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봉사자인 박성민(사진 왼쪽 두번째)군과 이준호(오른쪽 세번째)군은 장애인대교구 시각교구 아동부에서 형, 동생들과 어울리며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고 있다.)

장애인대교구서 봉사하는 훈훈한 10대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보다 먼저 “열정”

 체육시간 높이뛰기를 하는 날이면 받침대에 걸려 있는 바는 정말 높아 보인다. ‘내가 넘을 수 있을까’, ‘어설프게 뛰다 다치진 않을까’하는 등의 생각들로 겁부터 먹게 된다. 봉사도 마찬가지다. 막상 시작하기 전부터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을까’, ‘남을 돕는다고 시작했다가 오히려 방해가 되거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 어떡하지’ 등 온갖 걱정들이 머릿속을 뒤집어 놓는다. 그러다보면 이 핑계, 저 핑계대면서 슬며시 봉사와 거리를 두게 된다. 그래서 체육시간에 멋지게 높이뛰기를 성공한 친구를 붙잡고 “어떻게 뛰었어?”라고 묻듯이 멋지게 봉사하고 있는 두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오늘의 주인공인 박성민 군은 드럼, 피아노, 기타 등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다재다능한 17세 소년이다. 본인은 조금씩 할 뿐 결코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장애인대교구 수련회 등 각종 행사가 있으면 도맡아 놓고 악기 봉사를 할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성민이는 아동 1·2·3부 때부터 교회학교에서 성가반과 합주반 봉사를 하면서 악기를 접했고 장애인대교구에서 봉사를 시작한 건 아동 4부 때였다.

 “사실 하고 싶어서 찾아간 것이 아니라 어머니 손에 강제로 이끌려 간거죠”

 성민이는 시각교구를 찾는 형, 누나 혹은 동생들을 예배실로 인도하는 봉사와 예배 반주를 7년째하고 있다.
 “처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만났을 때는 어찌할 줄을 몰랐어요. 뭔가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으니까 난감하더라고요. 그런데 먼저 봉사를 하고 계시던 선생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징과 어떻게 해주면 좋은지 알려주셔서 걱정보단 쉽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또 한명의 주인공 이준호 군은 장애인대교구 시각교구에서 봉사를 시작한지 3개월째다. 의욕을 가지고 스스로 장애인대교구의 문을 두드렸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모든 것이 서툴고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낙심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유명한 요리사 에드워드 권도 분명 처음부터 요리를 잘하지는 않았을거예요. 군대에 입대하면 누구나 이등병 생활을 거쳐 군생활을 배우는 거잖아요. 이제 시작단계인 제가 잘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거 같아요. 성실하게 배우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죠. 그리고 기도하고 말씀 묵상도 잊으면 안되겠죠”

 그래도 성민이가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요. 특히 아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부분에서 어려워요. 성민이는 오래 봉사해서 아이들과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해야할까요? ‘척’하면 ‘척’인데 반해 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시각교구에서 봉사하는 이들의 주임무 중 하나는 차량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내리고 예배 장소까지 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학생들이 제2교육관 7층 예배실까지 찾아 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성민이는 이제 능숙하게 아이들을 인도한다.

 “내 앞을 보는 게 아니라 옆 친구의 앞을 보며 발밑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 나타날 것들을 알려줘요. 이제는 아이들도 저도 익숙해져서 계단 앞에 서면 말하지 않아도 제가 아이들 팔을 올리면 올라가는 계단인줄 알고 내리면 내려가는 줄 알아요. 그리고 봉사라기보다는 함께 이야기하고 노는 거죠. 저도 아이들과 한주동안 있었던 일들이나 여러 가지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고요”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있던 친구들도 같이 이야기하고 놀면서 차차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도 느낀다.
 하지만 성민이도 아직 어려운 부분도 있다. 가끔이지만 아직 고등학교 1학년 밖에 되지 않는 성민이가 답해주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들을 물어볼 때가 있어 난감하다. 하지만 최대한 성실하게 답해주고 이렇게 자신을 믿고 질문해주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고.

 준호는 봉사에 대한 사명감이 대단하다. “저도 어렸을 때 틱 장애가 있었어요. 일련의 경험들이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준호도 모태신앙이지만 다른 10대 아이들처럼 신앙이 흔들린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 때 준호는 우리교회 대성전 맨 앞자리서 주일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조용기 목사님과 이영훈 목사님의 설교뿐 아니라 청년예배도 참석하면서 말씀에 은혜를 받고 열심히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준호는 하나님 앞에서 다짐한 것이 있다고 한다. 첫째가 하나님 중심의 삶이고 둘째가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앙 안에서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다짐을 지키기 위해 예배에 최선을 다했고 두 번째 다짐을 지키기 위해 찾아간 곳이 장애인대교구 시각교구와 프뉴마선교회 엥겔레스였다. 준호는 두 곳 모두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고 힘들 때도 있지만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다짐을 지키면 세 번째는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실 거라 믿어요. 신앙의 슬럼프라고 할 수 있었던 순간도 다 이성문제 때문이었어요. 다시는 이성문제로 신앙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결심도 했죠.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의지하며 제가 맡은 사명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

 한편 성민이는 토요일이면 지체교구의 학생들이 모인 소망부로 출동한다. 소망부에서는 다른 악기를 다루는 봉사자들과 함께 어울려 반주 봉사를 한다.

 성민이와 준호는 봉사에 주저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어떤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보다는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누구나 잘할 수는 없는거니까요. 열정만 가지고 참여하면 될거 같아요”(준호)

 “봉사는요. 그냥 주는 거예요. 저도 아직 100% 잘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신 분에게는 꼭 봉사하라고 권해주고 싶어요”(성민)

글=복순희·정승환/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