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은 사랑입니다. 희망을 나누겠습니다”

30년 넘게 헌신하며 사명 감당
헌신된 구세군 양성에 매진

 겨울이면 쉽게 볼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 빨간 자선냄비 곁에서 종을 치며 나눔을 독려하는 구세군은 1908년에 시작돼 지금껏 ‘나눔과 사랑’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구세군을 양성하는 구세군사관학교는 1910년 ‘구세군 성경대학’으로 시작돼 100여 년의 세월을 보내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모두들 들떠있는 겨울방학에도 구세군 사관학교의 학생들은 자선냄비 모금현장에 나가느라 쉴 틈이 없다. 자선냄비 모금으로 분주한 경기도 과천의 구세군사관학교에서 임헌택 총장을 만났다.

 지난 해 7월 부임한 임헌택 총장은 그동안 학교 전체를 총괄하며 바쁘게 달려왔다. 모든 학생과 교직원, 교수들이 함께 생활하는 구세군사관학교에서 임 총장 역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저를 포함한 학교의 모든 일원들은 오전 5시에 시작되는 새벽기도로 아침을 엽니다. 또한 학생들 모두가 화장실 청소같은 궂은일도 직접하며 공동체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투철한 소명의식 없이는 들어올 수 없다는 구세군사관학교에는 유독 부부 사관이 많다. 구세군의 사관은 평신도와는 결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 총장도 33년 전 결혼해 부부 사관으로 부인과 함께 헌신하고 있다. 

 예수님을 모르는 가정에서 자란 임헌택 총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크리스마스이브 날 친구 손에 이끌려 처음 교회에 나가게 됐다. 그 이후 몇몇 친구들이 구세군 교회에 나가며 그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했다. 그곳에서 봉사를 하며 신앙생활을 한 그는 구세군 교회의 담임 사관의 부인이 베푸는 헌신과 사랑에 마음이 녹아 내렸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임 총장은 그런 따스함을 처음 느껴보았다. 그 사랑에 힘입어 교회에서 교사도 하고 찬양대원으로 섬기며 열심히 봉사했다.

 성인이 되어 서울로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군대에서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을 겪게 된다. 군 제대를 2개월 앞두고 갑자기 몸이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에 가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몸의 열은 자꾸만 오르고 급기야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됐다. 사경을 헤매던 그에게 떠오른 분은 하나님뿐이었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느냐고 하나님께 항의했어요. 원망 섞인 기도 중에 하나님을 만났죠. 주님께서는 제 마음을 어루만져주시며 ‘내가 너와 함께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마음에 받은 감동으로 주의 일에 헌신하겠다고 기도를 했고 그 기도 후 놀랍게도 몸이 회복됐어요. 하나님의 은혜로 예정대로 건강하게 제대할 수 있었죠”

 군 제대 후 다니던 회사에 복직해 일을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자꾸만 병상에서 했던 기도가 떠올랐다.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내가 너와 함께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는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지 고민에 빠졌고 짐을 싸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 올라갔다. 3일 금식을 하며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때까지 성경통독도 제대로 해본 적 없던 그였다. 그렇지만 부족한 믿음으로도 하나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자신의 삶을 헌신하겠다고 기도했다.

 “그길로 집으로 내려가 부모님께 구세군 사관이 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철저한 유교 집안의 장남이었던 저의 결정에 부모님은 노발대발 하셨죠. 함께 사관이 되기로 한 부인과의 결혼식에도 부모님은 참석하지 않으셨어요”

 이후 사관으로 임관한 그는 1979년 구세군 목포교회를 시작으로 원주교회, 서울 아현교회에서 담임사관으로 목회했고 한국구세군 청년부장, 충청지방장관, 대한본영 인사국장, 기독교서회 이사장, 한국 웨슬리언 교회지도자 협의회 상임의장, 대한성서공회 실행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금껏 숨 가쁘게 달려온 그의 곁에는 항상 희생과 헌신으로 그를 돕는 부인 전순자 사관이 있다. 오랜 시간 변함없는 전 사관의 희생과 사랑은 임 총장 가족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덕분에 이제는 모두가 예수님을 믿게 됐다.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며 시작한 사관 생활이었지만 이제는 가족 모두가 기도로 그를 돕는 믿음의 조력자들이 됐다. 임 총장은 지금껏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며 사역에만 매진하느라 가정과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지만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책임져주셨다고 고백한다.

 현재 구세군사관학교는 신학과만 운영되고 있지만 임헌택 총장은 앞으로 세부적인 분야를 나눠 보다 전문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꿈도 꾸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구세군사관학교는 전인적 복지 구현을 위한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에 헌신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전문적이고 헌신된 구세군을 양성하는 것에 매진할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은퇴가 몇 년 남지 않았는데 은퇴 후에는 이웃에게 나누고 베풀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국내와 해외에서 선교하고 헌신할 생각이에요. 저의 힘이 남아있고 하나님이 허락하실 때까지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할 것입니다”

글·김정연 / 사진·정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