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평생 전한 것은 예수님 사랑이었습니다”

소석 조옥영 선생 여섯 자녀 중심 ‘음악회’ 개최
전북 지역 교육·여성계 이끈 믿음의 선구자
믿음 유산 물려받은 자손들 사회 ‘빛과 소금’ 돼

 지난 10월 27일 전북 완주군의 한 마을에서는 작은 음악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내린 비로 행사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준비하던 이들은 서둘러 장소를 변경하기로 했고, 다행히 전주 구암교회에서 음악회를 마칠 수 있었다.
 전북 지역 교육계를 위해 한 평생 헌신한 소석 조옥영 선생 추모 1주년을 맞아 열린 음악회는 ‘두드락’ 공연을 시작으로 바이올린, 비올라, 오카리나, 우쿨렐레(하와이에서 사용하는 기타 비슷한 현악기), 하모니카, 피아노의 연주가 하모니를 이뤘다. 평소 조옥영 선생이 좋아하시던 노래, 자녀들에게 가르쳐주신 노래 등이었다.

 음악회 출연진은 다름 아닌 조옥영 선생의 여섯 자녀인 유홍현(첫째·사랑의교회 권사) 홍주(둘째·여의도순복음교회 권사) 홍엽(셋째·분당 만나교회 권사) 홍관(넷째·전주 구암교회 안수집사) 홍림(다섯째·목사 사모) 홍봉(여섯째·온누리교회 권사) 등 여섯 자녀와 후손들이었다.

 여섯 자녀는 부친 유창해 장로의 회갑을 맞아 1977년 제1회 형제음악회를 연 이후 81년 조옥영 권사의 회갑 때와 그 뒤 조 권사의 미수(88세) 기념(아래 사진) 등 세 번의 음악회를 가진 경험이 있다. 그러나 앞서 열린 세 번의 음악회와 달리 10월에 열린 음악회는 어머니를 기억하며 지인들을 초청해 연 추모음악회였다.
 어머니의 육필 원고와 작품 활동 사진 등을 모은 추모집 발간 기념과 함께 열린 음악회가 끝난 뒤 오랜만에 만난 여섯 남매는 강원도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프랑스에 거주 중인 다섯째 유홍림 사모를 포함해 한 방에 모여 앉은 이들의 대화 주제는 단연 ‘어머니’ 조옥영 권사였다.

 “평생 주님을 위해 사셨던 어머니는 돌아가신 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싶으셨던 분 같다”고 그들은 말했다. 계획대로 어머니가 사셨던 자택에서 음악회를 열었다면 지인들과 단지 어머니를 생각하기만 한 음악회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장소가 교회로 옮겨지면서 지인 중 평소 교회 뜰을 밟을 기회가 없던 이들이 주님의 몸 된 성전에 모여 함께 예배드리게 돼 음악회는 감사와 기쁨의 시간이 됐다.
<사진설명=<조옥영 권사의 여섯자녀> 사진 왼쪽부터 셋때 유홍엽, 첫째 홍현, 다섯째 홍림,  둘째 홍주, 넷째 홍관, 여섯째 홍봉.


 여섯 자녀와 사위, 며느리는 한 방에 모여 앉아 평생 교육계, 걸스카우트, 미혼모 선도, 가정 법률 상담, 소비자 보호 등의 선구자역할을 하면서도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 주님의 자녀로 쉼 없이 달려온 어머니, 그러면서도 자녀들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사셨던 어머니에 대한 대화로 밤새 이야기 꽃을 피웠다.
 “새벽부터 일어나 먼 길을 준비하셨던 모습, 밤늦게까지 강연 원고를 정리하시던 모습, 어머니는 아내로 헌신하면서도 시부모를 끝까지 공경했습니다. 또 교회 권사로 교사로 여성운동가요 시민운동가로 활동하셨습니다. 사회는 그런 어머니를 제13대 신사임당으로 추대하며 훈장과 표창으로 어머니의 공덕을 기렸습니다”

 여섯 자녀들의 기억에 남겨진 어머니의 모습은 당당한 사회인의 흔적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로서 한 평생 흐트러지지 않고 같은 자리에 서 있으면서 자녀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쉬지 않고 기도해주시던 바로 그 모습. 늘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살았던 모습을 자녀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조옥영 권사는 한학자였던 송재 조용훈 선생의 1남 6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남달랐던 부친의 자녀교육으로 여섯 딸들은 일본 유학 등을 거쳐 의사, 교육가 등으로 성공했다. 조옥영 권사는 전북의 유일한 전주여고에 최연소자로 입학했으나 3학년 때 근막염으로 죽을 고비를 맞았다. 전주평안병원에 입원한 그녀는 그곳에서 하나님과 기독교 사상의 근본인 박애정신을 깨달았다.

