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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유감 - 김광덕 목사(대학청년국장)
 독일 뒤셀도르프는 노드라인 베스트팔렌 주의 주도로서 경제와 상업의 중심지다. 이 뒤셀도르프에는 유명한 거리가 있는데 이른바 ‘쾨닉스 알레’란 거리다. 번역하면 ‘왕의 동네’ 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이른바 명품 숍들이 있는 명품 가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매장들이 이곳에 가면 다 있다. 구찌, 샤넬, 카르티에, 루이비통, 버버리 등 내로라 하는 제품들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독일에 있을 때 가끔 쾨닉스 알레를 가곤 했다. 물론 명품을 사러 간 건 아니고, 그 동네에 성도님이 작은 잡화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게에 가서 말씀도 나누고, 기도도 해드리고 나오면서 이른바 ‘아이 쇼핑’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갈 때마다 궁금한 것이 있었다. 언제 가 보아도 매장에 사람이 없는 것이다. 루이비통이나 구찌 매장에도 점원만 있을 뿐 손님은 거의 없었다. 나중에는 매장들이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저렇게 손님이 없는데 어떻게 세도 비싼 이 동네에서 버틸까?’ 잡화점을 하시는 성도님에게 물어보았더니 “목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렇게 없다가도 가끔 아랍의 왕족들이 와서 다 쓸어갑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유럽의 여러 도시를 가 보아도 이른바 명품을 들거나 입고 다니는 걸 많이 보지는 못했다. 역시 명품은 고가이기에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와서 어느 날 백화점을 갔다. 놀랍게도 한국 백화점에도 명품 숍들이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한 가지 다른 것이 있었다. 명품 숍 입구에 줄이 길게 서 있었다. 무슨 맛 집도 아니고 왜 줄을 서 있나 봤더니 명품 숍 안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우스개 소리가 생각났다. 서울에서 한 명품 가방은 3초 가방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3초에 한 번씩 그 가방을 든 사람을 거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뉴스를 보니 명품 숍에서 세일을 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사고가 날 지경까지 되었다는 것이었다. 왜 유독 한국에서 이렇게 명품이 팔려 나갈까? 한국인만의 독특한 성품인 이른바 자기 과시, 비교 의식 때문이다. 사람을 가진 것으로 판단하고, 빚을 내서라도 명품을 들고 있으면 자신도 명품이 된 것 같은 착각 속에 살기 때문이다. 사람을 가진 물질로 판단하고 대우하는 잘못된 관념이 한국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선호하는 여인이 평생 살면서 명품 한 두 개 쯤 가진 것마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명품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명품에 중독이 되어서 무리해서 쇼핑을 하다 보면 결국 그는 자신의 소중한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명품이다. 이미 우리 안에 가장 비싸고, 귀한 명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후 4:7) 가장 귀한 보배, 예수님이 내 안에 계신다. 우리는 가장 귀한 천하의 명품을 모시고 살고 있다. 하나의 명품으로 얼마나 많은 지구촌의 아이들을 살릴 수 있나 생각하고, 자신의 작은 욕망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지금 이 시대가 찾는 그리스도인일 것이다. 명품이라곤 단 하나도 가지지 못하셨던 우리 주님. 여우도 굴이 있고, 새들도 집이 있는데 머리 둘 곳조차 없으셨던 예수님, 우리도 이제 그 분을 본받아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김으로 나 자신이 주님이 갖고 싶어 하시는 명품이 되자. 주님은 그런 명품을 지금도 이 대한민국에서 찾고 계신다.
 

기사입력 : 2012.07.01. am 10:3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