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위해 일하는 믿음의 가문 이룰래요”

순복음 신앙안에서 믿음의 자녀들로 성장
교회가 다문화가정 관심 갖고 끌어안아야

 10여 년 전 주일이면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의 손을 잡고 대성전으로 예배드리러 오던 혼혈 아이가 하나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동생과 함께 부모의 손을 잡고 예배를 드리던 아이는 웃는 얼굴이 참 예뻤다. 몇 년 후 그 아이를 다시 보게 된 건 교회학교에서였다. 
 한국 아이들 틈에 섞여 예배드리던 아이는 피부색 때문에 쉽게 눈에 띄었다.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율동하는 선생님을 따라 열심히 찬양을 불렀다. 공과 시간에는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성경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올해 13살로 자란 음보 지나를 다시 만난 건 국제사역국 영어청소년예배에서였다. 여전히 웃는 얼굴이 예쁜 지나는 그동안 훌쩍 자라있었다. 아기였던 지나의 남동생 윌프레드 주니어는 11살이 됐다. 윌프레드 주니어도 간간이 교회학교에서 한국아이들과 섞여 예배드리는 모습을 봤는데, 지금은 선데이스쿨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윌프레드 주니어 밑으로는 6살 우고치와 2살 이켄나 두 명의 동생이 더 생겼다. 
 이중 6살 우고치는 현재 교회학교 유치부에서 한국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2살 이켄나는 아직 어려 부모와 함께 대성전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순복음 안에서 키운 사랑

 지나, 윌프레드 주니어, 우고치, 이켄나 4남매의 아버지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음보 윌프레드 나위게 성도. 어머니는 한국인 전은희 집사다. 
 다문화 가정이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 전은희 집사는 지나와 윌프레드 주니어를 한국인 아이들과 함께 예배드리게 했다. 피부색으로 인해 이목이 집중됐을 법한데 전 집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국에 살면서 당연히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따라줬어요. 그 때문에 한국어도 많이 익히게 됐죠. 무엇보다 순복음의 뚜렷한 신앙교리를 배울 수 있었다는 게 좋았어요” 
 지나와 윌프레드 주니어는 교육열이 남다른 부친 뜻에 따라 지난해까지 용산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녔다. 그러다 올해 초 용산의 한 초등학교로 옮겼다. 경제적인 부담도 컸지만 아이들에게 현실에 대한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싶어서였다.
 “처음에는 남편의 반대가 심했어요. 혹여 일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하는 염려에서였죠.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이 일반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어요. 순복음 안에서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진 아이들로 자란 덕분이죠”
 전은희 집사는 예전과 달리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아이들에게 오는 혜택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전 집사의 두 자녀는 지역 문화센터를 통해 악기와 사진 등을 무료로 배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의 후원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 큰 딸 지나가 캠핑을 다녀오기도 했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멘토가 돼 ‘다문화가정으로 인한 피해’를 주제로 대화시간을 가졌나봐요. 지나는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답니다. 자신은 자라는 동안 왕따를 당해본 일이 없는데, 다른 아이들은 상처가 컸던 모양이에요. 또 다른 충격은 많은 아이들이 예수님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대요. 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분신사바(귀신을 부르는 주술)하며 무서워하는 것을 보고는 ‘예수님이 계시는데 왜 무서워 하냐’며 ‘예수님을 믿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자’라고 했답니다”
 전 집사는 지나 뿐 아니라 아들 윌프레드 주니어도 일반학교로 옮긴 뒤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면 “하나님 아세요? 교회다녀?”라며 전도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전 집사의 자녀들이 확고한 믿음을 가슴에 새기게 된 것은 부모를 따라 순복음 안에서 신앙생활 했기 때문이다.

