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역사서 중심사상은 ‘좋으신 하나님’

 다윗 왕이 이스라엘과 유다의 인구를 조사하라고 군사령관 요압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 일로 인하여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게 되었고 전염병으로 이스라엘 백성 7만 명이 죽고 말았다. 다윗의 인구조사 명령이 죄가 된 것은 군사력을 의지하려는 다윗의 교만한 마음 때문이다. 아무리 국가가 부강해지고 인구가 많고 군사력이 강하다고 할지라도 하나님보다 더 의지하는 것이 있다면 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윗이 인구조사하게 된 계기가 성경에 서로 다르게 나와 있다.

 사무엘하 24장과 역대상 21장에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다윗을 격동시킨 주체가 사무엘하에서는 야훼로, 역대상에서는 사탄으로 서로 다른 것이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이러한 차이는 두 역사서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기록된 것임을 반영해준다. 사무엘하는 여호수아와 사사기,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를 하나의 묶음으로 하는 신명기 역사서에 속하며, 역대상은 역대상·하와 에스라, 느헤미야를 한 묶음으로 하는 역대기 역사서에 속한다.

 두 역사서는 모두 하나님이 역사를 주관하시며, 그 주관방식은 인과응보 사상임을 강조하는 공통점이 있다. 즉 순종하면 복을 받고 불순종하면 징계와 저주를 받는다는 것이다. 한편 여러 가지로 차이점을 보여주는데 가장 큰 차이는 삶의 자리에 있다. 신명기 역사서는 왕국시대부터 기록되다가 유다가 멸망한 후 포로공동체에서 완성되었다. 반면에 역대기 역사서는 포로에서 귀환한 공동체가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려고 기록한 것이다. 포로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역대기 역사서를 기록하면서 하나님께 순종하여 온전한 성전예배를 드리는 신정사회와 이상적인 왕국의 건설을 꿈꾸었다. 그들은 다윗왕조를 야훼가 다스리는 왕조라고 높이며, 예루살렘성전 제의를 유일하고 합법적인 예배라고 표현한다. 그러므로 다윗을 이상화했을 뿐만 아니라 북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를 기록에서 삭제하였다.

 그러나 신명기 역사서는 비교적 동등하게 남북왕국의 역사를 모두 다루고 있다. 그들은 역대상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다윗 왕의 밧세바 범죄사건과 그 결과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신명기 역사서가 다윗왕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민족의 포괄적인 범죄에 대한 고백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런 죄악의 불순종이 가져오게 될 하나님의 심판을 분명히 깨닫도록 하기 위해 기록했기 때문이다.

 신명기 역사서의 중심사상은 유일하신 하나님에 대한 경외 사상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에 정착한 이후로 야훼 하나님을 멀리하고 이방신을 섬겼거나 하나님과 이방신을 같이 섬기는 혼합주의 종교생활로 인하여 하나님의 진노를 촉발시켰다. 그러므로 신명기 역사서에서는 지방성소를 통하여 우상숭배가 스며들지 못하게 예루살렘에 모여 예배를 드리도록 중앙집권화를 강조한다. 또한 이스라엘의 계약 사상과 인과응보 사상 그리고 아무리 죄를 짓고 배신하였을지라도 ‘돌이키면’ 회복된다는 것을 말한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윗의 인구조사 이야기를 보면 다윗이 돌이켰을 때 용서해주고 성전부지까지 마련해준 것처럼, 회개하면 더 큰 은혜가 부어진다는 것을 신명기 역사서에서는 명확하게 말해준다. 다만 그 시대에는 사람들이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사무엘하에서는 “야훼께서 다윗을 격동시켰다”라고 기록되었다. 그러나 포로 이후 시대의 사람들은 악한 일은 사탄이 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사탄이 다윗을 충동한 것으로 기록하였다. 그래서 재앙은 유혹자이며 파괴자인 사탄에게서 나온다고 기술함으로써 이미 포로생활을 통하여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좋으신 분이신 것을 의심하지 않고 굳건한 믿음을 갖도록 배려한 것이다.

 한상인 부목사(목회·교육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