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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협의회’(WCC)에 대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上)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로 약칭) 제10차 총회가 2013년 부산에서 열리게 됨에 따라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재해 있던 WCC를 둘러싼 논란이 한국교계 곳곳에서 마치 봇물 터지듯이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사실 한국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교단들이 WCC 가입 여부를 놓고 교단 분열의 아픔을 겪은 과거가 있기에 WCC에 가입하지 않은 교단들과 성도들이 WCC와 관계된 교회들뿐만 아니라 WCC 자체에 대해 비판의 포격을 집중시키는 것은 그들 자신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납득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지금까지 WCC가 보여준 행보에도 일정부분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WCC가 어떤 조직인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무분별한 비난을 일삼다 보면 자칫 교회를 훼파하려는 흑암의 세력들에게 빌미를 주어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엡 1:22)에 대한 절대순종과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엡 4:3)는 명령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제신학연구원에서는 2주간에 걸쳐 작금의 ‘WCC에 대한 논란’이 무엇이 문제이며,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핵심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1. WCC가 ‘종교다원주의’, 또는 ‘종교통합운동’이라는 주장

 최근 우리 사회에서 떠도는 WCC 반대 전단이나 문서, 비디오, DVD자료의 거의 대부분이 이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즉 WCC는 기독교 신앙을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교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토속종교와 혼합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WCC의 모습에 일정부분 이에 대한 오해의 소지는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WCC가 지난 45년 동안 전개해 온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 때문이다.

 여기에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WCC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신학자들의 탁상공론이나 각 교단의 고위층의 친교모임에서 나온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개의 교회나 단체, 교단이 처리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선교현장에서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협력하고 일치를 이룰 필요성이 대두되었기에 WCC와 같은 세계적 조직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의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은 기독교와 타종교를 혼합하려는 ‘종교학’적 시도가 아니라 토착민들의 문화를 포용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선교학적’ 시도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개신교의 어떤 교단보다도 더 “보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정교회 인사들은 몇몇 행사에서 항의의 표시로 집단 퇴장한 적도 있다.

 WCC는 타종교와 대화는 하지만, 종교다원주의와 종교혼합주의에는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WCC가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종교 간의 대립으로 인한 수많은 폭력과 유혈 사태를 막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종교간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과 종교다원주의는 엄연히 다르다.

 

 2. WCC가 좌경 단체라는 주장

 과거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WCC가 우리나라의 인권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대두되는 것이 WCC의 좌경화 문제였다. WCC는 유엔(UN, 국제연합)과 같이 정치적 이념이나 체제와 상관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교회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복합체이기 때문에 과거에 소위 ‘철의 장막’이 제거되기 전에는 구 공산권 국가의 교회들도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WCC는 복음 이외에는 그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WCC는 즉각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전쟁”으로 규정하고 “UN은 세계 질서 유지 차원에서 북한군의 남침에 대처하고 경찰 행동에 나설 것”을 주장하였다. WCC는 공산체제 아래 신음하던 교회들을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 공산권이 무너졌을 때 교회가 다시 부흥하는 데 일조할 수 있었다. 북한 교회가 세계 교회와 연결되고 한국 교회와 교제하게 된 것도 WCC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3. WCC가 사회구원에만 치중한다는 주장

 어떤 사람들은 WCC가 사회구원만을 강조하고 개인구원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WCC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 온 인간화, 빈곤 퇴치, 경제 정의 구현 등과 같은 사회구원 프로그램은 비성서적이며, 반기독교적이라고 주장한다.

 성경적 구원을 ‘사회구원’과 ‘개인구원’이라는 이분법적 틀 안에서 이해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지만, WCC는 창립 때부터 복음전도와 선교를 WCC의 주된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서 이 같은 오해가 발생한 것이다. WCC는 선교와 전도, 기독교교육 이외에도 신앙과 일치를 강조하는 동시에 복음의 사회적 증언을 중요시한다.    


 4. WCC가 교회통합을 추구한다는 주장

 WCC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 WCC가 단일 교회, 즉 로마 가톨릭교회같이 거대한 하나의 통합된 교회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WCC는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성명서를 통해서“WCC는 단일 교회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을 목적하지도 않는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창립된 지 64여 년이 지났지만 WCC는 여전히 전 세계 교회들의 친교와 협력 단체로 남아 있으며, 교회를 단일화하거나 통합하려는 태도를 가진 적이 없다. 통합은커녕 WCC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연합해서 성만찬 예배를 드린 적조차 없을 정도로 개 교회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WCC는 다양한 이념과 체제를 가진 국가들의 연합체인 UN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다양한 교회와 교단들이 협력과 교회 일치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연합 조직이다. 그러므로 WCC는 어떤 통일된 신앙이나 신학을 가지지 않을뿐더러 가질 수도 없다, 따라서 WCC가 종교다원주의니 종교혼합주의니, 좌경단체라고 비판하는 것은 WCC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임이 자명하다. WCC가 교회통합을 이루려 한다는 비판 또한 어불성설이다. 매 7년 내지 8년마다 열리는 WCC 세계대회가 2013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은 참으로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힘을 합쳐서 성공적으로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합심 단결해서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국제신학연구원 제공

 

기사입력 : 2012.07.01. am 10:49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