 여고 졸업 후 청운의 꿈을 안고 일본 메이지대학 약학부에 입학하지만 근막염의 재발로 휴학, 귀국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회복한 후 경성보육학교를 나와 교사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태평양전쟁 시기를 거치며 아이들 지도에 헌신했던 조 권사는 일본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유창해(이후 장로가 됨)를 만나 결혼하면서 교직을 떠나게 됐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조 권사는 타종교 집안의 맏며느리로 시집와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한 번도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온유와 섬김의 모습으로 정성을 다해 시댁 식구를 섬겼다.
 세월이 흘러 여섯째 유홍봉 권사는 어머니에게 그 당시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에게 들려온 어머니의 대답은 ‘행복과 감사’였다. 유홍봉 권사는 둘째 언니인 유홍주 권사에게 “엄마는 아버지를 너무 사랑하셨어. 부잣집 딸이 가난한 집으로 시집와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가난해도 사랑하며 산 것이 행복했다’고 답하셨지. 자녀들을 엄하게 가르치셨지만 우리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해주셨던 엄마. 엄마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분이셨답니다”라고 어머니를 회상했다.

 막내 유홍봉 권사가 네 살 때 다시 교편을 잡은 조옥영 권사는 서른 여섯 살에 대학에 입학하고 이후 전주여중·고 교사, 교육위원회 중등장학사, 오수중학교·삼례여자중학교 교장, 걸스카우트 전북연맹장 등을 지내며 예수님의 마음으로 수 천 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자녀들을 ‘믿음과 정의, 진실과 화목’의 정신으로 길러낸 조 권사는 산골에 살면서도 자녀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등 예능 교육에도 신경 썼다. 집안에 피아노가 없어 딸들을 추운 겨울 날 피아노가 있는 교회까지 연습시키러 보낼 때면 돌을 불에 달궈 직접 만든 보자기에 싸서 들려 보냈다. 전주에 현악기를 가르치는 교사가 없어 바이올린 등을 가르쳐야 할 때는 서울까지 기차로 왕복하며 레슨을 받게 했다.

 그 결과 바이올리니스트 유홍주 권사를 비롯해 많은 음악가가 탄생했다. 전공자는 아니더라도 모두들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재능자들로 자녀들은 키워졌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와 줄리어드 음대를 나온 비올리스트 김성은, 첼로를 전공하고 현재 미국에서 장애우를 위한 예술 전문 교육기관인 ‘어메이즈’ 총 디렉터로 활동 중인 백재은 등 3대가 음악인들로 자라나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조옥영 권사는 90 평생 ‘변치 않는 신앙인의 자세’로 살아온 덕에 가족을 구원시켰고, 남편을 비롯해 사위들을 장로 등 헌신된 일꾼으로 만들었다. 여섯 자녀로 시작된 믿음의 가정은 이제 50명으로 늘어났고, 음악가 8명을 비롯해 회계사, 사업가, 목사, 금융인, 교수, 의사 등으로 활동하며 소명을 감당하고 있다.

 조 권사의 자녀 중 아들인 유홍관 안수집사는 “여섯 자녀들이 지금껏 하나가 돼 서로를 사랑하고 주님을 위해 일하게 된 것은 모두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기도를 쉬지 않으셨습니다. 일어나셔서 주무실 때까지 기도로 모든 일을 계획하셨던 빈틈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아이들과 여성을 위해 전북 걸스카우트, 주부 클럽을 창단하시고 마지막에는 후배들을 위해 사옥 신축까지 진행하셨던 어머니를 보면서 ‘이건 기도의 힘이다’라고 깨달았습니다”

 유홍관 안수집사는 “60이 다 되가는 아들을 위해 90세가 넘으신 어머니는 ‘진실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해달라’며 기도를 멈추지 않으셨고, 이를 유언으로 남기셨다”며 어머니의 이름을 딴 소석 조옥영 선생 장학재단 출범 소식을 전했다. 어머니가 남겨주신 신앙 정신을 이어 받아 어머니가 평생 전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리겠다는 뜻이다.

글 오정선 / 사진 김용두 / 편집 김성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