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승리의 비결은 기도입니다”
2012 런던올림픽 ‘복싱 은메달리스트’
경기마다 기도하며 하나님께 의지

 17일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2012 런던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림픽 기간 동안 국민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온 힘을 다해 싸워준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감동의 시간을 보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마지막 메달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복싱국가대표 한순철 선수다. 그는 이번 런던올림픽 복싱에서 우리나라에 16년 만에 값진 은메달을 선사하며 침체 되어 있던 한국복싱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링에서 죽을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는 한순철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 군 입대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두 살배기 딸과 아내가 있다. 그는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는 아내와 아직 어린 딸을 떠올리며 매 순간 이를 악물었다. 16강전에서는 상대선수와의 혈전 끝에 동점을 기록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심판의 선택을 받아 8강에 진출했다.

 “떨리는 순간이었죠. 동점이 되어 링 위에서 판정을 기다리는 짧은 순간동안 하나님께 ‘저의 승리를 통해 하나님께서 영광 받아주세요’라고 기도하며 승리를 간구했어요. 마침내 저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드렸어요” 이번 올림픽에서는 체육인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윤덕신 전도사가 경기마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기도를 해주며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 7월,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는 조용기 목사에게 기도를 받고 힘을 얻기도 했다. 그는 하나님께 의지하며 기도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한순철 선수는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면서 선수촌교회 신우회 활동을 시작했다.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유도의 김재범 선수와 역도의 장미란 선수 등 기독 선수들은 그에게 귀한 동역자들이다. 운동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예배의 자리에 가면 하나님께서는 새 힘을 부어주신다. 힘든 선수생활 가운데서 믿음은 그를 단단하게 지탱해주었다. 선수촌에서 생활하면서 주일예배뿐만 아니라 외출이 허락되는 수요일 저녁에도 어김없이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설악중학교 재학시절 그의 남다른 운동신경을 눈여겨 본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한 한순철 선수는 오로지 복싱만을 바라보며 성실하게 달려왔다. 그동안 2006년 제15회 도하 아시안 게임 복싱 밴텀급 은메달, 2010년 제 16회 광저우 아시안 게임 복싱 남자 60kg급 동메달을 따는 등 좋은 성적을 내며 한국 복싱의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해왔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그의 눈물겨운 노력과 땀이 있었다. 시련도 많았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무리한 체중감량으로 아쉽게도 16강 진출에 만족해야했다. 그 후 꾸준하게 기량이 향상되었지만 이번에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초, 런던올림픽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전지훈련지에서 급성간염에 걸린 것이다. 헝가리에서부터 안 좋았던 몸 상태가 불가리아에서는 급격히 악화됐다. 간수치가 너무 높아져 자칫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말도 한마디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몸이 아픈 것도 괴로웠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일어난 갑작스런 시련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힘들어 하는 그에게 복싱 국가대표팀의 이승배 감독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감독님께서는 제가 몸이 회복될 때 까지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저도 이대로는 훈련을 계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회복시키는 것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몸이 조금씩 나아지자 서서히 훈련에 참여했죠”

 크리스천인 이승배 감독은 선수들을 신앙 안에서 이끄는 것도 잊지 않았다. 늘 하나님께 의지하고 기도하라고 격려했다. 훈련을 할 때는 호랑이 감독이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선수들을 대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손수 밥을 차려주고 곰탕을 끓여주는 등 한 없이 따뜻하게 선수들을 보듬었다.

 한순철 선수는 한국 복싱의 국가대표로서 어깨가 무겁다. 다른 종목 못지않게 힘든 훈련을 참아내며 운동하는데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지원도 부족해 선수들이 마음 놓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순철 선수는 복싱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부탁했다.

 “복싱에 대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려요. 국민들의 응원은 복싱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런던올림픽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순철 선수는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선수촌에 입촌한다. 당분간은 10월에 열리는 제93회 전국체육대회를 목표로 훈련에 매진할 예정이다.

 언제나 자신과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 덕분에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한순철 선수. 앞으로도 그 사실을 잊지 않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겠다는 그의 삶이 더욱 빛나기를 기대해 본다.

 글·김정연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