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서 보낸 2012년 - 김병철 목사(서귀포교회 담임) |
 제주도에는 삼무(三無)정신이 있다. 첫 번째는 거지가 없다. 그만큼 넒은 마음으로 베풀며 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도둑이 없다. 사람들을 믿고 산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제주도에는 대문이 없다. 도둑이 없으니 대문도 없다는 뜻이다. 제주도에서 살면 몇 가지에 대해 놀라게 된다. 제주도에 첫발을 내딛게 되면 대한민국이면서도 대한민국 같지 않은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광에 먼저 놀라게 된다. 그 다음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언어가 너무나도 달라 알아듣기 어렵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이곳이 아주 밀착된 혈연사회란 것을 알게 된다. 쉽게 사이가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제주도는 섬에 들어온 햇수를 따지는 경향이 있다. 해가 바뀌면 입도 4년차가 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친근한 이웃으로 다가서기가 어렵다. 제주도의 인심이 육지사람들에게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육지사람을 경계한다. 제주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여지는 제주와 느껴지는 제주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육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복음의 모습이다. 제주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비율은 1%가 채 안된다. 100명 중에서 99명이 예수님을 모른 채 살아간다.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육지에서 신앙을 갖고 내려온 사람들이다. 이들을 합쳐도 복음화율은 7%가 되질 않는다. 이곳은 복음의 소수자가 존재하는 땅이다. 삼무(三無)가 아닌 사무(四無)의 섬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는 한 해가 마무리 될 때마다 풍성한 감귤의 수확으로 바쁜 한 철을 보낸다. 온통 황금색으로 물든 귤밭에서 풍성함과 넉넉함을 느끼는 계절이 연말을 맞이하는 때다. 뉴스마다 감귤 수확에 대한 보도가 넘쳐난다. 귤을 나눠주는 인심도 후하다. 마음도 주머니도 넉넉해지는 때가 연말이다. 하지만 곳곳마다 술과 향락, 미신과 우상에 대한 수요 또한 넘치는 계절이 되기도 한다. 예수님 없이 거둔 열매다 보니 헛된 것에 매이고 헛된 것에 가진 것을 쏟아 붓는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시편 말씀처럼 “존귀하나 깨닫지 못하는 멸망하는 짐승”(시 49:20)과 같은 모습이다. 제주를 살게 하는 힘은 감귤도, 관광산업도 아니다. 삼무정신도 아니다. 이곳에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영혼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예수님으로부터 얻어지는 삶의 열매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온전하기 때문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면 단 한 가지다. ‘복음과 함께 거둔 열매가 있는가’이다. 얼마를 벌었는지, 무엇을 이룩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님과 더불어 1년을 어떻게 보냈는가의 문제다. 지나간 한 해가 우리에게 거울처럼 놓여지고 말았다. 복음으로 우리 자신을 비춰볼 수 있기를 바란다. 복음의 열매로 인생을 채우겠다는 각오가 세워졌으면 한다. 복음의 열매가 가장 값지고 소중하다는 깨달음의 시간이 있어야 하겠다. 아울러 제주에도 복음의 열매가 풍성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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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12.30. am 10:38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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