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월간지에서 본 기사입니다. 제목은 중산층의 조건. 먼저 우리나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입니다. 부채 없는 30평대 이상의 아파트 소유, 월 급여 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 중형차, 1년에 해외 여행 1회 이상.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떠한지 한번 볼까요?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이 ‘Qualite de vie(삶의 질)’에서 정한 중산층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스포츠와 악기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자신만의 특별한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줄 알아야 하고,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며 약자를 돕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역시 문화 강국 프랑스답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은 신사의 나라 영국을 보여주듯 좀 ‘젠틀’합니다.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와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조건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것. 그리고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비평지가 항상 놓여 있을 것이랍니다.

 이 글을 읽고 어디를 봐도 우리나라처럼 화폐의 규모나 자동차의 크기를 중산층의 조건으로 꼽는 곳은 없구나 하는 생각에 순간, 물질주의가 팽배한 이 땅에 사는 한국인이 부끄럽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나라에서 태어나 중산층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모습, 그리고 중산층을 유지하려고 허둥대는 모습이 내 모습 같고, 내 누이나 형제, 아니 내 부모의 모습 같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이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 팽배 의식이 신앙생활에서도 이어진다는 겁니다. 우리의 기도 제목을 들여다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의 중산층의 조건과 거의 흡사한 기도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넓은 평수의 집, 2000cc 자동차, 자식 일류대 진학 거기다 탄탄대로로 좋은 직장 입사까지, 우리는 유형의 무언가를 구하고 또 구합니다.

 육신의 안목과 이생의 자랑을 위한 기도 제목들 앞에 저 역시 고개를 떨굽니다. 허리띠 졸라매고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결코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물질주의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건 어제까지의 일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물질적 가치보다 문화적, 정신적 가치를 고취시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신앙에서도 혈과 육을 좇는 기도 대신 하나님의 은혜와 감사를 좇는 기도가 시급합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잘 먹고 사는 일이 자꾸만 눈에 보인다면, 그 마음도 하나님께 맡기세요. 신앙은 세상살이와 달라서 은혜와 감사를 좇으면 나머지는 오히려 하나님이 알아서 다 채워주실 겁니다.

 세상살이가 쉽지 않아서 경제적 혹은 문화적 중산층 되기가 영 어렵게만 보인다고요. 언제쯤이나 나도 중산층에 들어가보나, 까마득하게만 보이십니까. 한숨 짓지 마세요. 전혀 괜찮습니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세계가 있으니까요. 우리는 신앙적 중산층을 꿈꾸면 되니까요.    

  
황여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