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힐링(healing)’이 대세입니다. 사전상 힐링은 몸과 마음의 치유를 뜻합니다. 예전에 한 출판업계 사람에게 들은 이야긴데, 우리나라에서 책을 출간할 때 책 제목 안에 ‘파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 책은 최소 3쇄 이상 찍는답니다.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이유 불문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를 좋아하니 그 로망으로 일명 ‘파리 효과’를 본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파리 외에도 힐링이라는 단어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딜 가나 힐링 이야깁니다. 힐링 디자인, 힐링 패션, 힐링 카페, ‘힐링 캠프’라는 TV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습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휴가도 ‘힐링’이 대세였답니다. 힐링 여행에서는 지친 몸을 더욱 지치게 하는 빠듯한 스케줄을 완강하게 거부합니다. 몸보다 더 지쳐있는 마음을 달래주는 쉼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힐링 여행이라고 거창하게 말을 만들어서 그렇지, 힐링 여행이 뭐 대단한 거겠습니까. 그저 농촌의 옛 시골집, 멀리 가기 힘들다면 서울 시내 고즈넉한 북촌 한옥 마을처럼 대중매체, 전자 기기들이 최대한 배제된 곳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 그게 힐링 여행인 겁니다. 저 역시 올 여름에 힐링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자고로 비행기 타고 몸을 붕 한번 띄어주어야 휴가 제대로 다녀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이번에는 북적대는 인천공항이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골, 낮 기온이 서울보다 5도 이상 뚝 떨어져 있는 시골길에서 힐링 휴가의 매력을 제대로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참 이상합니다. 그 힐링 휴가의 효과가 대단하기는 한데, 아쉬운 것은 굵은 만큼 짧더라는 겁니다. 서울로 돌아오니 찌는 듯한 더위는 여전했고 에어컨의 인공 바람을 쐬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야하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돌아와 보니, 힐링 휴가는 아늑한 한 여름 밤의 꿈이었습니다. 다시 삶의 무게들이 어깨로 내려앉는 듯 했고, 오히려 그 체감 무게가 예전보다 더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힐링이었습니다. 방전된 몸과 마음을 휴가지에서 50% 충전시켰다면 이제는 하나님의 은혜로 100%까지 충전시킬 차례였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내 안이 꽉 채워지니 무더운 날씨도 감사요, 무더운 날씨를 피해 휴가를 다녀온 것은 더 감사한 일이 되었습니다. 사계절이 아닌 한 계절 반짝 더운 나라인 것이 감사하고, 떠나고 싶을 때 배낭 메고 떠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돼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오히려 이 더위가 그리워지겠지요. 생각해보니, 아직 이 계절이 며칠 남아 있어서 그것도 감사합니다. 그 며칠 동안은 저, 더 열정적으로 뻘뻘 땀을 흘려볼 참입니다. 올 여름, 끝없는 하나님의 은혜처럼 끝없이 더 치유될 저만의 힐링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황여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