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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아합왕의 성공과 실패

정치·경제 안정 이뤘어도 신앙 잃어 모든 것 실패 
신명기적 신앙사상… 야훼신앙 의해 왕 치적 평가


 북이스라엘의 왕들은 한분이신 하나님과 하나의 성전, 하나의 백성이라는 신명기적 가르침을 위반한 여로보암의 길로 행하여 모두 악한 왕들로 평가됐다. 아합왕은 그중에서도 더욱 악한 왕으로 기록되었는데, 그는 여로보암의 죄에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죄악을 더하였기 때문이다(왕상 16:30∼33). 그러나 놀랍게도 아합의 통치시절은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성장, 군사적 강성함을 모두 갖추고 있던 시기였다.

 군사적으로 아합은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북쪽의 아람에 대해 우위를 차지했다(왕상 20장 참조). 또한 성경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아합은 앗수르와 싸우기 위해서 뭉친 지중해 연안의 12개국 연합군에 가장 많은 2000대의 병거와 두 번째로 많은 1만 명의 보병을 파견했다. 이 연합군은 카르카르에서 앗수르와 싸워 큰 전과를 올렸으며, 최소한 앗수르의 영토확장 정책을 수년간 저지할 수 있었다. 또한 모압을 정복하여 봉신국가로 삼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아르논 강 이북의 영토에 이주시켰다(왕하 3:4).

 경제적으로 오므리 왕은 그의 아들 아합을 시돈(두로)의 엣바알의 딸 이세벨과 정략결혼을 시킴으로써 국가의 이익을 도모했다. 두로는 북이스라엘과의 교역을 통하여 부족한 농산물 수입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고, 나아가 북이스라엘을 경유하여 남쪽에 있는 나라들과도 교역을 할 수 있었다. 그와 반대로 이스라엘은 농산물을 수출하거나 두로를 통하여 다양한 교역을 할 수 있었다. 아합 시기에 이스라엘은 상당한 물질적 번영을 누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증거로 사마리아의 새 수도 건설을 들 수 있다. 오므리에 의해 착수되고 아합에 의해 완공된 사마리아는 당시에 견줄 것이 없는 탁월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상아 장식물을 많이 부착하여 국가적 부유함을 반영했다. 또한 오므리 왕가는 이스르엘에 있던 궁전을 보수하였고, 몇몇 중요한 도시들의 방어시설을 강화하였으며 450마리의 말을 수용할 마사를 갖춘 므깃도의 마굿간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아가서 국내외 정치적인 안정을 이룩한 것도 오므리 왕가의 업적이었다. 아합은 외교적으로 유다와 혼인정책을 통해서 남북의 평화시대를 이끌었고, 그 자신은 두로의 공주와 결혼함으로써 국제적 안정과 무역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국내적으로는 이스라엘 주민과 비이스라엘계 주민의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외양적으로나마 국민 화해의 시대를 이룩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군사적 강성함과 사회 경제적 안정과 풍요를 가져왔을지 몰라도 종교적으로 치명적인 위기를 가져왔다. 종교적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두로의 공주 이세벨이 시집오면서 바알 숭배를 공식화한 것이다. 북왕국에 바알 멜카르트와 아세라의 숭배가 허용되었고, 사마리아에 바알 신전이 세워졌다(왕상 16:32). 바알종교가 국가의 공식적인 종교가 되자, 일부 이스라엘 백성들이 저항하고 핍박을 받기도 하였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양다리를 걸치고 살아간 것 같다. 이 때 엘리야가 분연히 일어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야훼 신앙을 향한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왕상 18:21).

 아합의 통치는 정치와 경제, 외교, 군사에 있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의 평가는 단호하다. 그는 이스라엘의 이전 모든 사람들보다 야훼 보시기에 더욱 악을 행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외부적인 업적에 대해서 결코 언급하고 있지 않다. 기록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오직 엘리야와의 신앙 대결에 대한 부분이 상세하게 기록됐다. 그런 독특한 관점은 야훼신앙에 의해 왕의 치적을 평가하는 신명기적 신학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신앙의 실패는 모든 것의 실패라는 것을 성경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전반에 걸쳐 발전과 성공을 이루었을지라도, 그것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쇠퇴하게 하였거나 잃어버리게 했다면, 어떤 업적은 고사하고 크나큰 악을 행한 것이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마 16:26).


한상인 부목사(교육·개척담당)

 

기사입력 : 2013.04.28. am 11:2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