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이 있어 행복한 가정>
“음악을 통해 온 가족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4대째 이어오는 신앙 가문, 3대째 음악으로 주 사랑 전파
윤학원 장로 ‘지휘 인생 51년’ 살아온 지난날이 은혜
부친 영향으로 윤의중 교수 탁월한 음악적 감각 소유
두 사람을 보면서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한국합창계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윤학원 장로(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의 올해 나이는 75세. 그는 세계 최고로 키운 인천시립합창단을 18년째 이끌고 있다. 그리고 집이자 강의 및 연습실인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 코러스센터에서 지휘·작곡 아카데미를 진행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바쁜 일상이지만 윤학원 장로는 3400명의 친구와 맺어있는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 음악 거장들과 소통한다. 유튜브를 통해 세계 다양한 공연들을 접하고 음악적 새로움을 시도하고 있다. 너무 바쁜 나머지 아내의 시샘을 받기도 한다.
윤학원 장로의 아내는 성악을 전공했다. 연세대 교회음악과 동문인 아내는 윤학원 장로가 한국 합창계 거장이 되도록 도운 숨은 공로자. 가족의 헌신이 없었다면 윤학원 장로는 선명회어린이합창단 34년, 인천시립합창단 18년, 중앙대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 25년, 영락교회 성가대 지휘 40년 등 합창지휘 51년의 경력도 없었을 것이다.
“항상 가족에게는 미안했어요. 한 번은 해외로 넉 달 동안 장기 공연을 간 적이 있는데 귀국하는 날 공항에서 아이들을 안아주니 ‘엉엉’ 우는 겁니다. 너무나도 보고 싶어 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낯설어서 우는 거였더라구요”
합창을 지휘하는 아버지와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두 자녀는 윤의중 교수(한세대)와 윤혜경 지휘자. 윤의중 교수는 음악인의 엘리트 코스라 불리우는 예원중·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 그리고 미국 신시네티 대학을 나왔다. 윤의중 교수는 현재 창원시립합창단을 이끌고 있으며, 8년 째 여의도순복음교회 주일2부 베들레헴성가대를 지휘하고 있다. 또 대를 이어 서울레이디스싱어즈를 맡고 있다.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윤의중 교수는 예원고 시절 합창대회에서 지휘를 맡아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합창 지휘의 매력에 빠져 결국 신시네티대학에서 합창지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피아노를 전공했던 딸 윤혜경도 후에 지휘를 공부하고 현재 국제학교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윤의중 윤혜경 두 자녀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 윤학원 장로가 이끈 선명회 합창단을 따라다니며 연주했다. 합창단원들과 똑같이 합숙 훈련을 받으며 엄하게 자란 두 자녀는 자연스럽게 가업을 잇는다는 생각에 음악 인생을 받아들였다. 윤의중 교수 아내 역시 오르간을 전공한 음악인. 윤 교수의 장인과 장모는 윤학원 장로 부부와 연세대 교회음악과 동문이기도 하다.
윤학원 장로의 사위만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사위 역시 성악가 못지않은 달란트를 가지고 있어 가족 모두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 안에서 같은 생각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자녀들은 윤학원 장로를 중심으로 인근에 모여 산다. 그래서 윤학원 장로가 이끄는 서울코러스센터 연습실은 가족의 친교모임 장소. 지난 크리스마스때는 윤학원 장로의 손자손녀가 모여 아카펠라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윤학원 장로 윤의중 교수 가족은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한번 정도는 온 가족이 캠프를 떠난다. 가족이 주로 찾는 단골 여행지는 충남 대천 해수욕장. 윤학원 장로는 “가족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말한다.
함께 지휘를 하는 윤학원 장로 윤의중 교수 부자에게 의미 있었던 무대는 언제였을까. 두 사람은 2008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아버지와 아들, 합창 배틀’ 공연을 꼽았다. 윤학원 장로가 이끄는 인천시립합창단과 윤의중 교수가 이끄는 창원시립합창단간 대결형식의 공연이었다.
윤학원 장로는 공연하면서 아들이 이끄는 창원시립합창단의 월등해진 실력에 박수를 보냈다.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의중이는 지휘를 정말 잘합니다. 아주 정확하죠. 그 아인 자신에게 맡겨진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어요. 얼마 전 미국 지휘자가 아들을 칭찬하면서 미국에서 잘하는 지휘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버지로서 뿌듯하죠”
윤학원 장로 가정은 4대째 신앙을 이어가고 있는 믿음의 가문이다. 무엇보다 주님을 향한 삶의 열정을 중요시하는 윤학원 장로는 아들 윤의중 교수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성가대 지휘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자양교회 성가대를 이끌던 아들이 여의도순복음교회로부터 요청을 받았을 때 그는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들의 뒤를 이어 현재 자양교회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윤학원 장로는 ‘역세습’이라고 농담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진 음악가 집안. 이제 이 가정은 3대로 이어지는 음악 명문가를 준비하고 있다. 윤의중 교수 아들인 윤석원 군이 얼마 후면 미국에서 오디션을 받을 예정이다. 윤의중 교수는 “석원이 역시 지휘자를 꿈꾸고 있는데, 우리와는 달리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공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손자 석원이의 결정에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할아버지 윤학원 장로. “뒤늦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향상이 빠르다. 좋은 지휘자로 클 아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새로운 시도로 50여년 간 합창계를 이끈 윤학원 장로는 “지금까지 지내오며 음악의 즐거움과 새로움을 국내는 물론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라고 간증했다. 하나님이 주신 지혜가 없었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는 윤학원 장로.
KBS ‘남자의 자격’에 나와 음악가 김태원의 멘토로 알려지면서 이제 어딜 가든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윤학원 장로는 “그 덕에 여러 곳에서 합창 관련 프로그램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 기회를 통해 합창이 주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음악으로 주님을 알리는데 힘쓰고, 입시로 인해 사라진 학교 합창을 부활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가 있어 앞으로 10년 이상 음악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들 의중이와 함께 계획들을 이어가야겠죠. 그 후에는 우리가 추구해왔던 음악, 즉 많은 이들이 음악을 통해 행복해지고 주님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는 음악을 아들이 완성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가정에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