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요즘처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끔찍한 반인륜 범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의 가책도 없는 사람들, 악마 같은 사람들에게 신의 자비가 필요할까 싶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죄를 용서한 것처럼, 인간도 인간의 죄를 용서하는 것이 순리이겠지만, 회개하지 않는 악마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마음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각별한 은사를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흔히들 ‘묻지마 범죄’라고 합니다. 폭발적인 분노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탓에 자신과 무관한 불특정 사람들을 공격하는 범죄행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최근엔 좀 더 유식한 표현으로 ‘절망 범죄’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절망 속에서 저지르는 폭력 행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분석에는 굉장히 위험한 전제가 포함돼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 범죄라는 일탈행위를 저지른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빈부 양극화, 물신 숭배, 황금만능주의, 약자에 대한 멸시, 신자유주의, 교육의 실패, 이기주의 등 다양한 물리적 환경이 제시됩니다. 많이 배웠다는 분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사회적 책임론을 제기합니다. ‘우리 사회가 괴물을 키웠다’ 류의 분석입니다. 유식해 보입니다. 그럴듯해 보입니다. 범죄가 경제적 요인이나 사회 분위기와 무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핵심 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범죄는 범죄일 뿐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가정환경이라도 아무리 이기적인 사회 분위기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합리화할 수는 없습니다.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합리화에 능하다는 것입니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탓하고, 이기적인 사회를 탓합니다. 자신보다 부유한 사람을 탓하고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을 탓합니다. 부모를 탓하고, 조상을 탓하고, 국가를 탓하고, 심지어 신을 탓합니다. 그렇다면 더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힘들고 고달픈 환경에 맞닥뜨린다고 누구든 극단적인 범죄 성향을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망스런 환경에서도 인내와 노력으로 희망의 불씨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증오가 아니라 사랑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위인들의 사례는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가난과 질병, 차별과 절망은 범죄의 원인이 아니라 범죄자들의 핑곗거리에 불과합니다.

 많이 배운 사람,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 돈이 많은 사람, 권력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죄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들 중에도 나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범죄의 성격이 다를 뿐이지요. 

 명백한 잘못을 합리화하고 핑곗거리를 둘러 대는 것은 인류의 본성입니다. 최초의 인류가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명을 어겼을 때부터 그렇습니다. 아내를 탓하고 하나님을 탓했습니다. 그야말로 비겁한 변명일 뿐이었습니다. 아담이 범죄로 인해 세상에 악이 들어왔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 회개하지 않는 죄도 함께 세상에 들어왔습니다. 죄는 현생 인류의 본능입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오직 예수를 믿고 성령의 도움을 받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