 “나는 순복음교회에 다닙니다”

 전은희 집사가 남편인 음보 윌프레드 나위게 성도를 만난 건 29살 때였다. 이태원 지하보도를 지나는 그녀의 어깨를 누군가 가만히 두드렸다. “헬로(Hello)” 처음 보는 낯선 흑인이었다. 전 집사는 놀란 나머지 영어로 “크리스천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나는 크리스천이고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다니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국에 돈 벌러 왔던 남편은 한국에 오자마자 주변사람의 소개로 혼자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아와 신앙생활을 하고 있던 차였다. 
 크리스천이었던 전 집사는 순간 남편을 보고 ‘이방의 나라에서 얼마나 외로울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둘은 친구가 됐고, 이후 연애를 하면서 함께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했다. 문화와 언어는 달랐지만 신앙이라는 공통분모 속에 두 사람의 사랑 또한 커져갔다.
 “주변의 반대가 심했죠. 잘 사는 나라 사람도 아니고, 뭘 믿고 결혼하려느냐고 가족이 반대했어요. 하지만 이 사람을 만나기 전 배우자를 위해 기도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호감이 생겼고, 연애하면서 이 사람이 배우자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둘은 1년 연애 끝에 나이지리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에 정착했다. 결혼하면서 남편은 전은희 집사에게 ‘사랑’과 ‘이해’를 당부했다. 전은희 집사는 “남편은 가장으로서 긍정적이고 모범적인 신앙의 본이 됐다”고 했다. 네 명의 자녀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편은 아침마다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 자녀들도 그런 부친의 영향으로 등교 전 성경말씀을 읽고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이 순복음에서 배운 긍정적인 믿음은 때론 전은희 집사에게 도전이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사업을 하다보면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길 때가 있어요. 아내의 입장에서 불안하죠. 그러면 남편은 ‘기도할 때 하늘 문이 열린다. 걱정 마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정말 새벽예배 철야예배에 나와 밤낮으로 부르짖으면 주님이 우리의 문제를 아시고 해결해주십니다. 참 놀라운 일이에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교회에 나와 기도했더니, 이제는 아이들도 믿음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봅니다. 제가 걱정하면 ‘엄마, 주님이 계시는데 뭐가 문제예요. 함께 기도해요’라며 저를 위로해요”

 

 주님을 위해 사는 것이 가족의 꿈
 
 전 집사의 큰 딸 지나의 꿈은 선교사다. 6살 때 성령 체험을 한 후 지나는 선교사가 돼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겠다고 말했다. 최근 사진을 배우고 있는 지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렌즈에 담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나중에 선교지에 가서 아이들에게 사진 기술을 알려주면서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일본 축구팀을 꺾고 동메달을 땄을 때 가장 환호했던 큰아들 윌프레드 주니어. 축구에 빠져 사는 윌프레드 주니어도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주님을 아느냐’고 물어본다.
 이방인의 나라에 와서 야곱처럼 가족을 일군 음보 윌프레드 나위게 성도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출석하면서 꿈이 생겼다. 주님을 위해 큰 교회를 짓는 것. “예배를 마치고 성전 문을 나설 때마다 제가 남편에게 ‘우리교회 참 좋아. 그쵸?’라고 말하면 남편은 언제나 ‘나도 우리교회처럼 큰 교회를 지어 주님께 드리고 싶다’고 말한답니다”
 용산대교구 외국인교구 소속인 전은희 집사는 다문화가정 부흥에 힘쓰는 게 소원이다. “처음 구역장 직분을 받았을 때 저 혼자라 막막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얻은 노하우를 주변에 전하자 사람들이 모이더군요”
 전은희 집사는 예전에는 십자가, 예수님을 생각해도 감동이 없었지만 지금은 주님만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며 “제가 찬양을 부르다 ‘주님 속히 오세요’라고 고백하면 지나는 ‘NO, 안돼요. 아직 전도를 더 해야 해요’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의 믿음이 저보다 커요”라고 했다. 

 다문화 가정,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대상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전국 다문화가정은 22만687세대. 전은희 집사는 “이제 교회가 적극적으로 다문화가정을 사랑으로 보듬을 때”라고 말했다.
 “용산대교구 외국인교구를 보면 대부분 미국인과 결혼한 한국여성들이 많아요. 하지만 교회를 출석하는 다문화가정을 보면 필리핀 베트남 엄마 또는 외국인 아빠를 둔 가정도 많잖아요. 서로의 소통을 위해 그들을 위한 모임이 교회안에 많이 생겼으면 해요. 또한 외국인 엄마들을 위한 문화적 혜택이 많은 반면 외국인 아버지를 위한 언어교실이라든가, 직업 알선 등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외국인 아버지들이 한국 땅에서 정체성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사회와 교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오정선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