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준혁이의 행복 ''주산이 가장 재밌어요''

교회 선생님의 헌신적 가르침 열매
배운지 2년 각종 대회에서 수상
난청 있지만 주산으로 집중력 길러

 오늘의 주인공 박준혁 어린이는 생글 생글 웃음을 발산하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여느 7살 남자 아이들이 그렇듯 호기심은 충만하고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뿜어대기 바빴다.

 바로 그때 또다른 주인공 이남숙 선생님이 “준혁아 우리 주산문제 풀어볼까?”라고 제안을 했다. 준혁이는 “네”라고 신나게 외치며 정자세를 갖추고 앉았다. “자. 털고 놓기를 10원이요, 57원이요…” 선생님의 문제 내는 소리에 맞춰 허공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선생님이 문제 내기를 멈추자 아이는 이내 답을 외쳤다. “정답! 잘했어요” 선생님의 칭찬에 준혁이는 집중하느라 굳었던 표정을 풀고 다시 생글거리기 시작했다. 몇 번을 반복해도 준혁이는 정답만 말했다. 두 사람의 모습은 공부가 아닌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신없이 천방지축 뛰어 다니는 모습만 보다 준혁이가 주산을 하며 눈빛부터 달라지는 것에 주변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이남숙 선생님은 “주산은 집중을 해야 문제를 풀 수 있어요. 산만한 아이들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자세를 바르게 하는데 도움이 되요. 준혁이도 처음보다 많이 차분해졌어요. 허리를 세우고 앉는 자세부터가 달라요. 인내심과 집중력을 기르는데 주산만큼 좋은 게 없죠”라고 말했다.

 7살 준혁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암산과 주산이다. 일부러 주산을 가르쳐야겠다거나, 주산에 대한 정보도 없었던 준혁이 부모님이었지만 동작성전에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거나 입학예정인 아이들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재능교실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준혁이를 주산반에 보냈다. 주산반에서의 하루하루가 쌓이며 생각지도 못한 큰 효과를 보게 됐다. 처음에는 교회에서 하는 무료교실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헌신적인 이남숙 선생님의 교수법과 아이들의 호응에 동작성전의 큰 자랑이 됐다. 그중에서도 준혁이는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전국, 국제 등 각 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처음부터 주산을 잘한 것은 아니었다. 준혁이는 2년 동안 (사)한국주산협회가 주관하는 연산능력평가시험을 통해 13급부터 차곡차곡 급수를 높여 현재 9급까지 자격증을 취득했다. 유치원생이지만 구구단도 거침없이 왼다. 이남숙 선생님은 “워낙 빠른 속도로 자격증을 땄어요. 준혁이가 8급 문제도 푸는데 이 정도 실력이면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해가 바뀌면 학교에 들어가는데 학교 수업도 잘 따라가는 것은 물론 수업에 대한 집중도도 높을 거예요”라고 기대를 전했다.

 최근 창원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는 동상을 수상했다. 800여 명이 응시한 이 대회에는 홍콩, 중국, 일본의 학생들도 참가했다. 유치부와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중 10급 이상 자격증이 있는 학생들만 응시가 가능한 시험이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열린 대회라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린 준혁이에게 무리지 않을까 했지만 준혁이는 “기차 타는 게 재미있었어요. 또 타고 싶어요”라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전국 주산 암산대회와 지역 대회에서도 참가하면 기어코 상을 받아왔다. “주산을 하면서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상을 받는 게 좋아요”

 매우 밝은 모습이지만 준혁이에게는 난청이라는 어려움이 있다. 청력이 다른 아이들의 3분의 2 정도로 올해 초 정확한 진단을 받았다. 현재 양쪽 귀에 청력을 높이는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일주일에 3일 정도 미술, 음악, 인지, 언어, 청능에 대한 치료와 훈련을 병행 중이다. 어릴 때부터 준혁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할머니는 놀 때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것을 그냥 놀이에 빠져 있어 잘 못 듣나 보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했다.

 호기심 많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준혁이는 주산 외에도 다른 배움도 놀이처럼 받아들인다. 토요일이면 재능교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 주산, 일본어, 영어를 공부한다. 사교성과 붙임성이 좋아 친구들 사이에서도 단연 인기 최고다. 할머니 조복덕 권사는 준혁이가 수업에 집중하는 시간동안 재능교실을 계기로 교회에 오게 된 학부모들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한다.

 할머니 입장에서 준혁이의 청력이 약해 혹시나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는 순식간에 불식됐다고 한다. 조복덕 권사는 “준혁이가 조금 산만하지 않나 싶었는데 주산을 하면서 그런 마음이 사라졌어요. 무엇보다 아이를 품에 안고 헌신적으로 가르쳐 주시는 이남숙 선생님으로 인해 든든함을 느껴요. 재능교실 방학 때는 집으로까지 오셔서 수업을 해주셨을 정도세요”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남숙 선생님은 신앙 안에서 두 자녀를 키우면서 자녀들에 대한 소망을 담아 하나님께 봉사하겠다는 서원 기도했다. 그 약속를 지키기 위해 재능 봉사를 하게 되어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제가 받은게 더욱 많은 걸요.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이미 장성한 제 자녀들에게도 복이 넘쳐요. 또 교회에서 아이들을 더 잘가르치기 위해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수업 인턴교사를 했는데 학교 측에서 정식 채용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죠. 내년에는 토요일 뿐 아니라 수요일에도 교회 아이들을 가르칠 계획이에요. 모두다 준혁이처럼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에요”  

 준혁이가 이루고 싶은 꿈과 어른이 되어서 하고 싶은 장래 희망을 물었다. “내년에도 전국대회에 나가서 꼭 또 상을 탈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그냥 과학자 말고요. 수학을 잘하는 과학자요” 

글·복순희 / 사진·정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