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세요 만 가지 복이 들어옵니다”
대한민국 코미디 등 예능 산증인
현재 활동하는 최고령 프로듀서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는집 대문으로는 만 가지의 복이 들어온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어렵고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프로가 있었다. 그 프로는 가난으로 어둠이 가득한 국민들을 웃게 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처럼 국민들의 웃음소리는 만 가지 복이 되어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대한민국을 웃게 만들었던 코미디 프로들 뒤에는 코미디 연출의 산증인 유수열 PD가 있었다.

 “지난달에 제가 연출한 MBN 주말시트콤 ‘갈수록 기세등등’을 마쳤어요. MBC에서 30년간 프로듀서로 있다가 제작본부장, MBC프로덕션 사장 등을 거친 후 은퇴 후 대부분이 그렇듯 공식대로 높은 직을 거쳐서 사장 회장 등 여러 가지로 불려졌지만 그래도 전 PD(프로듀서)라고 불리는 것이 가장 좋고 행복합니다”

 유수열 PD는 MBC 개국과 함께 공채1기 PD로 출발해 74세의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현장에서 직접 큐 사인을 던진다. 현재 활동하는 최고령 PD로서 위풍당당하게 현장을 누비고 있는 유수열 PD를 만나 그의 신앙이야기를 들었다.
 “전 모태 신앙인이에요. 어머니의 믿음으로 유년시절 주일학교를 거치고 중고등부를 다니고 학생회장을 맡아서 활동했어요. 대전역 앞이 집이었는데 교회를 다닌 탓에 나쁜 길로 안간 것 같아요. 대전 고등학교에서도 서울대 사범대학에 입학해서도 기독학생회장을 맡았어요. 그리고 서울대 연합기독학생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았었죠”

 그는 대학 졸업 후 ROTC 장교로 임관을 받은 후에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언제나 신앙인이었다. 그러나 MBC PD로 직업을 바꾸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세상을 맛보게 됐다. 그때 그의 나이 28세였다.
 “우선 호칭이 바뀌더라고요. 선생님이라고 불리다가 ‘야 임마, 야 새끼야…’로 불렸죠. 그리고 무엇보다 술이 화근이었어요. PD 생활을 하면서 술과 욕은 생활이 됐죠”

 그에게 주일 성수는 점점 없어졌다. 그가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이 ‘유쾌한 청백전’이었는데 당시 사회는 변웅전 의원이 맡았고 시청률이 1위로 치솟았다. 주일마다 녹화가 끝나면 술파티를 했다. 그는 방송국 PD 생활이 마냥 즐거웠다. 그래서 방탕한 생활은 계속됐다. 방송사의 꽃이라고 하는 연예 제작부장, 소위 ‘쇼부장’을 맡으면서 서울 장안에 있는 극장식당과 나이트클럽은 그의 밤생활의 터전이 됐다. 그러던 그에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나이 50세였다.

 “제작국장 자리를 맡고 있을 때였어요. 그날도 술에 취해 자는데 예수님이 딱 ‘한 컷’으로 절 만나주셨어요, 나를 위해 걱정하시는 모습이었어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죠. 자다가 깼는데 정신이 생생했어요. 예수님이 지금 나를 부르시고 계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옷을 입고 무작정 가까운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한 컷’으로 예수님을 만난 유수열 PD는 기도를 하고 싶었다. 철야 기도하는 곳을 찾았다. 그래서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여의도순복음교회 바울성전이었다.

 “매일같이 철야예배가 있더라고요. 10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조건 예배에 참석했어요. 술을 마셔도 10시가 되면 교회에 갔죠. 멀쩡할 때는 앞쪽에 앉아 예배를 드렸고 술을 마셨을 땐 귀퉁이에 남들이 앉지 않는 자리에 앉았어요. 제가 세상에서 방황할 때 항상 다시 돌아올 것을 기도했던 아내도 10개월 동안 철야를 하는 저에게 미쳤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10개월 후 그는 신년을 맞아 오산리최자실금식기도원을 혼자서 찾아갔다. 그리고 3일 동안 금식을 하면서 ‘주님 신앙을 지키는 것이 힘듭니다. 저를 용서해 주세요.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저의 지경을 옮겨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기도원에서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유수열 PD는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새해를 맞아 방송사에 출근한 그에게 새소식이 전해왔다. 해외 지사장으로 발령이 난 것이었다. LA 지사장으로 미국에 간 그는 교회 중심, 주님 중심으로 삶이 바뀌었다. 미국의 4년은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었다. 다시 귀국한 그는 문화방송의 요직을 맡으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모든 것이 전과 같지 않았다. 주님이 주신 은혜에 감사할 뿐이었다.

 유수열 PD는 대한민국 예능의 길을 함께 걸어왔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예능이 세계최고가 된 것이 하나님이 주신 기회여서 너무나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한류가 계속될 것이라고도 얘기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예능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했다. 50년간 메가폰 앞을 지킨 그의 열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이소흔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