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디자인 업계는 한창 ‘업사이클링’이 인기입니다. 업사이클링이란 제품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요즘, 패션과 인테리어 업계에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대안으로 내놓은 트렌드입니다. 리사이클링이 버려지는 재료를 그대로 재사용하는 것이라면 업사이클링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제품을 해체하고 재조립해서 기존보다 더 멋지게, 더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건축 폐자재로 만든 책꽂이, 현수막으로 만든 레인코트, 소파 가죽으로 만든 가방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에코’ 트렌드가 여전히 무늬만 친환경적인 데 그쳤다면, 이제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더해 진짜로 내실 있는 친환경을 구현해내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이제 시작 단계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유럽의  고가의 유명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 업사이클링으로 재탄생한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적지 않은 값을 치루고 재활용품으로 만든 제품을 구입하는 이른바 ‘의식있는 소비’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득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는 어떤 모양새로 삶을 살았던 간에 우연인 듯 인연인 듯 하나님을 온전히 만난 순간부터 우리 역시 업사이클링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이전의 삶에 대해서는 일체 묻지 않으시고 우리를 작업대 위에 올려놓으시고 조심스레 어루만지시지요. 때때로 그 과정 중에 우리는 원치 않는 일을 겪기도 하고 고통과 아픔을 느끼기도 하지만 변신을 위한 해체와 재조립 과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이내 그분의 터치 한번만으로 우리의 삶은 180도 달라집니다. 이전보다 더 쓸모 있는, 더 가치 있는 삶을 살아내기 시작합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는 법인데 하나님은 터치 한번만으로 우리를 이렇듯 멋지게 바꿔놓으시니 그분이야 말로 세계적인 아니, 전 우주적인 디자이너입니다.

 혹시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신 후 우리 몸 어딘가에 ‘AS 보증 기간 평생, 비용은 무료’라는 표시를 해놓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새 재료를 사용해 신상품을 만드는 쉬운 작업을 고사하고 이렇듯 해체와 재조립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재활용품을 선택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할 때면 하나님의 선하심이, 커다란 사랑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헌 재료는 새 재료보다 다루기에 복잡하며 단단하고 번거롭기 마련인데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는 그분, 그분이 바로 우리 하나님이셔서 저는 너무 좋습니다.

황여정(자유기고가)