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우리는 흔히 한 해 이루어지길 소망하는 내용을 빼곡히 적어 본다. 그 가운데에는 바람대로 이루어진 일도 있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정된 일도 있다. 만약 매순간 우리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졌다면 지금 나는 최고의 삶을 살고 있을까?

 과거 대학교를 자퇴한 자녀를 둔 부모님을 상담했던 인상 깊은 사례가 있다. 자녀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친구들, 선생님과 관계가 좋지 않아 부모와 상의 끝에 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보았다. 그 후 청년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친척이 사는 지역 지방교대에 입학하게 되었고 교사의 꿈을 꾸며 잘 지내는 듯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는 자녀의 미니 홈피에서 대학 친구들과 이별파티를 한 사진을 보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을 자퇴하고 서울 집으로 올라오겠다는 자녀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잠시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민감한 시기에 잘 극복하고 이제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녀를 인격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스스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다. 자녀가 한 가지만 생각하고 다른 것들을 고려하지 않을 때 부모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떠한 것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지 자녀와 이야기 나눠 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요즘 부모님들은 “걱정스럽지만 자녀가 저렇게 고집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며 손을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부모 마음 안에는 자식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많은 충돌의 경험이 있을 것이고 마음 고생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러한 시간을 통해 자녀를 지도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는 법을 더 단련해 왔는지도 모른다.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 아이가 과자나 사탕을 많이 먹는 것이나 게임을 너무 오래 하는 것, 밤늦게 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것 등 아이들이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욕구에 대해 어느 선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조절해야 하는지 몰라 힘들어 한다. 이러한 부모님들의 경우 자신의 어린 시절 부모님이 너무 일방적이거나 강압적이어서 상처를 받았고 ‘나는 부모처럼 되지 않겠다’는 결심에서 자녀의 자율권을 너무 많이 허용하게 되었거나 부모님의 생활이 바빠 어린 시절부터 무엇이든 혼자 결정하고 책임져 왔던 탓에 자녀를 어떻게 가이드 해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서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의 온전하지 못한 결정을 따라가게 될 경우 아이들은 어느새 고집이 세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이 세상에 조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주변의 다양한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묻고 여러 정보 안에서 좋은 결정을 내리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은 자녀를 인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탄탄한 중견 기업에 다니던 한 청년은 인터넷 사업을 하겠다고 30대 초반 직장을 그만두었다. 사업 초반에는 그 나이에 벌지 못하는 많은 돈을 벌어보기도 하고 시간사용과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그러다 결혼을 해서 아내와 함께 사업을 하게 되었고 아내가 임신을 하며 사업을 더 이상 같이 해 줄 수 없게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시장이라 이 청년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많은 적자를 안은 채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30대 중반에 취업할 곳도 마땅히 없어 지금은 새로 시작하는 다른 인터넷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님은 너무 이른 나이에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자녀를 반대했지만 이 청년은 자신의 뜻대로 사업을 시작했었다. 그는 사업수완도 좋았고 영리했지만 자신이 사업을 꾸려나갈 만큼 충분한 경험을 쌓지 않은 채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여러 사람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우리가 어떠한 일을 하던 누군가와 소통을 잘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소통의 시작은 경청이고 이해다. 우리가 말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듣고 이해하기를 먼저 습득하는 것처럼 혼자 걷기에 앞서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던 시간이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안전하고 안정되게 하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 이것은 비단 어린 아기 뿐 아니라 장성한 어른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앞서 소개한 대학을 중퇴한 청년처럼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20세가 넘어도 부모와 상의하고 심사숙고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배우자를 선택하거나 직장의 이동과 같은 크고 작은 인생의 결정에서 부모나 인생의 대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 의견을 나누며 내 생각과 시각을 깊고 넓게 개발해 가는 것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성장과 성숙을 돕는 소중한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자녀와 소통하기 >

① 그림 속 대화풍선에 대화내용을 적어 보세요.
② 자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③ 부모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④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즉시 들어주지 않고 결정을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 이렇게 해 보세요

 자녀들이 원하는 것 중에는 부모세대가 보기에 너무나 중요하지 않고 사소한 내용들이 많다. 공원에서 만난 강아지를 데려다가 키우겠다고 하거나 공원에서 더 놀고 싶다고 하거나 움직이기 싫다고 공원은 추워서 나가기 싫다고 하는 등 아이에게 유익하지 않은 결정으로 고집을 부릴 때 부모님은 아이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며 좋은 결정으로 기꺼이 마음을 옮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관심 있는 강아지를 어머니도 잠시나마 관심을 보이며 강아지가 공원과 우리 집 중 어디를 더 좋아할지 생각해 보는 것으로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문제는 강아지를 키우고 안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결정하는 과정이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이 아니라 부모 마음대로라고 느껴질 때 자녀가 고집을 피우고 부모와 힘겨루기를 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김수정심리발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