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는 예수님입니다
수용소에서도 함께하시는 예수님
''믿음’은 거룩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 편의 잘 만든 독립영화를 만났습니다. 주일이면 어김없이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하는 제작자, 신실한 믿음을 향해 달려나가는 감독, 최고를 꿈꾸는 배우들. 그들이 만들어낸 40분짜리 영화가 궁금해졌습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닌 저예산 영화이지만 제작진의 생각과 세계관이 반영된 독립영화라서 더 구미가 당겼습니다. 독립영화 특성상 해석의 여지를 열어 놓았기 때문에 이번 리뷰도 가능했다는 것을 먼저 밝혀둡니다. 영화 해설을 위해 제가 택한 방법은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상징적인 것들을 해석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부분의 내용(스포일러)들이 노출되는 것은 어쩔수 없습니다. 성령 충만한 크리스천 젊은이들이 땀흘려 만든 영화이기에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알차게 풀어볼까 합니다. 다들 준비되셨죠? 나온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영화, ‘숙녀와 수용소’(제작:손영선/감독:이다)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영화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독방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고통받던 주인공 1번 수감자의 독백이 이어지다가 나온 단어가 ‘숙녀’입니다. 동시에 독방 철창문이 열리고 한줄기 빛이 들어옵니다. 1번 수감자는 깨닫게 됩니다. ‘숙녀’가 삶의 해답임을. 수용소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정답임을 말입니다. 숙녀는 ‘예수님’을 나타냅니다.
 주인공은 숙녀, 곧 예수님을 동료들에게 소개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동료 수감자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입니다. 숙녀앞에서 추한 몰골 보이지 말라는 1번 수감자의 말에 “내래 가려운 데 긁을 권리도 없네?”라며 시큰둥 되받아치는 까칠이 3번 수감자가 있습니다. 숙녀 앞이라도 생리현상인 방귀 뀌는건 어쩔수 없다는 2번 수감자도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예수님을 처음 믿을 때 했던 행동들과 같습니다. 나만의 사적인 공간을 고집하며 주님께 전적으로 의지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수용소 안에 예수님이 소개된 뒤로 수감자들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까탈스럽던 3번 수감자는 자신의 자리를 숙녀에게 양보합니다. 자신이 기거하던 자리를 숙녀에게 내놓는다는 것은 인생의 운전대를 예수님께 맡긴다는 것입니다. 투덜거리면서도 주님이 계실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신앙생활이죠. 3번 수감자는 자다가 추위를 느끼는 순간도 숙녀의 자리를 도로 빼앗으려 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다른 동료의 이불을 빼앗으려 하죠. 물론 믿음이라는 따뜻한 이불을 대신 얻게 되었습니다.

 숙녀가 자리잡은 뒤, 수감자들은 오랜만에 세수를 합니다. 장교와 경비병들이 못 알아볼 정도로 말끔해집니다. 예수 믿은후 우리의 얼굴 또한 변합니다. 속사람이 새롭게 됨으로 겉모습도 은혜롭게 변하게 나름이죠. 3년만에 처음 세수를 한 4번 수감자, 놀라운 변화입니다.
 수용소 안에서 수감자들은 강제노역에 시달립니다. 쉬지않고 폐자재를 쌓는 수감자들은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숙녀를 모셔들였으니까요. 변화된 그들의 모습은 장교가 피우다가 던진 담배 꽁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역시 3번 수감자가 그 담배를 줍기 위해 달려가는데 예수님을 소개했던 1번이 그의 목덜미를 잡습니다. 담배는 세상의 유혹입니다. 안목의 정욕, 육신의 정욕, 이생의 자랑입니다(요일 2:16). 이제 그런 것들과 이별하고 새사람으로 거듭난(고후 5:17) 수감자들의 모습을 영화는 담대히 그려냅니다.

