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딸의 장애 아픔 딛고 행복 찾은 네 모녀의 사랑 이야기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가정의 모습이라고 하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들이 함께하는 오손도손 행복한 가정이다. 남녀가 아름다운 교제를 시작으로 양가의 축복 속에 건강한 자녀를 잉태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그런 그림이다. 하지만 세상의 풍파와 여러 가지 일들을 겪다보면 그런 이상적인 형태의 가정과는 다른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상적인 가정이 아니라고 해서 행복하지 않을까.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가정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으로 변화된 과정을 소개해본다.

 “주님 안에서 우리는 하나”

 어머니 김지녀 집사는 혼자서 세 딸을 훌륭히 키워냈다. 첫째 딸 박경숙 성도와 둘째 딸 박경자 성도 그리고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 박경선 성도까지. 하지만 그 과정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마는 청바지 공장 식당 일부터 시작해서 온갖 일을 하며 세 딸을 뒷바라지했다. 그런데 막내인 박경선 성도는 크면서 더욱 더 어머니 김 집사의 사랑을 필요로 했다. 동네 아이들은 집에서 혼자 있는 그녀에게 연탄재를 던지거나 놀리는 등 괴롭힘이 심했다. 어머니 김 집사는 일이 끝나면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매일같이 부리나케 뛰어와야만 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언니들도 아이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막내가 안타깝고 늘 속상했다. 그러다 지친 김 집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소문을 들었다. 현실을 살아가며 받은 상처와 슬픔, 아픔이 가득했던 김 집사는 막내의 손을 잡고 치료의 권능이 임한다는 여의도순복음교회로 향했다. 마침 우리교회는 장애인대교구가 설립되어 장애를 갖고 있는 성도와 그 가족을 사랑으로 품고 있었다. 비슷한 처지와 아픔을 갖고 있는 장애인대교구 성도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아픔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면서 지친 삶을 바꾸어 주었다. 김 집사는 누구보다 사교적이고 활기차게 신앙생활 했다. 막내 박경선 성도와 당시 전도사였던 장상주 목사와의 인연도 이때부터였다. 장 전도사는 매주 토요일이면 혼자 있는 경선 씨를 위해 직접 집으로 찾아와 교회로 데려가 예배도 드리고 공부도 시켰다. 때로는 아이들의 괴롭힘이나 장난에서 구해주기도 했다. 자연스레 박경선 성도는 교회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토요일을 기다렸다.
 어머니와 막내는 신앙생활을 시작하며 교회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았지만 첫째 딸 박경숙 성도와 둘째 딸 박경자 성도는 세상에서 행복이라는 보물을 찾고 있었다.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하고 시작했다. 그러나 IMF사태로 인해 좌절과 실패가 계속되자 지친 자매들은 비로소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와서 변화를 체험하게 됐다.

 “막내는 우리 가정의 믿음의 씨앗”
 자매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물었다. 막내가 핸드벨 공연하던 때를 떠올렸다. 한 곡이 진행되는 동안 딱 한차례 지휘자 선생님의 신호에 맞추어 벨을 울리면 되는데 어머니와 언니들은 공연 당일 당사자보다도 긴장하고 있었다. 평소 낯가림도 심하고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도 처음이기에 혹시나 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내는 당연하다는 듯 제 타이밍에 핸드벨을 울렸고 다른 사람에게는 단 한번의 벨소리였지만 어머니와 언니들에게는 깜짝 놀랐고 가슴뭉클한 행복한 순간으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다.
 “아기가 말을 배워 가는 과정이 가슴뭉클하듯 경선이가 나아지는 모습에 변화되는 과정에 큰 감동과 기쁨이 있어요. 사소한 기쁨이지만 가족이 함께 공유하면서 하나됨을 절실하게 느끼게 돼요. 동생은 우리가정의 믿음의 씨앗이라고 당당히 고백할 수 있어요”
 분명 이전의 경선이는 가족들에게는 큰 고민이었다.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경선이를 먼저 생각해야만 하니 어쩔수 없이 경선이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달라지는 경선이의 모습을 통해서 이제는 경선이 때문에 가족이 하나가 되고 경선이 때문에 웃는 행복한 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고백한다.
 
