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만나면 서로 이런저런 집안 이야기를 털어놓기 마련이다. 삶이라는 게 좋은 일, 궂은 일 섞여있기 마련이지만 비율로 보면 행복하다는 말보다 속상하다는 말이 더 많은 것 같다. 때로는 가족끼리도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혔다가 세월이 흘러 매듭이 풀리는 경우도 많다.

 친구의 시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했다. 매번 시어머니는 아들 자랑을 늘어지게 하셨는데 정작 듣고 있는 며느리는 심기가 불편했다. 며느리가 겪는 일상의 남편은 잔소리가 심하고 자주 아이들을 손찌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잘 나가는 중역이던 남편은 집에서 황제로 군림했고 누구도 그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게 했다. 세월이 갈수록 친구의 가슴엔 남편에 대한 분노가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의 마음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편은 가난에 찌든 어린 시절을 보내야했는데 공부를 잘했지만 형편상 공고를 가야했고 가장역할까지 해야 했다. 회사에 입사한 후 필사의 노력으로 중역까지 올라갔는데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만심과 함께 소위 일류대학 출신인 경쟁자들과의 중압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집에 와서 푼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후 친구는 자신과 남편의 다름을 인정하고 맞추어가기 시작했다.

 한편 시어머니는 아들이 회사에서 중역이라는 것이 그저 자랑스럽고 대견하기만 했다. 며느리에겐 “너는 훌륭한 남편을 만났으니 복도 많다”면서 “나는 네 시아버지가 무능한데다 성정조차 까다로워 평생 이 고생을 한다”며 푸념을 늘어놓으셨다. 어느 날 시댁식구들과 저녁을 같이 하게 되었는데, 남편은 반찬이며 국이 싱겁다느니 짜다느니 하며 트집을 잡았고 친구는 조용히 간장과 물을 대령했다. 이 광경을 본 시어머니가 그제야 며느리에게 “얘야, 고맙다. 네 남편 하는 짓이 지 아비를 꼭 닮았구나. 나는 평생 네 시아버지 별나다고 싸우며 살았는데 넌 나와 다르구나”라고 하셨단다.

 하루는 남편이 사소한 일로 또 아들의 뺨을 치려 하자 아들은 아버지의 손목을 꽉 붙잡더니, “아버지, 이젠 저도 맞을 군번이 아니잖아요? 마음에 안 드시면 말로 하세요” 하더란다.

 그러자 남편은 “이 자식이 많이 컸네” 하더니 오히려 파안대소하고 그 후 습관적인 폭력행사를 중지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변화된 남편을 보며 그동안 다름을 인정하고 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곱게 웃었다.

 조임생 권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