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쿠펜다 마마 (엄마 사랑해요)''

투루카나 고아에서 케냐 국립병원 전문의로 성장 
선교사 도움으로 삶 변화, 절망에서 희망 찾아
임연심 선교사 뒤이어 이웃 돕고 가르치는 것이 꿈

 한 사람의 사랑과 헌신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아프리카를 위해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전했던 리빙스턴이 그랬던 것처럼, 아픈 사람들을 내 몸처럼 돌봤던 슈바이처가 그랬던 것처럼 임연심 선교사는 29년 전 아프리카 케냐의 오지 투루카나로 떠나 생명의 밭을 일궈낸 우리교회 선교사다. 지난 8월 몸을 돌보지 않고 선교하다 주님곁에 간 임 선교사는 처녀의 몸으로 29년동안 투루카나에서 고아원과 유치원을 운영하며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부모잃은 고아들을 사랑으로 키워냈다. 임 선교사의 희생은 문맹률이 95%인 투루카나 땅에 기적을 낳았다.  

 임 선교사의 사랑과 헌신으로 의대를 1등으로 졸업해 케냐 국립병원 전문의가 된 존슨 에키로가 그의 어머니인 임연심 선교사 추모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우리교회를 방문했다.

 “제 인생 자체가 하나님의 기적입니다. 하나님께서 어머니를 통해 제 삶을 공급해주셨죠. 글을 가르쳐주셨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주셨고 어머니의 사랑을 알게 해주셨죠. 케냐의 아이들이 대부분 학비가 없어 학교를 못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저도 절망적인 환경이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어머니를 만나 새 삶을 살게 됐죠”

 임연심 선교사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던 그는 인터뷰 중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임 선교사가 안치된 크리스찬메모리얼파크를 찾았다. 존슨은 인터뷰 내내 임 선교사에 대한 그리움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그가 임연심 선교사를 처음 만난 건 진흙으로 만든 고아원에 있을 때였다. 존슨은 4살이었던 그때를 정확히 기억한다. “부모없는 72명의 아이들이 진흙집에 모여 있었어요. 월드비전에서 우리들을 돌보다가 사역을 정리하고 철수한 상황이라 우리는 밥도 못먹고 입지도 못하던 최악의 상황이었어요” 임 선교사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 처음 그 지역을 찾아왔다가 애처로운 고아원의 아이들을 보게 됐다. 임 선교사는 우선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먹이고 씻기고 옷을 입혔다. 항상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글자를 가르치고 학교를 보내고 좋으신 예수님을 전했다. 임 선교사의 사랑은 절망 속에 있던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저는 어린나이였지만 피부색이 다른 선교사님이 우리를 돌보고 우리와 함께 지낸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임연심 선교사님이 저희들의 어머니가 되어주시자 우리의 인생이 달라졌죠. 간단한 예로 신발을 신어본 적도 없는 저희가 신발이라는 것을 신게 됐어요. 다들 맨발로 다니다 상처도 많이 나고 다치기도 했는데 발을 보호해주는 신발을 갖게 된거예요. 아무리 어렸어도 아프고 힘들 때 나를 찾아와 씻어주고 치료해주신 그 분의 사랑을 잊을 수가 없어요”

