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

김해성 목사, 절망에 빠진 3남매를 희망으로 인도
신앙 안에서 자라며 ‘씩씩하게’ 꿈을 키워가고 있어
피부색은 달라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황씨 3남매

 ‘2011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열한 살의 한 어린이가 예배 중보기도 순서에서 어린이들을 대표해 기도했다. 어린이는 “피부색이 달라서 친구들의 놀림을 많이 받았다”는 고백을 시작으로 담담한 목소리로 “엄마가 2년 전 돌아가셨다. 뒤따라 아빠도 작년 겨울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대성전 곳곳에서 안타까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이의 기도는 계속됐다.
 “우리 3남매는 화도 내고 울기도 했지만 그러다가 기도했어요. 지금은 예수님께서 멋진 목사님을 보내 주시고 함께 사는 집도 만들었어요. 예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예수님, 다시 사신 것을 축하드려요. 우리도 부활하면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이제 울지 않을 거예요. 씩씩하게 열심히 생활하겠어요. 부활하신 예수님을 열심히 전하겠어요!” 

 이 기도의 주인공은 지구촌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황성연이다. 성연이는 가나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에서 태어난 3남매 중 막내로 현재는 김해성 목사가 입양, 누나 황도담, 형 황용연과 함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사)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는 “10여 년 한국에서 살았지만 국적조차 획득하지 못한 채 죽어간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나에게 도움을 받고자 아버지와 아이들이 나를 찾아 왔다.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지만 연이어 아버지도 세상을 떠나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내가 맡아 키우기로 했다”며 아이들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제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김 목사는 이미 부모를 잃고 삶의 희망도 기쁨도 잃어버린 아이들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 때 떠올린 것이 바로 꿈이었다. 아이들의 꿈을 살려준다면 삶에 대한 애착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그리고 기쁨도 찾아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김 목사는 둘째 용연이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용연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예상치 못한 용연이의 대답에 깜짝 놀라면서도 함께 기도해보자고 말했다.
 “그런데 참 우리 하나님은 정말 멋진 분이세요. 그 이야기를 들은 지 얼마 안돼 유명 영화감독이 다문화가정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며 아역배우를 추천해달라고 했어요. 당연히 용연이에게도 기회가 돌아갔죠. 대본을 가져다주니 열심히 외우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오디션 있는 날 영화사에 가는데 용연이 손에 대본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물었더니, 다 외웠는데 대본이 왜 필요해요라며 저에게 되묻는 거예요. 실제로 오디션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고 용연이는 기대 이상의 연기를 선보이며 당당히 영화오디션을 통과했죠”

 그렇게 용연이가 출연한 영화가 바로 올해 초 개봉한 ‘마이 리틀 히어로’다. 용연이는 깨알같은 코믹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주연 못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누나 도담이는 모델이 꿈이다. 훤칠한 키를 갖고 있기에 모델이 어울리지만 3자매 중 맏이이기에 ‘혼혈’ 혹은 ‘다른 피부색’을 이유로 받은 차별과 아픔, 고통 등 다른 동생들보다 먼저 겪어야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무너진 꿈을 다시 재건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은 도담이에게도 선물을 주셨다. 바로 도담이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 장윤주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세계적인 모델인 장윤주가 “한국사회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아닌 최고의 장점이다”라는 조언에 도담이는 화가나면 폭식하던 습관도 고치고 모델이 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막내 성연이는 지구촌국제학교에서 열린 총학생회장 선거에 입후보했다. 학교 특성상 다양한 아이들이 입후보했는데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같은 피부색의 아이 쪽으로 선거 분위기가 기울어졌다. 한국말도 서투르고 선거를 처음 접한 성연이에게 선거유세는 생각이상으로 힘들었다. 투표를 앞둔 마지막 연설에서 성연이는 오바마 미국대통령을 언급하며 “오바마 대통령 같은 학생회장이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라며 아이들을 설득,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뒤엎고 당당하게 학생회장에 선출됐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성연이는 학생회장이 되자마자 일간지 기자들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 대통령님, 제가 만나러 갈 순 없지만 대통령은 언제든지 저를 만나러 오실 수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해 전세계의 뉴스에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김해성 목사의 목표처럼 꿈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됐다. 그리고 아이들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중이다.

 “아이들의 변화는 제가 만든 것이 아니예요. 모두 하나님이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알려주고 느끼게 해준 것이 제가 한 일의 전부입니다. 국제학교를 설립하면서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정부지원이 없었고 건물임대도 안되고 무조건 구입을 해야만 했어요. 돈이 없으니 백방으로 노력해봐도 스트레스만 받고 그만 병원에 입원까지 했어요. 그런데 참 재미있어요. 사람의 노력으로 아무리 애써도 안되는 것들이 제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병원에 누워있으니까 다 해결됐어요.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을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됐죠. 내가 잘나서 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고 나는 일꾼에 불과한 거죠. 그렇게 저의 착각을 깨트려 주셨어요”

 김해성 목사는 현재 국제학교를 비롯해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병원 등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모르는 슬픔과 아픔을 갖고 있는 이웃들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연쇄방화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10대 소년 역시 ‘혼혈’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아이였다.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는 돌연사, 집 나간 자신을 찾으려다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신 할머니까지 그에게 세상은 분노와 미움만 가득했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것이 그의 유일한 해방구였던 것이다. 그런 그를 품기 위해 김 목사는 국회의원들에게 탄원서를 보내 선처를 부탁했다. 김 목사는 그와 그의 동생까지도 예수님의 사랑으로 품고 꿈을 선물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단일민족의 깃발을 내리고 다민족 국가, 다민족 사회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할 때입니다. 그 중심에는 분명히 예수님의 사랑이 있고 꿈과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그 사랑의 롤모델이 되길 희망합니다”

글·정승환 / 사진·김용두 / 편집·김성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