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는 달리지 않는다”

주일에 열린 올림픽 예선 포기
다른 경기 출전해 세계신기록으로 ‘금’ 획득
올림픽영웅에서 중국선교사로 헌신

 1924년 파리 올림픽 100m 예선경기장에는 에릭 리들을 찾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에릭 리들은 영국에서 열린 올림픽대표선발전에서 세계기록을 갱신한 올림픽 100m 육상경기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그런 그가 예선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그 때 그는 경기장 인근에 있는 스코트커크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랬다. 100m 예선경기가 열린 날은 바로 주일이었던 것이다.

 앞서 올림픽 대표선수로 선발되었던 에릭은 올림픽 경기일정을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주종목인 100m 예선경기가 주일에 열리는 탓이었다. 그는 그 때까지 “주일에는 달리지 않는다”는 그의 신앙의 다짐을 어긴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국가를 대표한 올림픽도 그에게 예외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위원회에 그 사실을 통보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 사실을 보도했다. 이전까지 에릭의 인품에 칭찬하고 그의 선전에 환호하던 언론과 국민들은 그의 결정에 맹렬히 비난했다. 심지어 그의 올림픽대표선수 출전권한을 박탈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올림픽 위원회는 에릭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에릭은 그의 믿음과 결정을 철회하지 않았다. 결국 위원회는 그에게 200m와 400m 출전을 권유했다. 그의 주종목이 아니기에 메달확보는 힘들겠지만 위원회 입장에서 다른 대안이 없었다.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여론은 에릭을 비난하기에 급급했다. 다행히도 에릭을 대신해 100m 경기에 출전한 해롤드 아브람스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에릭은 200m 경기에 출전해 예상을 뒤엎고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여론도 그에 대해 다소 누그러졌다. 그의 두 번째 출장경기인 400m는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경기가 되어 있었다. 예선에서만 세계신기록이 두 번 경신되고 미국, 스위스 등 강력한 우승후보들이 많아 승부예측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결승이 열리던 그 날은 매우 날씨가 더웠다. 에릭은 경기에 앞서 작은 쪽지 한 장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리라’는 성경말씀과 함께 항상 주 안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쪽지였다. 그가 주일에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결심을 바꾸지 않은 그의 신앙에 감탄한 한 팬이 건넨 쪽지였다. 그가 스타트라인에 들어설 때만해도 그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시작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사람들의 환호성과 눈동자는 에릭만을 향하고 있었다.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들 중 가장 왜소한 몸집을 한 에릭이 예선에서 세계기록을 갱신한 선수들을 제치고 가장 훌륭한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기 때문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그의 금메달에 올림픽이 열린 파리는 물론 영국과 스코틀랜드도 깜짝 놀랐다. 그를 욕하던 언론들도 ‘올림픽 경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라며 그를 칭송했다. 하지만 에릭은 그런 그들을 한 번 더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에든버러에서 열린 한 만찬회에서 그는 “이제 중국에서 선교를 하겠습니다”라고 선포한 것이다. 그는 형들의 뒤를 이어 중국에서 선교하길 항상 꿈꿔왔었고 그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림픽 영웅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명예와 부 등 모든 것을 내려놓고 중국 텐진으로 믿음의 경주를 하러 떠났다. 그는 선교라는 새로운 출발점에 선 것이다. 그는 중국에서 어렵고 힘든 중국인들을 찾아가 벗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 주었다. 그의 사랑에 감복한 많은 중국인들이 십자가 아래로 몰려들었다. 그는 후에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이 중국의 일부를 점령하면서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다. 그는 포로수용소에서도 복음을 전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의 수용소 생활은 그의 건강을 망가뜨렸고 1945년 결국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 세상을 떠났다. 모든 세상부귀영화를 버리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한 에릭 리들의 삶은 전세계인의 신앙인들의 귀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