 임연심 선교사는 고아원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었다. 모든 아이들이 놀라운 삶의 변화를 경험했다. 존슨은 물론 고아원 아이들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영양있는 음식을 먹고 옷도 가방도 갖게 됐다.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삶이었다. 척박했던 그 곳에 선교사의 헌신과 사랑이 전해지자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하던 아이들이 하나님의 아이들인 ‘킹스 키즈(King’s Kids)’가 됐다. 임연심 선교사에 의해 만들어진 ‘킹스 키즈’의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동네 사람들도 점점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존슨도 든든한 엄마가 생기니 얼굴도 밝아지고 당당해졌다. “학교가면 맨날 아이들에게 무시당했는데 어머니가 생기니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거죠. 어머니가 우리의 울타리가 되어준 것뿐만 아니라 영적인 신앙교육을 시작해주시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전기가 없어서 어머니가 자동차를 가져오시면 라이트를 켜놓고 모두 함께 앉아서 기도했어요” 72명의 아이들 중 영어를 읽을 수 있던 것은 오직 2명 뿐이었지만 임 선교사는 성경을 건네주며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다. 4학년이 되면 성경책을 하나씩 선물해 가지고 다니며 읽게 했다. 아이들은 영어를 못해도 성경책을 읽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에도 교과서가 없던 그 때 성경책을 가지고 다니는 킹스 키즈의 아이들을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킹스 키즈 아이들은 학교에서 우등생이 됐다. 존슨도 열심히 공부해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다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한테 달려가 학교에서 있던 일들을 얘기하느라 바빴어요. 저녁에 엄마가 펌프전력으로 불을 환하게 켜주시면 저와 아이들은 그 불빛으로 성경도 읽고 공부도 했죠. 우리에겐 엄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와 행복이 됐어요” 킹스 키즈에서 함께 자란 아이들은 80∼90%가 의사, 간호사, 저널리스트, 사업가, 교사 등 사회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인재가 됐다. 30년 가까운 오랜 시간동안 그들과 함께 해준 임연심 선교사는 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였고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이었다. 이들이 어른이 돼 가정을 이뤄 낳은 첫 아이의 이름을 어머니의 이름과 같은 ‘연심’으로 짓는 것이 전통이 되었을 정도다.

 존슨은 어렸을 때부터 의사의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가 힘들 때면 엄마와 함께 들었던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떠올렸다. 4차원의 영성을 생각하며 긍정적인 생각과 꿈, 믿음과 말을 하며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냈다. 임 선교사의 격려는 그에게 큰 힘을 주었고, 하나님은 멋진 열매를 맺게 해주셨다. 엄마의 가르침대로 매일 성경을 읽으며 말씀을 묵상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생각하며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저는 엄마처럼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확실한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의사가 되려고 한거고요. 의사가 된 첫 월급을 엄마에게 드리려고 했는데 첫 월급을 받기 며칠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엄마가 기뻐하셨을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할 때면 엄마 생각을 많이 해요. 엄마가 나를 돌봐주신 것처럼 내가 어떻게 하면 환자를 잘 돌볼 수 있을지 늘 생각하고 노력해요” 

 그는 지금도 일하러 갈 때면 책상 위에 놓인 엄마사진을 항상 보고 나간다. 그에게 잊지 못할 이름이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임연심 선교사의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그는 눈시울을 붉힌다.

 “엄마는 항상 제게 ‘인생을 강물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흐를 수 있는 인생을 살라고 하셨죠. 저도 엄마처럼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엄마가 원하셨던 삶을 살고 싶어요. 그래서 더 사람들을 돕고 사랑으로 대하고 하나님을 경외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우리교회에서 임연심 선교사 추모사업으로 투루카나 아이들을 위한 미션 중고등학교를 건축하는 것을 무척 감사해 했다. 또 성도들의 도움으로 12월 18일 투루카나에서 학교 착공예배가 진행되는 것을 투루카나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며 감사해 한다고 전했다.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 투루카나에 학교를 짓는 거였어요. 엄마는 늘 우리들에게 글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가르치고 헌신하라고 하셨어요. 엄마가 우리에게 보여주신 희생을 우리도 배우기 원하셨죠. 엄마가 한국에 가게 되실 때면 우리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숙제를 내주시곤 했어요”

 그는 성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엄마 선교사님을 투루카나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가 오시지 않았으면 이 곳에 학교 다니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희망도 없었을 거예요. 어머니의 사랑이 킹스 키즈 72명의 모든 아이들 마음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투루카나에 엄마의 뒤를 이어 선교를 위해 오시는 강성영 선교사님을 위해서도 많이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투루카나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학교를 세워주시는 것에 대해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글·이미나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