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16세 때 소년 유격대로 6.25전쟁 참전
고향집을 예비중대 본부로 헌납했던 조부
희생 용사 생각하며 바른 역사 가르쳐야

 1950년 6월 25일, 한국 전쟁이 터졌을 때 내 나이는 16세였다. 고향인 강화 교동도에서 서울로 유학을 와 마포 동도중학교를 다니던 때였다. 전쟁과 동시에 학교 생활은 중지됐고, 나는 서둘러 부모님이 계시는 교동도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조부모님과 부모님 그리고 고모, 여동생과 두 남동생이 살고 있었는데, 다행히 모두들 안전했다.

 황해도에서 가까운 교동도는 북한 해안과 직선으로 고작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전쟁이 터지자 황해도 해주를 비롯해 평양에서 피난민들이 교동도로 몰려왔다. 피난민 중에는 청소년도 많았는데 갈 곳이 없던 이들은 공산당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며 유격대를 결성했다. 교사들도 나섰고, 치안대원 등 모두 5000명이 나라 지키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모두 이름도, 계급도 없이 싸웠다. 전쟁과 동시에 온 나라는 무법천지가 됐다. 언제 적이 될지 몰라 경계했다. 낮에는 아군이었지만 밤에는 간첩들이 활개쳤다.

 교동도는 백령도보다도 큰 섬으로,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교동도에 있던 유격대는 북한군으로부터 섬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나를 비롯한 또래 친구들도 소년군으로 활동했다. 나이가 어려 직접 전장에 나가 싸우지는 못했지만 보급품을 전달하거나 피난민 구호, 치안유지, 공산당을 색출하는 일 등을 도왔다. 군번도 없는 수 많은 무명 중의 하나였지만 모두들 나라를 구하고 자유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녀린 펜 대신 총을 들고 목숨 걸고 섬을 지켰다. 조국은 누군가 나를 대신해 싸워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서서 지키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낮이건 밤이건 긴장을 늦출 수 없었기에 잠이 늘 부족했다.

 교동도를 비롯해 서해지역 도서를 지키던 유격대는 1951년 3월 육군을지제2병단에 편성됐다. 교동도에는 을지제2병단본부가 마련됐고, 여러 연대가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할아버지는 우리집을 예비 중대 본부로 기꺼이 내놓으셨다. 70명 대원이 우리 집에서 생활하며 작전을 수행했다. 어머니를 비롯해 동네 아낙네들은 대원들의 먹을 것을 챙겨줬다. 군이 필요로 하는 연료는 집안 소유의 산에서 나무를 채취해 공급했다. 우리는 이후 타이거 여단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8240독립 부대가 창설되면서 육군 제1사단에 편입돼 교동도를 지켜내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다.

 전쟁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낙동강까지 북한군이 밀고 내려갔다. 북한과 남한의 격렬한 전투속에 북한의 요청을 받은 중공군이 남하하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인해 죽은 수 많은 중공군이 강화 해안으로 떠내려왔다. 날마다 들려오는 포성, 화염에 휩싸인 이 땅을 바라보며 나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유교 집안에서 유일한 기독교인이었던 나는 토마스 선교사의 영향으로 세워진 강화 교동교회를 다녔다. 전쟁 기간 동안 나는 날마다 이념의 갈등이 빚어낸 전쟁으로 인해 더 이상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내가 기억하는 치열했던 싸움 중 하나는 연백 전투였다. 우리는 목선을 타고 어둠 속에서 황해도 연백 개풍군 개성까지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또 수시로 적진에 들어가 피난민을 강화로 호송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물조차 검은 색으로, 때론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다. 행여나 적에게 들킬까 두려워 숨죽이기를 수 십번. 적에게 발각돼 살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들었다가 죽은 이들도 많았다.

 나는 적진에 들어간 군인들에게 포탄 등 보급품을 전달하는 일을 담당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장을 오가며 죽은 전우를 발견할 때면 마음이 찢어질듯 아팠다.

 이러한 목숨 건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 발발 62년이 지난 지금, 전후 세대 중에서는 6.25전쟁을 두고 남한의 북침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공산당의 야욕으로 말미암아 벌어진 참혹한 전쟁으로 인해 국군과 유엔군의 사상자 실종자 포로 숫자가 무려 120만명, 민간인 희생자가 남한만 100만여 명에 이른다. 제대로 총을 잡아보지도 못하고 전쟁터에 나간 13∼18세 소년소녀병만도 3만명 가까이 이른다.

 한반도를 초토화 시키며 수 많은 피해를 기록했던 6.25전쟁. 그러나 전쟁 발발연도가 1950년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성인의 63.7%, 청소년이 46.3%라는 안타까운 현실이 한 연구 기관에 의해 조사됐다. 전교조를 비롯한 친북 세력들은 6.25전쟁이 북침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역사 왜곡의 심각한 문제점은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친북 세력들까지 합세해 대한민국은 현재 심각한 안보·국가관을 상실한 국면에 처해 있다.

 평화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스스로 지키지 않으려고 하는 자는 결코 누구도 지켜주지 않으며 아무리 값진 것도 지켜낼 수 없다. 내 나라는 내 스스로 지킨다는 정신이 부족하면 국가는 어김없이 몰락하고 만다. 6.25전쟁이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6.25전쟁은 방심의 결과다. 우리는 ‘자유란, 결코 거저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평화 없이 신앙의 자유 또한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북한의 수많은 교회들이 사라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교회가 나서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바른 역사와 안보의식을 가르쳐야 한다. 교회의 역할이 시급한 때임이 분명하다.

* 전종현 장로는 참전유공자로,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회장을 맡고 있다.

정리·오정선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