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만드는 기적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 위한 진실된 나눔
십자가위에서 모든 것 주신 예수님 닮아야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처럼 명품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를 보고있으면 배부르다. 교제하던 남녀가 하루아침에 오누이가 되는 이해 안될 아침드라마들도 있지만, 잘만든 영화 한 편은 하루 종일 우릴 뿌듯하게 한다. 이번 달 22일에 개봉하는 ‘철가방 우수씨’가 그런 영화다.

 배우 최수종이 ‘재능기부’로 주연을 맡았다. 명품연기 김수미 씨도 무료 출연하여 좋은 작품엔 선후배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고. 그룹 부활의 김태원은 영화음악으로 헌신했으며, 소설가 이외수는 추모시로, 디자이너 이상봉은 의상협찬으로 영화제작에 동참했다. 역시 ‘감동’은 사람을 움직인다.

 1시간 40분, 적당한 런닝타임의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의 세레모니다. 영화 말미에 울 수 있도록 미리 첫장면부터 결과를 알려주어 눈물방울을 저장하도록 배려한다. 최수종의 연기는 실제 인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자연스럽다. 침례 요한의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는 단순한 메시지처럼 최수종의 대사 또한 그리 많지 않은데, 살짝 전달력이 싱거워질 때쯤에 감초연기자들의 양념투척이 시작된다. 눈오는 날 먹고 싶은 군밤처럼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이 무럭무럭 떠오를 때 주인공의 느닷없는 키스장면은 탁월한 별미다. 짜장면 배달부로서 ‘이젠 방법이 없구나’ 벼랑끝 한계에 설 때 감동의 동아줄이 내려와 관객들이 훈훈함을 붙들 수 있도록 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고아로 자라 가난과 분노로 얼룩진 삶을 살아 온 김우수 씨. 그의 인생은 마치 좁고 어두운 감방과도 같이 헤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고 생각한 그때, 가난한 사람도 누군가와 나눌 수 있음을 알게 해준 ‘아이들’과의 기적과도 같은 만남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우수’는 중국집에서 철가방을 들고 뛰어다니면서 번 70만원의 월급을 아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었다.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들어 본 ‘감사하다’는 인사는 평생 외로웠던 ‘우수’에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선물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뜨거운 감사는 이제 삶의 원동력이자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됐다.

 기부천사 우수 씨의 이야기는 나눔의 결정판이다. 고아로 자라난 어려운 환경, 가난으로 인한 학업중단 등 우수 씨의 인생은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어보였다.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을 연상케하듯 그는 저 밑바닥에 있다. 그의 생활에 대비되어 그의 기부는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여 생명의 소망이 되셨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 우수 씨의 역할은 단순한 기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적 신드롬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시끌벅쩍한 스포트라이트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수 씨의 마음바탕 그대로 잔잔하게 사람들에게 ‘감동’이라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차디찬 승부의 냉혈사를 연상케하는 증권계의 한 남자는 우수 씨를 만난 후로 ‘사랑’을 회복한다. 매일 짜장면 배달하는 사람으로만 봐왔던 우수 씨에게서 나눔의 원리를 배우게 된다. 결국 그는 잃어버렸던 어머니를 다시 찾게 되고 그후로 늦깎이 효자가 된다. 물론 기부에도 힘쓴다. 술집마담으로 나오는 한 여자는 우수 씨의 나눔과 배려에 감동되어 남모를 연정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이성으로써의 매력이 아니라 진실된 우수 씨의 나눔정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기부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이와같이 이 영화는 나눔의 확산을 보여준다.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 선한 일이 사회로 확산되어 기적을 가져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선한 행동에 감동받는다.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사마리아 사람의 사랑은 그 당시로 봐서 쉬운 나눔은 아니었다. 관습과 전통을 초월한 사랑나눔이었다. 제사장과 레위인이 자신의 신분과 지위 때문에 할 수 없었던 베풂과 돌봄이었다. 지금의 우리도 그 일을 해내야만 한다. 보통사람이기에 더욱 해내야 하는 것, 이해와 계산을 뛰어넘는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야 한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해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 바로 기부를 통한 나눔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으로 자신을 내어놓으셨듯이 우리도 내어놓아야 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그래서 또다른 우수 씨가 많이 나와야 한다.

 영화내내 주인공 김우수 씨는 특별한 자기 주장이 없다. 고집도 없다. 그냥 묵묵히 자기 일 성실히 하며 이웃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명령을 수행할 뿐이다. 세상잣대로 보면 힘 없고 바보같은 삶일지라도 장기기증을 통해 모든 것을 주고 간 그 앞에 고개가 숙여진다. 철가방 우수 씨, 이 영화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push9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