 영화에는 꽃 세 송이가 등장합니다. 수감자들이 ‘수용소가 너무 구질구질하지 않냐’며 숙녀를 위한 배려로 가지고 들어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장교에게 빼앗기고 숙녀를 당장 내보내라고 윽박지름을 당합니다. 우리가 헌신과 물질로 주님을 섬기길 원하지만 그때마다 사탄이 시험들게 함으로 잠시 신앙적인 어려움에 빠지기도 합니다. 장교는 꽃을 보며 “기딴거이 어울리지가 않단말이디”라고 말하며 ‘불구덩이 같은 고통을 철저히 맛보고 죽게하는 불의 지옥’이 수용소임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예수 믿기전 우리의 신분이 그러했습니다. 믿음생활 하는 중에도 욥이 고통 당했던 것처럼 우리 또한 그런 과정들을 거치게 됩니다. 꽃 세 송이의 의미는 ‘삼위일체 하나님’입니다. 수용소 장교는 유물론적 사고를 갖고 있기에 삼위일체 하나님을 부정합니다. 그러므로 꽃을 없애버리는 건 당연한 행동이지요. 삼위일체 하나님, 예수님을 소개했던 1번 수감자가 다시 독방에 갇히는건 피할수 없는 핍박의 시간입니다.
 이제 화면은 수용소 앞. 현수막 아래 앉아 쉬고 있는 경비병들과 햇볕아래 앉아 쉬고 있는 수감자들의 표정이 대조적입니다. 그때 누워있던 7번 수감자 코 위에 앉은 것이 풍뎅이. 풍뎅이는 ‘자유’입니다. 뒤집어져 날지 못하는 풍뎅이는 수용소에 갇혀있는 수감자들을 가리킵니다. 풍뎅이를 날아오르게 하려는 수감자들을 경비병들은 곧바로 제지하게 되죠. 쫓아버립니다. 수감자들은 훨훨 나는 풍뎅이를 보며 웃음짓지만 오래가진 못합니다. 북한 장교는 “금일 이후로 풍뎅이 채집 행위 금지령을 발표한다. 당과 조국의 자산인 풍뎅이 보호에 적극 협력해 주기오”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자유까지도 조국의 자산으로 돌리는 북한의 인권현황을 상징하는 대사입니다.

 물도 아껴쓰라는 명령에 수감자들은 재미있는 행동들을 합니다. 자신의 입안의 침을 뱉어 얼굴을 닦는 퍼포먼스입니다. 자유에 대한 갈망이 권위주의에 대한 반항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이 장면에서 웃어야 하는데 그 현실앞에 눈물이 먼저 앞을 가립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던 제자들이 마가의 다락방에 모였습니다. 열흘동안 온전히 기도할 수 밖에 없는 환경과 여건이 마련된 셈이죠. 그 결과 성령 충만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이 교회의 출발이 됐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1번 수감자가 예수(숙녀)를 전했다는 죄목으로 다시 독방에 갇힙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성령님을 만납니다. 코끼리의 존재를 깨닫게 된 것이지요.

 영화 후반부를 가득 채우는 것은 ‘성령님’을 상징하는 코끼리입니다. 120명의 제자들이 성령강림후 담대히 다락방을 뛰쳐 나갔듯 수감자들은 수용소를 탈출합니다. 자유를 찾아, 믿음을 찾아 그들은 과감하게 탈출을 시도합니다. 탈출과정에서 잠시 오버랩되는 회상 장면이 감동적입니다. 까칠함의 대명사였던 3번 수감자를 다들 멀리하지만 결국 ‘용서’함으로 같이 탈출을 결정합니다. 반면 숙녀 앞이라도 방귀는 뀌어야겠다던 2번 수감자는 다리 부상으로 탈출에 동참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숙녀는 염려 마시라요. 내래 잘 모시구 있갔수다”라고 합니다. 비록 몸은 수용소에 남으나 예수님을 배반하진 않겠다는 신앙적 약속입니다. 이 모습에 까칠대왕 3번 수감자도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숨겨놓았던 담배 몇 까치를 손에 건냅니다. 사랑으로 하나 되는 모습입니다.

 에필로그는 2번 수감자가 벽에 그려나가는 코끼리의 모습입니다. 동료들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들을 종합해보면서, 빈 모포 한조각 위의 보이지 않는 숙녀와 주거니 받거니 코끼리의 모습을 그려갑니다. 성령님을 상상하며 동행하기 위한 작업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하실 때 성령님에 대한 언급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깨닫지 못했던 제자들. 그들은 성령 충만 받은 후에야 예수님이 가르치셨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코끼리와의 동행, 감독은 우리에게 성령 충만을 강조합니다. 성령님과의 동행은 어느것도 막을수 없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합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짧은 러닝타임안에서 함축된 언어로 믿음과 자유와 사랑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또한 수용소라는 극한 상황속에서도 예수님 하나님 성령님을 보여주므로 은혜로운 결말을 맺습니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꿈을 잃지 않고 만든 영화, 이다 감독의 말처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눈시울이 촉촉해졌습니다. 열정과 패기로 기독문화를 만들어가는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