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은 ‘천고마비(天高馬肥)’와 함께 가을을 상징하는 말로 예로부터 널리 쓰여 지고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등잔을 밝혀 놓고 책을 읽기에 알맞은 절기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책을 읽는데 계절의 구별이 달리 있겠습니까?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가을 보다는 오히려 여름 휴가철이나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 책들이 더 많이 팔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더위가 물러가고 공기 또한 상쾌한 긴 가을밤이 사색과 독서를 하기에는 제격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책읽기는 신비스러운 여행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별다른 준비물 없이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여행이 독서입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아프리카의 정글, 북극이나 남극, 해저나 우주까지도 손쉽게 지적여행을 다녀 올 수 있습니다.

 또한 독서는 소중한 만남이기도 합니다. 책 속에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난중일기>라는 책을 통해 420 여 년 전 위난에 처한 조국을 구하려고 노심초사하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우국충정을 생생히 대할 수 있습니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통해 암울했던 식민지 시대를 살며 ‘잎 새를 스치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윤동주 시인의 흰 눈 같은 감성과 마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크리스천들은 <성경>을 통해 사모하는 예수님을 뵐 수 있고 성령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 아브라함, 다윗, 바울과 같은 신앙의 선진들의 삶 가운데 들어가 그 분들과 깊은 영적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유익을 주는 책읽기임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 실태는 지극히 열악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많은 국민들이 ‘일이 너무 바빠서’, ‘습관이 되지 않아서’, ‘컴퓨터와 영상매체 이용에 시간을 뺏겨서’ 책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서가 주는 유익은 참으로 큽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책읽기의 습관을 들이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큰 자산
이 됩니다. 인터넷과 TV가 신속한 정보전달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결코 책만이 주는 지혜나 감동을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서와 묵상은 영성을 깊어지게 하고 믿음의 기반을 강건하게 합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귀가 길에 서점에 들러보면 어떠실까요? 지혜와 지식의 보물창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성동 장로(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