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번영, 성전·왕궁 건축에서 절정
그러나 불순종해 40년 영화 순식간 사라져
순종의 축복과 불순종의 심판 선명하게 보여줘

 솔로몬은 인류 역사 3천년 기간 동안 가장 영화롭고 지혜로운 삶을 산 왕으로 말해진다. 부귀영화로 말하자면 페르시아 제국과 로마제국을 비롯한 대제국들의 황제들이 훨씬 더 많이 누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서남쪽 끝자락에서 통치하던 소국의 왕이 부귀영화의 대명사가 된 것은 성경의 위력에 있다. 그것은 순종하면 복을 받되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아니하고, 많은 민족에게 꾸어줄지라도 꾸지 않게 된다는 약속의 실현이다.

 열왕기상 3장에서 11장까지는 솔로몬에 대한 역사기록이다. 그 기록은 명백하게 순종과 불순종의 구조에 의해 형성되었다. 먼저 3장부터 10장까지는 하나님에 대한 순종으로 인해 솔로몬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나라가 견고해지고 부강해져서 유다와 이스라엘 인구가 바닷가의 모래 같이 많게 되었으며, 백성들이 먹고 마시며 즐거워했다. 솔로몬의 영토는 북쪽으로 유프라테스 강 건너편인 딥사에서부터 남쪽으로 가사까지 이르렀고, 그 지경을 모두 관할하므로 사방에 평화가 임했다. 당시에 문학과 예술도 크게 발전하고 융성하여서 솔로몬은 잠언 삼천 가지를 말하였고 그의 노래는 천 다섯편에 달했다.

 솔로몬의 번영은 성전 건축과 왕궁 건축에서 그 절정에 달했다. 솔로몬은 두로에서 백향목과 잣나무 등의 목재를 수입했고, 히람과 같은 전문 장인을 초빙해 각종 기구를 만들었다. 7년에 걸쳐 완공한 하나님의 성전은 외부의 구조나 내부의 장식이 지극히 아름답고 영광스러웠다. 또한 13년 동안 화려하게 왕궁을 건축했고, 하솔과 므깃도와 게셀 등지에 국고성과 병거성, 마병의 성들을 건축했다. 솔로몬 시대의 풍요로움이 극에 달해 왕이 마시는 그릇들이 금으로 되었고, 은을 귀히 여기지 아니했다. 이와 같이 솔로몬이 부귀영화를 누리며 국가의 번영을 이룩한 이유는 하나님께 대한 순종과 믿음 때문이었다.

 반면에 열왕기상 11장에는 솔로몬의 불순종과 심판이 기록되었다. 그의 영화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것은 칠백 명의 후궁과 삼백 명의 첩들이 왕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기 때문이다. 솔로몬의 여인들이 그를 우상숭배의 길로 이끌어갔고, 그의 마음이 다윗 같이 온전히 야훼를 따르지 아니한 것이다. 결국 나라가 분열되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되었으며, 에돔 사람 하닷과 수리아의 르손, 역군의 감독이던 여로보암의 반란을 맞게 되었다. 솔로몬의 40년 부귀영화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국가는 재정 파탄과 국론분열, 주변 국가들의 반란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솔로몬 시대가 이상적인 시대가 아니었다는 것은 솔로몬이 죽은 후에 백성들이 그 후계자 르호보암에게 드린 간청에서 알 수 있다. 그들은 솔로몬이 그들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므로 그것을 가볍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구약학자 월터 브루지만은 구약에는 대표적인 두 가지 의식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기존의 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대안의식이며, 다른 하나는 전통과 질서를 존중하고 보존하려는 왕권의식이다. 솔로몬 시대는 풍요경제로 주도하던 왕권의식이 주류를 이룬 시대였다. 그 때에도 당연히 힘들고 가난하고 억압받던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솔로몬 시대에는 그들의 고통과 기존질서를 변화시키려는 대안의식이 풍요 속에 묻혀 버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솔로몬의 배교와 더불어 그 모든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순종과 불순종의 신명기적 가르침에 의해 역사를 기술하던 성서기자는 그런 일들을 실제 일어난 연대순서에 상관없이 솔로몬의 배교 이후로 배치했다. 그래서 솔로몬을 읽으며 순종의 축복과 불순종의 심판을 선명하게 깨닫게 하였다. 솔로몬의 순종이 우리에게 믿음을 북돋아주고, 솔로몬의 불순종이 우리에게 경고를 주게 한 것이다. 복잡한 솔로몬의 인생사와 왕국의 역사를 그토록 간단명료하게 순종과 불순종의 관점으로 이해하게 하는 능력은 결코 사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다. 그 위대한 하나님의 지혜의 부요함에 대해 영광과 찬양을 올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