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 기적을 만듭니다

 조선시대 왕들의 행적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이 있습니다. 그중 광해군 일기에는 특이한 부분이 눈에 띄는데요. ‘광해군 일기’ 광해군 8년 2월 28일에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라”는 부분입니다. 15일간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 부분을 뛰어난 상상력으로 재구성해서 만든 매혹적인 영화입니다. 웰메이드 사극이라 불리는  천만 관객에 빛나는 이 영화, 명대사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경하드리옵니다”

 리더의 카리스마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광대였던 하선이 어찌어찌해서 왕의 행세를 하게 되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습니다. 서민들과 달리 왕들은 매화틀(일종의 이동식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는데 가짜 광해군은 쉽게 적응하지 못합니다. 카리스마 대신 무안의 절정을 경험합니다. 배설행위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제발 가까이 오지 말라”고 소리치지만, 수십 명의 상궁들은 가스 배출때마다 연신 ‘경하드리옵니다’를 외칩니다. 묻지마 충성으로 보기엔 너무나도 진지해 보이는 그들에게서 가짜왕은 무엇인가 발견했던 것일까요. 몹시 불편해하던 하선도 곧 적응합니다. 한 어린 상궁을 통해 ‘감동’이라는 키워드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어린 상궁의 집안내력으로 시작된 안타까움이었지만 점점 국민전체를 향한 꿈으로 자라납니다.
 요셉에겐 민망한 인생 장면이 많았습니다. 팔려간 것도 그렇고, 보디발의 아내로부터의 유혹 등은 그에게 그닥 도움이 안 될 순간들이었죠. 가짜 광해군이 그러했듯 요셉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리더였습니다. 결국 이집트 뿐 아니라 이스라엘까지 구원케하는 꿈의 실현을 거두었습니다.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진정 그것이 그대가 꿈꾸는 왕이 라면 그 꿈 내가 이뤄 드리리다”

 가짜왕의 꿈에 감동한 도승지 허균의 말입니다. 독살을 걱정하다 위험에 빠져 혼수상태인 광해를 대신해 광대였던 하선을 가짜왕으로 세운 인물이 허균입니다. 허균은 가짜왕을 세워놓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곧 가짜 광해군의 진정성을 알게 되고 감동 받습니다. 감동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꿈을 꾸길 원합니다.
 리더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학개 1장 14절에 “야훼께서 스알디엘의 아들 유다 총독 스룹바벨의 마음과 여호사닥의 아들 대제사장 여호수아의 마음과 남은 모든 백성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 그들이 와서 만군의 야훼 그들의 하나님의 전 공사를 하였으니”라고 말씀합니다. 또한 출애굽기 35장 21절에도 “무릇 마음이 감동된 자와 무릇 자원하는 자가 와서 회막을 짓기 위하여 그 속에서 쓸 모든 것을 위하여, 거룩한 옷을 위하여 예물을 가져다가 야훼께 드렸으니”라고 말씀합니다. 모세의 성막이나 스룹바벨 성전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감동이었습니다. 감동이 자발적인 행동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자원하는 심령은 기적을 일으킵니다. 하나님이 주신 감동은 역사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입니다.

“웃기옵니다”

 중전 한효주의 힘 없고 자신 없는 말입니다. 외척세력은 일찌감치 처단하던 그런 무서운 때이니 중전은 웃을 일이 많치 않습니다. 그리 말하면서도 결코 웃지 않는 중전에게 광해는 “근데 왜 안웃소?”라고 되묻습니다. 웃지않는 중전을 웃기기위해 다분히 노력하는 광해의 마음속엔 사랑이 숨겨져 있습니다. 삶을 바꿀 수 있는 건 큰 이벤트가 아닙니다. 소소한 감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삶과 환경을 바꿀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실 때 무슨 대단한 찜질방을 활용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수건을 허리춤에 두르고 자세를 낮추어 베드로의 발을 씻기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이 땅에 오신 구세주의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닌, 섬기러 오신 분의 자세였습니다. 리더십은 섬김을 통해 나옵니다. 낮아지고 낮아졌을 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광해군은 영화 속에서 중전을 높이고 자신을 최대한 낮춥니다. 그리고 그만의 개그코드, 즉 감동코드를 써서 웃게 만들죠.

“그대들에게 가짜일지 몰라도 나에겐 진짜 왕이다”

 왕의 호위무사 김인권의 뚝배기 진국 같은 말입니다. 자신을 알아주고 끌어주는 분을 향한 충성맹세였습니다. 광해군이 보여준 것은 의리이며 용서였는데, 그것이 한 사람을 진정한 남자로 만들게 됩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리더는 예수님이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았고 제자들조차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사도행전 2장의 성령강림이 있은 후에야 제자들은 주님께서 하셨던 말씀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로마에 항거하는 정치적인 왕이 아니라 우리를 구원하시고 영원히 사는 길을 터놓으신 진정한 진짜 왕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가짜가 많은 세상입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진짜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날 무렵 우리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감동과 섬김의 리더십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칼럼니스트 push9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