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정서적 상호조율 있어야
가치와 의미에 대한 소통도 필요
한 청소년의 아버지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상담실을 찾았다. 스마트 폰을 사준지 일주일 만에 중학생 딸이 인터넷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성과 자신의 신체 사진을 찍어 주고 받으며 위험한 소통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너무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일단 휴대폰을 압수하긴 했지만 이 사실을 입 밖에 내는 것조차 충격이 되어 아내와도 상의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큰 혼란에 빠진 아버지는 이런 아이를 부모로서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물으셨다. 2차 성징은 빨라지고 음악과 영화 등 문화 콘텐츠는 점점 더 노골적이고 자극적으로 성을 다루는 데에다 인터넷이라는 제한하기 어려운 새로운 매체까지 등장하며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렵고 막막한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아버지께 아이가 자주 들어갔던 인터넷 사이트에 자녀가 자신의 주민번호로 등록되어 있는지 부모나 다른 사람의 번호를 이용했는지 알아보고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이 성인인지 미성년자인지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이 문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자녀를 지도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회 전체가 더욱 문란해져 가고 퇴폐적이며 사치와 방탕함이 난무하다고 하지만 어떤 청소년은 그 속에서도 자신을 잘 절제하고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사용하고 또 다른 이들은 세상의 유혹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등 반응은 제각각 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 모두가 환경의 변화로 인해 혼란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보통 ‘정신력이 강하다’거나 ‘심지가 굳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정신력 또는 심지는 어떻게 좀 더 강화시킬 수 있을까? 그것은 어찌 보면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힘과도 비슷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잘 보호하는 능력은 무엇을 통해 길러지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타인과의 소통과 만남에서 성장하고 발달하는 것이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성범죄자나 살인범 또는 자살 연예인을 보면 타인과 소통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은 그들이 주변 사람과 전혀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고 있지만 자신의 어려움과 스트레스에 대해 소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고 연약함을 포함하는 자신의 전체를 수용하고 타인에게 이를 표현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이 누군가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은 단지 자신과 타인을 알아가는 기회를 잃는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타인과의 만남은 절제능력과 조절능력을 성장시키면서 보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실제적으로 삶 가운데 경험하는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보다 성숙한 대처능력을 향상시킨다. 반면 타인과의 만남과 소통의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은 혼란되고 극단적인 정서와 행동패턴을 보이며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불안정하고 실패를 유발하는 대응방식을 보이게 된다. 즉, 타인과의 만남은 인간에게 단지 쓸쓸함과 고립감의 정서를 해갈하는 단순한 의미가 아닌 인생에 대한 자신만의 의미부여와 반응패턴을 가지고 안전하게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성장과 성숙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변에 친구가 많고 노는 것은 잘 하는 데 매사에 책임감이 없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계획성과 절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이토록 많은 만남 가운데에도 왜 성숙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성장과 발달을 돕는 건강한 만남에는 신체적인 상호조율, 정서적인 상호조율, 그리고 가치와 의미에 대한 소통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신체적인 상호조율은 배드민턴이나 축구와 같은 두 명 이상이 함께 하는 운동을 통해 경험되어질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알지 못해도 누군가와 공을 주고받거나 동일한 목표를 위해 서로 협조하는 팀 플레이를 통해 누군가와 신체적으로 조율하는 만남을 할 수 있다. 둘째, 정서적인 상호조율은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아픔 등 우리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고 돌보는 시간을 통해 일어난다. 친구가 아끼던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함께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잃어버린 물건으로 인한 아쉬움과 불편함을 동감해 주며 돕는 경험은 친구를 도울 뿐 아니라 나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유익이 있다. 셋째, 가치와 의미에 대한 소통은 특정 주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전공이나 직업, 일의 의미, 가볍게는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좋아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듣는 시간은 나의 생각과 마음을 확장시키고 나와 다른 사람을 수용하고 그에게서 수용 받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많은 만남 속에 잠재되어 있던 나의 내면을 보게 되고 다듬어지며 우리는 몸이 자라듯 마음이 성장한다. 사람들은 특정 문제행동이 나타났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치료도 필요로 하지만 사실은 단지 내가 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른 잠재된 문제에 대해서도 예방하기 위해 성장을 돕는 치료적 만남이 필요한 것이다.
▶고깔콘 챔피언십
- 활동 재료: 고깔콘 또는 짱구
① 리더는 고깔콘을 한 사람 앞에 다섯 개씩 나누어 주고 왼손의 다섯 손가락에 끼우도록 한다.
② 리더의 시작 신호와 함께 사람들은 무리 중 한 사람과 가위바위보를 하게 하고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사람이 진 사람에게 자신의 손가락에 있는 고깔콘을 먹여주도록 한다.
③ 첫 번째 파트너와 가위바위보가 끝나면 다시 파트너를 바꿔 가위바위보를 하도록 같은 방식으로 이긴 사람이 진 사람에게 고깔콘을 먹여준다.
④ 가위바위보가 계속되고 가장 먼저 자신의 손가락에 끼운 고깔콘을 모두 다 먹인 사람은 챔피언이 된다.
봷 주의사항:
①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먹여주지 않도록 사전에 놀이규칙을 분명히 공지한다.
② 가위바위보를 어느 한 파트너와만 여러 번 실시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글: 김수정심리발달연구소장 / 그림: 염미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