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습니다. 폭염 특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출근길,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 이미 지치기 시작합니다. 냉방기가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버스정류장에서 회사까지 걸어가면서 다시 녹초가 됩니다. 웬만하면 사무실에서 버티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외근을 나가야 하기 마련입니다. 강렬한 햇빛 아래 잠깐씩 스쳐가는 소나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저녁 무렵 사무실로 돌아오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불볕더위와 찜통더위를 오가는 바깥보다 훨씬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이 무렵 직장인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이미 휴가를 다녀온 사람과 휴가를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휴가를 다녀온 사람은 당분간 여행의 추억 또는 고생담을 떠올리면서 남은 여름을 버틸 것입니다. 휴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하루하루는 그나마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합니다. 노동은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휴가는 이러한 고통과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문득 찾아와 우리를 위로하고 재충전시키고 다시 일터로 돌아갈 힘을 북돋아 줍니다. 달리 생각하면, 휴식을 취했다가 돌아갈 일터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노동을 요구하는 직장이 있고, 업무를 부여하는 직업이 있기에 휴식이 값지고 휴가가 귀한 것 아닐까요?

 더욱이, 요즘 같은 불황에 피서를 다녀올 수 있는 사람들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하고 싶어도 직업을 갖지 못한 사람, 일터에서 밀려난 사람에게 여름은 더욱 고통의 시간입니다. 소득이 너무 적어서 휴가를 다녀올 엄두를 못내는 사람, 아니 휴가를 포기하고 일만 해도 삶 자체가 버거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 하는 사람들에게 휴가는 특혜가 아니라 권리여야 하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의 영역입니다. 불가피하게 휴가를 누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신앙인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휴가는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하나님도 천지창조 직후 쉬셨는데, 피조물인 인간이 휴가를 포기하고 일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입니다. 성경은 노동 이후의 휴식시간을 반드시 지키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휴식을 통해 육신의 힘을 재충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영적인 건강함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크리스천의 의무입니다.

 노동의 고통을 잊고 가족 혹은 친구들과 놀고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 와중에서도 휴가가 가진 참된 의미를 한번쯤은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이왕이면 여행가방에 작은 성경책을 챙겨가서 조금씩이라도 읽는다면, 그리고 피서지의 석양을 즐기면서 하나님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 좋겠지요.

나신하 기자(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