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로 받은 ‘덤 인생’…봉사 최선
30년 넘게 심장병 어린이 돕기 폐지 수집 나서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폐지 수집을 시작한 것은 1980년도부터다. 처음 시작은 아내 이정옥 권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아내는 “폐지를 모아 교회에 내면 심장병 어린이를 살리는데 쓰여진다”며 정성껏 폐지를 수집했다. 아내가 주중에 폐지를 모으면 폐지를 묶어 주일에 교회로 가져오는 것이 내 몫이었다. 자발적인 봉사보다는 아내에 의한 수동적인 봉사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폐지를 모아 교회에 가져오는 일을 하면서 점점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2006년 장로성가단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주일이 아닌 화요일 연습 때마다 폐지를 가져다 교회에 냈다. 내가 한 주에 모으는 폐지의 양은 세 박스 정도였다. 6년째 한 주도 빠짐없이 폐지를 모으고 가져오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 건강한 체질을 가지고 있었다. 건강검진을 해보면 70세가 넘은 나이지만 신체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나왔다. 심장도 아무런 이상 증상이 없었다. 그런데 2007년 10월, 심장 검진 당시만해도 아무런 이상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던 내가 두 달 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것은 정확히 2007년 12월 29일 아침이었다. 전날 금요철야예배를 다녀오겠다고 교회에 갔던 아내가 그날 새벽 6시에 집에 돌아왔다. 미리 일어나 거실에서 아내를 맞이하고 안방으로 옮겨 아내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 한 가운데가 아프기 시작했다. 말할 수 없는 통증으로 고통스러웠다. 아내는 서둘러 병원에 가자며 옷을 입으라고 했다. 한 겨울이었지만 비오듯 흐르는 땀으로 온 몸이 젖었다. 심장은 터질 듯 했고 다른 부위는 수 만근의 무게에 짓눌리는 듯 했다.

 차를 직접 운전할 수 없어 지나가는 택시를 겨우 잡아 타고 서둘러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해 침대에 누울 때까지 만해도 의식이 남아 있어 아내와 대화를 할 수 있었지만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갔다. 희미해져가는 의식과 함께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 생명은 여기까지구나. 주님, 이제 주님 곁으로 갑니다’

 그런데 얼마 후 의식을 도로 찾았다. 의료진의 급박한 시술로 깨어난 것이었다. 울고불고 난리였던 아내는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처음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병원에서는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술 후 살아난 나를 보고 “15분만 늦었어도 가망이 없었을 것이다. 참 다행한 일이다”라며 위로했다. 그날 아침 같은 증상으로 7명이 응급실에 왔다가 3명이 사망했다. 순간 나는 ‘아! 하나님께서 나를 살려주셨군요.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했다. 덤으로 얻은 생명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나는 신앙생활은 물론 봉사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장로성가단 활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폐지 수집을 더욱 열심히 하기로 했다.

 내가 심장 이상으로 고통을 당하다 살아나보니 심장병으로 고통당하는 어린 생명에게 새생명을 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작은 폐지 조각이라도 눈에 보이면 허투루 여기치 않고 차곡차곡 모았다. 이제 폐지 수집은 나에게 있어 더없이 소중한 봉사가 됐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심장병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다. 나서서 그들을 직접 도울 수 없다 해도 가정에서 폐지를 모아 교회에 내는 것만으로도 어린 생명을 살리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셔서 삶을 연장시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내가 힘들 때 나를 위해 기도해준 장로성가단원과 교구 성도들에게 고맙다. 남은 생애 주님을 위해 더욱 열심히 봉사하며 폐지 수집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