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10차 WCC 총회의 개최지로 부산이 선정된 이래 한국 교회 안에 WCC 총회 개최를 둘러싼 논쟁이 고조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WCC가 ‘종교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종교 다원주의’란 한마디로 인간이 구원을 받는 방법에 있어서 예수님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다른 종교들도 다 같이 절대자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WCC는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이야기하거나 다른 종교들도 기독교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가?
1. WCC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교회들의 교제이다.
WCC는 ‘종교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단체가 아니다. WCC에 소속된 교회들은 불교나 이슬람교와 같은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WCC의 헌장 제1조는 “WCC는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고, 성부, 성자, 성령의 영광을 위하여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이다”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서 WCC는 종교 간의 연합이 아니라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는 세계 교회들의 협의회이다.
WCC가 추구하는 교회 일치나 교회연합운동은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고자 하는 선교적 목적을 가지고 있을 뿐, 결코 타종교와의 일치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물론 WCC는 ‘다양성 속의 일치’를 강조한다. 그런데 이 말은 타종교 간의 일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기독교 교단들과 교회들이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해 주면서 온전히 한 몸을 이루자는 것이다.
또한 WCC는 세계교회협의회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절대로 타종교들과 교리적인 일치를 추구하지 않는다. 현재 WCC에는 동방정교회와 개신교의 다양한 교단들(오순절교회, 장로교회, 감리교회, 침례교회, 성공회, 루터교회, 연합교회 등)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지만, WCC내에서조차 각각의 교단들과 교파들은 자신의 교리와 신학을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WCC에는 일치된 신학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WCC에 속한 개신교 교회들 간에도 교리적인 일치를 주장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데, 하물며 타종교 간의 교리적 일치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타종교 간에 교리적인 일치에 이르는 길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WCC는 예수님을 구세주로 모시고 주님의 영광을 위한 부르심을 함께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들의 세계적인 교제이다.
2. WCC는 선교를 목적으로 종교 간의 대화를 도모한다.
기독교는 구원 교리에 관한 한 타협이 있을 수 없다. 이 같은 구원 교리를 견고하게 지탱하는 핵심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의 지상 사역, 십자가 고난과 대속, 부활이 인류의 구원을 위한 유일한 전제조건이다. WCC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을 인간 구원의 유일한 근거로 삼고 있다. 구원의 길에 대한 이와 같은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간직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타종교와의 대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WCC의 입장이다.
WCC가 다른 종교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목적은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이다. 유대인이었던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과 우물가에서 대화하신 것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영생의 의미를 깨닫도록 하시기 위한 선교적인 목적이었다. 선교사들의 선교 역시,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과의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WCC는 다른 종교들과 대화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 다른 종교들과 대화를 통하여 기독교 신앙의 진리를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에게 기독교의 진리를 더욱 선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WCC가 시행하는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은 기독교와 타종교를 혼합하려는 ‘종교 다원주의’적인 시도가 아니라 토착민들의 문화를 포용하여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려는 선교적인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3. WCC는 인류의 공동 과제와 사회봉사에 있어 제한적으로 종교 간의 협력을 도모할 뿐이다.
WCC는 타종교들과 교리적인 일치를 추구하지 않지만 인류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그리고 생태계 보호와 같은 인류 공동의 과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제한적으로 종교 간의 협력을 추구해 왔다. 일제강점기에 한국 기독교인들은 천도교, 불교 신자들과 3.1독립만세운동을 위해 함께 독립 선언문을 작성했다. 같은 맥락으로 WCC는 인류의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인류 공동의 사업을 위해 종교 간의 대화와 협력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 간의 협력은 타종교에도 구원에 이르는 길이 있다고 주장하는 ‘종교 다원주의’와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재론하거니와 WCC가 종교 간의 대화를 시도하는 분명한 목적은 종교적인 일치가 아니라 타종교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류 평화나 생태계 보호와 같은 인류 공동의 선을 추구하기 위해서이다.
이번에는 WCC가 ‘종교 다원주의’적 단체가 아니라는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WCC는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하는 교회들의 교제이며, 종교 간의 대화는 선교를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도모할 뿐이다. WCC는 종교 간의 교리를 혼합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2013년 제10차 WCC 부산총회는 ‘종교 다원주의’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부산총회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사랑과 위상을 국내외에 알려서 무종교인들이나 타종교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국제신학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