 “우리에게 닥친 고난이 곧 축복”

 “우리의 약함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주권을 알게 됐어요. 집안의 기둥이었던 어머니가 2010년 심장에 이상이 있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우리 모두가 하나님만 의지하지 않으면 안됐어요”
 2010년 어머니의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 심장비대증을 비롯해 다양한 합병증으로 심장이 제대로 활동을 못해 약물을 투입해 억지로 심장을 뛰게 만들어야만 했다. 병원을 옮기며 당양한 검사와 약물치료를 시도했지만 갈수록 상황은 나빠지기만 했다. 심지어 너무 많은 약물을 투여해 혈관마저 막혀 치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박경숙 집사와 박경자 성도는 하던 사업을 접고 아픈 어머니와 막내를 돌보아야만 했다. 막내 경선이도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세 자매에게 어머니의 병환은 예상하지 못한 커다란 풍파의 시련이었다.
 “상황이 안좋아질수록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하지만 주님을 볼 때 포기하는 것이 주님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기도 중에 주님이 분명한 음성으로 ‘너는 왜 끝이라고 하느냐’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에 번쩍 정신이 들었죠. 주치의에게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죠. 그 때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주치의는 처음으로 심장이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죠”
 사실 심장이식은 어려운 일이었다. 심장기증자가 있어야 가능했고 심장의 크기나 건강상태 등 여러 가지 요건이 들어맞아야만 했다. 그런데 정말 기적처럼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증자가 나타났고 심장사이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식수술이 진행됐다. 만 하루가 걸려서야 어머니 심장이식 수술이 끝이 났다. 심장이식 수술만 하면 건강해진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이틀이면 깨어난다는 의사소견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4일이 지났지만 의식이 없었다. 세 딸은 기도했다. 경선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어머니를 회복시켜달라고 기도했다. 장애인대교구에서도 어머니를 위해 중보기도했다.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는 어머니를 보면서 저 작은 몸에서 심장을 꺼내 다른 심장을 이식하고 많은 호스들을 통해 약물이 투입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요”
 수술을 한지 5일째 되던 날 김 집사가 드디어 눈을 떴다. 어머니의 회복은 이 가정에 행복의 신호탄이 되었다. 눈물의 기도는 감사의 기도가 됐다.
 “우리 가정은 주님안에서 행복한 가정이예요. 우리가 주님을 몰랐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어머니의 병환을 계기로 ‘고난이 축복’이라는 의미를 깨닫게 됐어요. 생명의 소중함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됐어요”
 이들의 가정은 신앙의 뿌리를 견고하게 내리고 성장통을 거쳐 행복과 기쁨의 꽃망울을 맺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어머니의 막대한 수술비며 생활비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생각지도 못한 인도하심을 통해 필요한 만큼을 꼭 채워주셨다. 신기하게도 사업을 하며 돈을 벌기 위해 발버둥치던 때보다 일은 적지만 도리어 넉넉하게 채워주셨다. 심지어 오랫동안 갈망하던 장막도 허락하셔서 어머니와 세 자매가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새 아파트로 인도해주셨다. 막내도 큰 일을 겪으면서 느낀게 많았는지 매사에 스스로 하려고 한다. 장애인대교구 사랑의 교실에서도 늘 도움만 받던 경선이는 이제는 자기보다 몸이 불편한 남을 도우려고 노력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성도들을 돕는 등 달라진 경선이의 행동은 장애인대교구에서도 다른 장애인 성도 가정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또한 이 가정의 신앙고백은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
 “삶을 바라봄에 있어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단지 주님의 허락 안에서 주님만 바라보며 살기로 작정했어요. 주님을 사모하고 그 열정을 계속 이어가는 중에 가족이 항상 영육간에 강건하길 기도하며 나아갑니다”

글·복순희 정승환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