이랴, 스승의 날이 촌지의 날, 향응의 날로 변질되어 아예 스승의 날에 휴교를 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입시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 나오면 무엇 하랴! 가슴에 품은 스승의 참된 가르침 하나 없이 머리로만 살아갈 인생에 무슨 아름다움이 있겠는가!
이제라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선생님들은 자신이 존경받을 만한 참된 스승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 봐야 하며, 학부모들 또한 선생님을 입시를 위한 강사 정도로 격하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 봐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스승의 날이라는 뜻 깊은 기념일은 다시 본래의 취지와 의미를 되찾게 될 것이다.
사실상 교사는 어린이의 인격 형성과 자아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제2의 부모이다. 따라서 아이를 바르고 성숙한 인격체로 길러내기 위한 훌륭한 인격과 성품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제도적으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의 훌륭함에 자연스럽게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어 교단의 권위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스승이란 지식을 가르치는 강사가 아니라, 아이를 ‘사람’으로 길러내는 훈장(訓長, 훈육하는 어른)이다. 그래서 스승은 존경받는 어버이이자 임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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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5.12. am 11:05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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