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안에서 함께 웃는 세상 꿈꿔요”
홀트아동복지회 홍보대사 등 나눔에 앞장
자신의 이야기 담은 에세이 ‘웃음사전’ 발간
한껏 부풀린 파마머리에 무엇에든 한 박자 늦게 반응하는 어눌한 복서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개그맨 윤택. 최근에는 종합편성채널인 tvN의 ‘코미디빅리그3’와 MBN의 ‘개그공화국’에 출연하며 다시 한 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웃음’을 주제로 담아낸 에세이 집 ‘웃음사전’을 발간했다. 책에는 인생의 고비마다 늘 동행하신 하나님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녹아져있다.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중 한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기회를 주시고 용기를 주신 덕분에 책을 쓰게 됐어요. 누구보다 방황했던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저의 이야기를 통해 특히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소망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모태신앙으로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가정에서는 기도하는 부모님의 막내아들로 사랑받으며 자라던 그에게 방황이 찾아온 것은 운동을 그만 두면서부터였다. 초등학교 때는 농구, 중학교 때는 검도를 했던 그가 갑자기 공부를 하려니 학업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상 앞에 앉아 수업을 받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공부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다. 가출을 밥 먹듯 했고 학업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그동안 부모님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래도 그를 위한 기도의 끈을 놓지 않으셨다.
“한 번은 집을 나왔는데 막상 잘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해낸 곳이 교회였어요. 그날 밤 중등부 예배실에서 잠을 잤어요. 그 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도 하나님의 보호하심이었어요. 부모님의 눈물의 기도 덕분에 질풍노도 같던 방황 끝에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방황을 마친 그는 다시 공부에 매진해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도 입학했다. 이후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했다. IMF시절이었지만 장사가 잘 돼 꽤 많은 돈을 벌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벤처사업을 시작했다. 한창 벤처기업이 붐을 이루던 시절, 좋은 기술력을 확보한 덕에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유수의 대기업들로부터 투자도 받고, 신문에도 소개되는 등 유망 벤처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벤처기업의 거품이 빠지고 가지고 있던 기술의 상용화시기를 놓치면서 회사는 부도를 맞게 됐다.
“5억이 넘는 빚을 떠안은 것도 모자라 부모님께서 평생을 모아 장만하신 집도 경매로 넘어가버렸어요.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정말 괴로웠어요. 모든 것을 다 잃은 것 같았죠. 지금 떠올려 봐도 그때는 제 인생에서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회사를 잃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그때 그는 하나님께 매달렸다. 교회만 들어서면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성전에 앉아 그저 울기만 했다. 일주일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교회에 갔다. 찬양을 듣기만 해도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표현하지 못하고 억눌렀던 마음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모든 절망과 아픔을 쏟아내자 하나님께서는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하나님께 기도 하면서 내 마음을 털어 놓으면 이렇게 나를 받아주시고 내게 평안을 주시는데 정작 저는 모든 것을 하나님 탓으로 돌리며 원망만 했어요. 저는 언제나 하나님께 복을 바라는 기도만 했던 거예요. 그런 모습을 깨닫고 나니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보려고 할 때 그는 문득 스스로에게 ‘나의 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해주는 것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또한 지금껏 한 번도 무언가를 위해 후회 없이 노력해 본 적이 없었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비우고 죽을 만큼 노력해보기로 결심했다. 그길로 대학로로가 개그맨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때 그는 이미 서른을 넘긴 나이였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때로는 ‘나이도 많은 형이 지금 시작한다고 잘 되겠냐’는 비아냥거리는 말도 들었지만 못들은 척 삼키고 더욱 이를 악물었다. SBS 공채개그맨이 됐지만 배고팠던 무명시절은 계속됐다. 그저 개그에만 매달리며 최선을 다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택아’ 코너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며 큰 인기를 얻게 됐다. 지금껏 살면서 여러 번의 힘든 시련을 이겨낸 그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제가 만약 사업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개그를 하지 못했을 것이고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공채 나이에 걸렸을 거예요.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는 방법은 다양해요. 모든 것을 잃어봤고, 인생의 쓴 맛을 봤기에 오히려 큰 꿈을 꿀 수 있었어요”
어려운 시절을 겪어서일까. 그는 나눔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현재 안구기증운동협회와 홀트아동복지회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그는 크고 작은 행사들에 앞장서서 참여하며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자신의 재능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떼어 선뜻 나누는 분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겨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조금 더 나누는 것에 용기 내려고 합니다”
그는 지난 1월에 결혼해 믿음의 가정을 꾸렸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으로 앞으로 더욱 귀하게 쓰임 받을 그의 앞날에 기대가 모아진다.
글·김정연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