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신세계에 들어갈 것인가

각자가 꿈꾸는 신세계는 달라도 너무 달라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만이 천국 소유 가능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존(John)은 이렇게 외친다. “아아, 얼마나 신기한가! 여긴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군요! 오,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멋진 신세계여!”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도 나오는 대사다. 영화 ‘신세계’(2013년作)에 등장하는 세 남자의 신세계는 각자 다르다. 마치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의 생각이 각자 달랐듯이 말이다.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경찰청 수사 기획과 강과장(최민식)은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이 기업형 조직으로 세력이 점점 확장되자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에게 잠입 수사를 명령한다. 그리고 8년이 지나, 이자성은 골드문의 2인자이자 그룹 실세인 정청(황정민)의 오른팔이 되기에 이른다.

 강과장(최민식)이 꿈꾸던 신세계는 ‘조직폭력배가 없는 세상’이 아니다. 그의 고백대로 조폭이 사라지면 어느 누군가가 또 그 조직을 접수한다. 그러므로 강과장은 ‘제거’함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조종되어지는 조직’ 곧 콘트롤 할 수 있는 신세계를 만들고자 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경찰의 임무는 검은 조직을 무너뜨리고 범법자를 잡아들여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변형된 자신만의 신세계 구축은 강과장의 ‘신세계 프로젝트’ 선언대로 절반의 성공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시 백성들은 ‘호산나’를 외쳤다. 로마의 압제로부터 자신들을 구출해 신세계로 인도해줄 왕으로 예수님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면 바리새인, 사두개인, 서기관들의 생각은 그들과 달랐다. 자신들의 명예와 위치를 보장해주는 선에서의 신세계를 원했기에 그들의 선택은 빌라도의 신세계와 동일선상에서 야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브라더는 그냥 딱, 이 형님만 믿으면 돼야!” 골드문 회장이 갑자기 사망하자, 강과장(최민식)은 후계자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신세계’ 작전을 설계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후계자 전쟁의 한 가운데, 정청(황정민)은 8년 전, 고향 여수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친형제처럼 모든 순간을 함께 해 온 자성(이정재)에게 더욱 강한 신뢰를 보낸다.

 정청(황정민)은 단순하지만 정감이 넘치는 캐릭터이다. 흔히 느와르 장르에서 홍삼엑기스처럼 뽑아낼수 있는 ‘의리’가 있는 인물이다. 특히나 아끼는 자성(이정재)에게 쏟는 애정은 친형 이상이다. 하지만 그 부분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자성에 대한 신의와 사랑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애초부터 신세계를 꿈꿀 수 없었다. 정청(황정민)은 야심이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쉽사리 그 야욕을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자성(이정재) 앞에서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까지 보인다. 정청(황정민)이 꿈꾸는 신세계는 어떤 것이었을까. 흔히 남자들끼리는 대화없이도 친해지는 방법이 있다. 목욕을 같이 하는 것이다. 여자들이 수많은 단어의 조합을 통해서 마음이 통한다면 남자들끼리는 자신의 알몸을 보여줌으로 적군이 아군으로 변하는 기적을 체험한다. 재미있는 것은 흔히 조폭영화에서 나오는 목욕씬이 이 영화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둘의 사랑은 필레오 형제 사랑을 넘어선다. 다윗과 요나단이 그런 사이였을까. 의리가 모든 문제에 해답이 될수는 없다. 더구나 그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정당치 못한 수단과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정청(황정민)과 자성(이정재)은 해피엔딩할 수 없었다. 신세계 프로젝트도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약속 했잖습니까… 이번엔 진짜 끝이라고” 한편, 작전의 성공만 생각하는 강과장(최민식)은 계속해서 자성(이정재)의 목을 조여만 간다. 시시각각 신분이 노출될 위기에 처한 자성(이정재)은 언제 자신을 배신할 지 모르는 경찰과, 형제의 의리로 대하는 정청(황정민)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이정재가 연기한 자성이라는 인물은 선과 악의 중간에 서있다. 경찰과 조직폭력배라는 이중신분을 갖고 있다. 태생은 경찰인데 생활이 폭력배이다보니 몸도 마음도 악(惡)해진다. 스스로 깨닫지 못할 정도로 조직생활에 빠른 속도로 익숙해진다. 우리 또한 하나님의 자녀라는 확실한 신분이 있음에도 너무나 자주 세상쪽에 기대어 살지 않았는가. 삶의 모습도 언어조차도 세상문화에 푹 빠져있다. 신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악세사리가 자성(이정재)의 ‘시계’다. 표나는 짝퉁 시계 선물에 코웃음을 치던 그가 정청(황정민)이 남기고 간 시계 선물에 마음이 바뀐다. 선(善)을 대변하는 경찰조직이 도리어 자성(이정재)에게는 올무가 된다. 원칙만을 강조하고 사람을 이용하려는 조직의 비인간적인 조치들이 자성(이정재)을 코너로 몰아간다. 율법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유산이다. 그러나 그 율법이 믿음생활에 족쇄 역할, 아니 상대방을 정죄하는 도구가 된다면 그것은 또다른 악(惡)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신세계에 대해 분명히 알려준다. 선과 악 사이에서 방황하거나 잘못된 충성으로 위험한 실험을 하는 것 자체가 신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마태복음 18장에서는 천국에서 누가 크냐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어린아이 같은 심령이 천국의 주인공이라면 가장 가까운 인물은 정청(황정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 명의 남자는 다 신세계와는 멀다.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만이 신세계인 ‘천국’에 다다를 수 있다. 

칼럼니스트 push9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