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림바로 하나님 은혜 전하는 연주자 될래요”
기도하며 꿈 이루는 서울시향 첫 여성 타악기 연주자
2007년 세계마림바콩쿨 우승, 3관왕 차지한 실력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이 맑고 깊다” “부드럽고 풍만하고 아름답다” 마림바의 소리를 들으면 이런 표현이 저절로 떠오른다. 장미나무로 만든 건반 밑에 공명통을 붙여 소리를 내는 대형 실로폰인 마림바의 연주 소리를 듣다보면 어느새 평안함과 따뜻함이 가슴깊이 차오른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중인 퍼커셔니스트 김미연 성도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타악기 연주자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무대에서 타악기의 매력을 한껏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세계적인 퍼커셔니스트 에릭 사뮤(파리오케스트라 수석)와 예술의 전당에서 타악기 듀오 연주회를 가진데 이어 3월에는 파리에서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 객원 단원으로 연주했다. 파리국립음악원 스승이자 이 오케스트라 타악 수석인 에릭 사뮤의 추천으로 최고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4월에 연 마림바 콘서트도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한 손에 말렛(마림바를 연주하는 스틱)을 두 개씩 끼고 섬세하게 연주하는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7살 때부터 부모님 손잡고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다녔어요. 아동부와 중등부 때 성가대로 활동하고 대학교 때는 주일4부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를 했어요. 어릴 적부터 신앙을 키우면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받고 싶다는 꿈을 가졌는데 하나님께서 길을 이끌어주셔서 연주가가 됐으니 제 연주를 통해 사람들이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함을 얻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길 원해요”
그녀는 항상 하나님과 대화하듯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과 은혜를 간구한다. 몇 백석 규모의 홀에서 개인 솔로연주를 할 때면 미리 가서 관객들이 앉을 자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기도 한다.
그녀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마림바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면서부터다. 학교 홍보차 찾아온 염광정보산업고(현 염광여자메디텍고등학교) 고적대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학교를 찾아가 마림바 연주를 듣게 됐다. 그녀는 부드러운 마림바 소리에 매혹돼 음악가를 꿈꾸게 됐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녀가 음악을 하겠다며 실업고에 진학하려 하자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그의 집요한 설득 끝에 원하는 대로 진학할 수 있었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다.
“관악예술과에서 타악기를 연습하며 고된 시간이 이어졌어요. 하지만 하나님께 영광돌리기 위해 최고의 퍼커셔니스트가 되겠다는 정확한 비전이 있었기에 연습에 피곤해도 항상 마음은 편안했죠. 매 순간 나를 만드시고 이끄시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고3 여름방학 때 3박 4일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 짧은 시간 그녀는 주저않고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 올라가 3일 금식기도를 했다. 그렇게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하며 한걸음씩 내디뎠다.
“어머니께서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말씀해주시며 ‘나는 물려줄게 없어 믿음의 유산을 물려줄꺼야. 나는 육신의 엄마일 뿐이고 하나님이 너를 기르신다’는 말을 자주 하셨어요.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시고 기도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노력할 때 하나님이 꿈을 이끌어주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자신의 비전을 위해 기도하며 나아가던 김미연 성도는 2003년 중앙대 음대 4학년 재학시절 에릭 사뮤의 음반을 듣다가 감동을 받아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얼마 후 에릭 사뮤의 개인 오디션을 받았고 파리 유학길에 올랐다. “제가 에릭 사뮤 선생님의 음악을 듣게 된 것도 하나님이 이끄신 것 같아요. 파리 음악원 유학생활에도 순간순간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체험했어요. 특히 제가 서울 시향에서 정명훈 지휘자님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였고 기적이었어요”
유학 중 파리에서 3대 오케스트라인 라디오프랑스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그녀는 정명훈 지휘자와 함께 공연하고 싶다는 비전을 품었다. 파리에서 솔로이스트 공부를 하고 있는 그녀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건 쉽지 않았지만 계속 기도하며 준비했다.
“당시 저로서는 어떤 모습으로 지휘자님을 만날 수 있을지 꿈이 그려지지도 않았어요. 라디오프랑스오케스트라에서 단원을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고 오디션을 준비했어요.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하는게 너무 힘들어 결국 포기하게 됐죠” 그 때 파리에서 한인연합 특별새벽기도회가 있었다. 김미연 성도는 바로 새벽기도회에 참석해 작정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했다. 어머니가 보내준 ‘4차원의 영적세계’를 읽고 긍정적인 생각·믿음·꿈·말로 신앙을 재정비해 기도하고 간구했다. 특별새벽기도 3일이 지났을 때 서울 시향에 정명훈 음악감독 취임 발표가 나면서 서울 시향에서 모든 음악가들에게 오디션의 기회를 준다는 뉴스가 나왔다. “정명훈 지휘자님과 함께 공연하는게 목표였기 때문에 눈물이 났어요. 하나님께서는 파리가 아닌 서울에 길을 예비해놓고 계셨던 거잖아요. 기도해보니 마음에 평안이 와서 하나님이 이끄시는 길이라는 확신이 왔어요. 그날 새벽기도가 끝나고 나오니 하늘에 쌍무지개가 떠있더라구요”
한창 오디션을 준비해야할 시기에 교수가 연주여행을 떠나게 돼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해야 했다. 혼자서 준비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라디오프랑스오케스트라 수석 단원인 친구의 도움으로 더 세밀하고 꼼꼼하게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한국에 와서 오디션을 보는데 하나님의 시나리오대로 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친구가 수십곡 중에 딱 2곡을 골라 자세히 설명하며 정명훈 지휘자의 스타일대로 연주하라고 체크해준 것이 있었는데 오디션에 그 2개의 곡이 나왔어요”
2005년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서울 시립교향악단의 단원이 됐다. 서울 시향 60여 년 역사 중 타악기 연주자로 첫 여성 연주가라는 영예도 안게 됐다. 하나님을 의지하며 담대히 나가니 그녀의 앞길이 활짝 열렸다. 2007년 벨기에서 개최된 세계마림바콩쿨에서 우승과 함께 현지 투표로 결정되는 관객상과 최고연주상까지 3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는 세계타악기협회의 초청으로 이어져 2007년 많은 연주회를 다니며 연주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마림바원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양한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고 중앙대, 숙명여대, 서울예고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바쁠 수록 더욱 기도에 힘쓴다.
관객들의 마음을 만지는 무대를 만드는게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었다. 하지만 마림바의 특성상 악기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전국 곳곳을 다니기에는 제약이 따랐다. 가지 못하는 곳에도 음악을 전하기 위해 2월 그녀가 존경하는 에릭 사뮤 교수와 함께 CD를 제작했다.
“정도를 걸으면서 정직하고 바르게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게 하나님의 소명이잖아요. 크리스천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요. 또한 하나님 말씀에 둔해지지 않고 끝까지 순종하는게 꿈이에요. 만약 하나님께서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끄신다 해도 순종할 거예요. 주님의 영광을 위해 음악을 시작했지만 만약 어느날 하나님께서 다른 것으로 영광받기 원하시면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17, 18일에 그녀는 서울역사박물관과 나루아트센터에서 시향 타악기 앙상블 연주에 나선다. 김미연 성도는 마림바 솔로로 협연한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니라 사뭇 기대된다.

글·이미나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