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때 남편 여의고 험난한 인생 보내
뒤늦게 믿은 하나님 때문에 평안 되찾아

 경남 함양에서 자란 나는 일찍 결혼을 했다. 당시 한국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고, 함양도 예외는 아니었다. 함양 인근에 위치한 지리산에는 숨어든 인민군을 토벌하기 위해 국군과 인민군의 싸움이 치열했다.

 19살이던 그해 초, 음력 설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경찰이었던 남편은 서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국군과 인민군과의 전투 중 탄환이 부족하니 지원이 급하다는 내용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남편은 다른 경찰 네 명과 함께 탄환을 가지고 우리 군을 찾아 나섰다. 남편이 맨 앞에 섰고, 나머지 경찰이 그 뒤를 따랐다. 저만치 군인인 듯한 사람들이 보이자 남편은 우리 편인지를 확인한 후 그들에게 다가섰다. 그 순간 남편과 네 명의 경찰들을 향해 총알이 날아왔다. 남편은 그 자리에서 인민군이 쏜 총알을 맞았고, 나머지 경찰은 부상을 입고 마을로 도망쳐 왔다. 국군에게 탄환을 전해주고 오겠다던 남편의 그날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남편의 죽음을 쉽게 인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총에 맞은 남편이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만 같아 매일 따뜻한 밥을 지어 아랫목에 두고 해만 지면 문 밖에서 서성였다. 그렇게 하길 몇 년, 나는 화병이 들고 말았다.

 남편과의 어이없는 헤어짐 후에 나의 고생은 시작됐다. 공장, 식모를 지내며 홀로 외롭게 살았다. 사기로 어렵게 모은 돈을 잃기도 했다. 나는 점점 웃음을 잃어갔고, 우울증과 위장병으로 오랜 시간 고생했다. 종교를 가져보면 나아질 수도 있다는 말에 여러 종교를 믿기도 했다. 그러나 내 안에 평안은 없었다.

 내 나이 60세가 넘었을 때였다. 윗층에 살던 권사님 한 분이 나에게 교회에 가자고 권유했다. 그분을 따라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양천대교구 5교구 6지역 식구들이 따뜻하게 대해줬다. 젊은 엄마들은 마치 딸처럼 나를 사랑으로 감싸줬다. 얼어있던 마음이 녹아들면서 웃음을 찾기 시작했고, 마음에 평안이 밀려왔다. 교구 식구들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에는 교구식구들과 함께 이스라엘 성지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 당시 조용기 목사님을 강사로 이스라엘에서 성회가 열렸는데, 떠나기 직전 몸이 너무 많아 아팠다. 타지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하겠다던 여러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나는 이스라엘에서 너무나도 많은 은혜를 받았다.

 교회를 출석한 지 몇 년 후에는 교구 식구들과 칠순 잔치도 가졌다. 가족도 없이 홀로 생일을 보내야 했던 나를 위해 교구 성도들은 칠순 잔치를 열어줬다. 그때의 행복함이란 말로 표현 못한다.

 남편이 죽은 지 반세기를 넘기고서야 조카의 도움으로 남편은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아 국립서울현충원에 6·25전쟁 용사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매년 6월 현충일이 다가오면 지역 식구들은 나와 함께 현충원에 가서 위로 예배를 드린다. 남편이 마지막 집을 나선 날을 추모일로 정했는데 그날 역시 지역식구들은 우리 집에 모여 추도 예배를 함께 드리고 있다. 그 사랑을 어찌 다 보답해야 할지,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이 나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내 나이 이제 여든 둘. 나는 받은 사랑을 하나님께 보답하고 싶었다. 가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것을 주님께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아프리카 케냐 투르카나에서 사역하다 돌아가신 임연심 선교사님 이야기를 들었다. 생전에 투르카나 지역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싶어하셨던 선교사님의 마지막 꿈을 이루는데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기도 끝에 나는 5000만원을 헌금했다. 내가 하나님과 지역 식구들에게 받은 사랑과 비교하면 약소했다. 이영훈 목사님은 기도를 해주시면서 내 이름이 학교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내가 더 감사했다. 나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양을 좋아해 자주 부른다. 나를 구원하시고 사랑주시고 놀라운 주님의 은혜를 깨닫게 해주신 것이 그저 나는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